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 프란치스코 교황 최초 공식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 지음, 염철호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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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할아버지의 오랜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듯한 묘한 평안이 남습니다.
그는 떠났지만,
🫧'사랑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그 믿음은
우리의 일상과 세계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한 교황의 인생을 넘어, 인류의 양심과 마주하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은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며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검소한 삶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교회 개혁을 지향하는 행보로 ‘시대의 양심’이자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공저자인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는 이탈리아 언론인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화를 엮어 생의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이 책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인생과 역사, 사회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쓰였습니다. 193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이어지는 교황의 삶과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이 병렬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사적 안목과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을 익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교황의 생각은 복음서 위에 세워졌지만, 특정 종교의 교리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등장한 세계사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성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냉전과 군부 독재, 테러와 경제 위기, 팬데믹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한 사람.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사람을 향한 신뢰와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인류의 기억과 반성, 그리고 선택을 요청하는 역사적 성찰서이기도 합니다.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책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것을 너무 늦게 읽습니다.”

교황이 강조한 것처럼,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책”입니다. 우리도 그 책을 다시 펼칠 때입니다. 무관심과 혐오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입니다.

사랑으로 해석한 고통, 인내로 감싼 오해, 믿음으로 지켜낸 시대의 갈림길들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한 번도 교황이 아닌 ‘한 명의 신자, 사람, 아들’로 위치시킵니다. 《나의 인생》은 고통과 가난, 혼란과 위기의 시간 속에서도 끝끝내 사랑과 연대, 용서와 희망을 이야기한 교황의 깊은 내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애를 기록함으로써 세상에 “희망”을 남기려 했습니다. 그는 이 책을 '인생이라는 책'이라 명명하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인생’이라는 책을 열어 읽고 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였습니다. 그리고 책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사랑”이었습니다.


책은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가 어떻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었는지를 따라가며,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부터 9·11 테러, 코로나19까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교차시켜 풀어냅니다.

각 사건은 교황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간의 파도’로 제시됩니다. 독자는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선택과 고뇌, 기쁨과 상처에 자연스레 감응하게 됩니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삶과 세계사가 함께 흐른다는 인식입니다.
'어린 시절 가난했다.'라는 과거를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교황의 성장기는 곧 인류의 기억이며, 그의 고난은 곧 시대의 아픔입니다.
굵직한 사건들을 마주할 때, 그는 외부 관찰자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겪은 감정과 사유를 나눕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역사에서, 특히 역사의 검은 페이지에서 배워야 합니다.”
- 이 말은 교황이 지나온 길을 기억하는 이유가 현재를 위한 책임임을 드러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책에서 자신이 '가난한 사람들의 교회'를 만들기 위해 선택했던 길들을 털어놓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는 교회는 예수의 가르침과 멀어지며, 신앙은 사회적 실천과 연결되지 않으면 공허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단호하지만 온화한 목소리로 권력의 남용과 인종차별, 전쟁, 기후 위기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바라보며, “사랑”과 “연대”라는 오래된 진리의 가치를 다시 꺼내 듭니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제2차 세계대전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그날의 아침으로 독자는 이끌립니다. 교황은 📌“한 사람의 삶은 항상 그 시대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바로 그 말처럼 이 책은 개인의 이야기이자, 세계사라는 커다란 강물에 흘러든 작은 강물 하나의 기록입니다.

하지만 책이 특별한 것은 교황 자신의 부끄럽고 연약한 순간조차 솔직히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독재 정권 하에서 겪은 오해와 침묵, 사랑에 흔들렸던 청년 시절의 고백, 그리고 코로나로 텅 빈 광장에서 느낀 외로움과 연대의 감정까지.
한 인간으로서의 교황,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가 살아온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사는 법을 배우려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랑입니다”
- 이 대목은 프란치스코 교황 전체의 신학과 영성, 그리고 인간됨의 철학을 압축한 선언문처럼 읽힙니다. 사랑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며, 가장 절박한 시대일수록 더욱 필요한 가치입니다.

책은 이처럼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당신의 삶’에 말을 건넵니다.
교황이 말한 이 메시지는, 그의 생애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문장입니다.
그 말 앞에서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삶을 다시 읽어보게 됩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품은 책으로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소설은 고통과 신앙, 침묵하는 신 앞에 선 인간의 고뇌를 다룹니다. 독재정권 하에서 갈등하고, 침묵 속에서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젊은 베르골료 추기경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나의 인생》의 116쪽 이하에 교황이 직접 밝히는 당시의 오해와 해명은, 사죄나 변명 그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시대 속에서 ‘침묵의 책임’을 어떻게 감당했는가에 대한 사유입니다.

또한 이 책의 메시지는 《자비의 이름으로》에서 교황이 강조한 자비의 신학과도 긴밀히 연결됩니다. 《나의 인생》에서 그가 추구한 교회의 상은
‘야전병원과 같은 교회’, ‘밖으로 나가는 교회’였습니다.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의 편에 서는 것이 곧 예수의 복음을 따르는 길이라는
그의 믿음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 사람》이나 《달라이 라마, 행복으로 가는 인생의 길》 같은, 진실한 삶을 고민한 이들의 기록과도 나란히 놓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책 속에서는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도 풍부하게 드러납니다. 젊은 시절 한 여성에게 반해 혼란을 겪었던 일화, 음악과 문학을 즐겼던 이야기, 탱고와 오페라를 사랑했던 감수성 높은 청년의 모습은 어느새 ‘거룩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 곁의 어른’으로 그를 느끼게 만듭니다.

📌"저 역시 독재 시절 중상모략의 희생자였습니다."
- 이 진술은 교황의 삶이 신앙의 길만은 아니었음을, 그 역시 고통과 갈등 속에서 성장했음을 알려줍니다.

고통스러운 군부 독재 시절의 회상은 자칫 오해받았던 자신의 침묵에 대한 해명으로 이어지지만, 그는 그들 곁에 있었던 방식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자신이 더 많은 것을 하지 못한 한계를 정직하게 드러냅니다.


우리는 종종 교황이라는 위치를 ‘완성된 인물’로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교황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그는 젊은 시절 사랑에 흔들렸고, 어머니의 반대에도 사제의 길을 택했으며, 은밀한 감정과 외로움, 갈등과 실수 속에서 성장해왔습니다.

심지어 과거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 하에서 ‘침묵’했다는 비판에도 정면으로 응답합니다. 그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고, 오해가 어떻게 생겼는지 상세히 설명하며, 자신의 약점까지도 교회의 빛 아래 드러내는 용기를 보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회개의 얼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때 저는 바빠서 반사적으로 지금 자리에 없다고 답하게 했어요.
그러고 저는 큰 외로움에 사로잡혔습니다.”
- 이러한 솔직함은 신앙의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받고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정직한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교황의 신념은 명확합니다.

-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밖으로 나가는 교회”,
- “사랑이 없는 신앙은 공허하다”,
- “세상은 기도가 더 필요하다.”

이러한 메시지는 일회적 선언이 아니라,
교황이 평생을 통해 쌓아온 실천과 성찰의 결과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야전병원과 같은 교회, 선교하는 교회, 교황청 개혁과 함께 밖으로 나가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임무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존재 이유를 ‘밖’에서 찾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교회는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에 둡니다. 그가 선택한 교황명 ‘프란치스코’ 역시 아시시의 성인을 기리는 의미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헌신을 표방하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교회개혁의 방향성뿐 아니라, 사회 정의와 인권, 환경,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동성애자, 난민, 여성 등 사회 주변부에 놓인 이들에 대한 그의 일관된 사랑과 포용의 태도는 교회가 지녀야 할 윤리적 책임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제발 멈추세요. 그만하면 충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대중 메시지는 ‘전쟁을 멈추라’는 호소였습니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의 결과” 라고 말하는 그의 메시지는 현재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폭력과 갈등에 대한 경고이자, 희망의 언어입니다.

그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서 환경 문제를 외치는 모습을 지지하며 📌“소리를 질러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아파하고 싸우기를 주문합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세계를, 세계를 통해 인간을 성찰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의 기록입니다. 사랑, 경청, 연대, 가난, 기도, 겸손… 하나하나는 식상한 단어일 수 있지만, 그것이 교황의 육성으로 담겨 있는 순간,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오래된 진리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것입니다.

📌"물리적인 벽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평화롭게 지내지 못할 때, 바로 그곳에 우리를 갈라놓는 벽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세상에 놓인 수많은 벽, 그것이 편견이든 증오든 혹은 오해든,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리'를 놓으려는 사람입니다. 그는 그것이 종교인의 임무를 넘어서, 인간의 본성이라 믿었습니다.

그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목숨이 다할 때까지 교황직을 수행하겠다는 말도, 책임감이 아닌 사랑을 지키기 위한 결단임을 우리는 책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가 남긴 말은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승리한다.'

신앙인뿐 아니라 현대사와 인간의 존엄,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가진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소중한 등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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