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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태도
데이먼 영 지음, 손민영 옮김 / 이비 / 2024년 9월
평점 :
"독서의 태도"는 철학자가 자신이 읽었던 다양한 책들과 철학자들의 사유를 엮어 독서의 본질을 파고드는 에세이입니다. 특히 보르헤스,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문학적 거장들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쇼펜하우어, 하이데거 등 철학자들의 독서 방식을 연구하며, 독서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호기심, 인내, 용기, 긍지, 자제, 정의와 같은 미덕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이야기합니다.
데이먼 영은 철학자로서, 철학적 사유와 일상적인 경험을 연결하며 현대인의 삶에 지혜를 제공하는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그의 책들은 철학적 주제를 친근한 언어로 풀어내며, 철학과 문학, 예술을 일상에 접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독서의 태도"에서도 그는 독서라는 일상적 행위를 심오한 철학적 탐구의 주제로 삼아, 철학자들과 문학가들의 작품을 넘나들며 독서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조명합니다.
독서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 책에서는 여러 철학자들의 사유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철학자들의 독서와 관련된 사상을 깊이 다루며, 이들이 독서를 통해 어떻게 자신을 확장하고 진리와 맞닥뜨렸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독서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임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독서가 책의 내용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세계와 사유를 통해 독자 자신의 내면을 확장하는 철학적 만남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는 독서가 단순히 결과가 아닌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호기심, 용기, 인내가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또한, 독서는 우리가 타인의 생각과 세계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그로 인해 성장하는 여정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독서를 '두 자유의 만남'이라고 정의합니다. 작가의 자유와 독자의 자유가 만나는 지점에서 독서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사르트르는 이를 '호소'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작가가 독자에게 단지 초대만 할 수 있을 뿐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읽는 일은 언제나 두 자유, 즉 예술가와 독자의 자유의 만남이다."
독서가 주는 자율성과 창조성을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독자는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방식으로 텍스트를 탐구하며, 그 속에서 자기만의 해석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해석의 자유가 독서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점을 저자는 말해줍니다.
저자는 '독자는 자신이 읽은 방식이 자신의 일부를 이룬다'고 말하며, 독서가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라 정체성과 깊이 맞닿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배워갑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단순한 지적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책을 읽는 일은 우리의 내면을 비추고, 때로는 불편하거나 어렵지만, 이 과정 속에서 독자는 자신을 성장시킵니다.
책은 독서를 통해 필요한 여러 가지 미덕을 제시합니다. 호기심은 책을 펼칠 때 처음으로 드러나는 독서의 시작점입니다. 보르헤스가 이야기한 '무한한 도서관'은 호기심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질문을 던지며 책 속으로 들어갑니다.
📌"텍스트라는 벽을 오르려면 지루함이라는 창에 상처 입을 수 있다."
독서는 우리에게 즐거움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권태와 지루함을 견뎌내야 하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또한 독자가 작가의 실패나 성공에 따라 고통과 분노를 경험한다고 말합니다. 책을 완독한다는 것은 단순한 성취가 아니라 내면의 성숙과 성장의 여정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율리시스"나 니체의 작품을 예로 들며, 독자는 이 과정에서 인내와 용기의 필요성을 깨닫습니다.
독서는 긍지와 겸손을 요구합니다. 오만한 독서는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긍지에 찬 독서는 저자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세심하고 비판적인 독서를 하보다. 특히 앨프리드 화이트헤드의 독서 방식을 예로 들어, 긍지에 찬 독서가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이는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독자와 저자 간의 상호 교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얻은 긍지가 결국 독자를 더욱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같은 철학적 저작은 독자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직면할 때, 독자는 진정한 성찰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독서에는 자신이 모르는 것, 혹은 두려운 것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끝으로, 독서에서는 정의가 중요한 덕목으로 등장합니다. 공정한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독자가 저자의 의도와 텍스트를 올바르게 해석하려는 태도가 필요함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비판적인 사고를 넘어서, 저자의 의도에 공정하게 다가가고, 자신의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수반합니다. 예를 들어, 쇼펜하우어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편견과 싸우며 지적인 독립을 추구했으며, 이는 독서가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임을 잘 보여줍니다.
독서는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며, 그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편견을 직시하고, 진실을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웁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독서 습관을 돌아보고, 조금 더 의식적이고 성찰적인 독서를 시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서가 단순한 지적인 활동을 넘어서 삶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데이먼 영의 이 책은, 독서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새롭게 바꾸어줄 것입니다.
'잘 읽는 기술'은 결국 '올바른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책을 대하는 태도는 철학적이며, 동시에 심리적인 것입니다. 독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때로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책과 함께 더 깊은 세계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독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철학적 탐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큰 영감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