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 나치를 피해 탈출한 유대인 아이들의 삶
줄리언 보저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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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광기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애는 여전히 희망을 만들어낸다."
✨️개인의 선의가 역사를 바꾸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연대의 이야기.



줄리언 보저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세계문제 편집자로, 보스니아 전쟁과 같은 복잡한 국제 이슈를 보도한 베테랑 기자입니다. 그는 맨체스터 가디언 광고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발견한 후, 가족과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파헤치며, 역사의 깊은 상처와 그 속에서의 인간애를 탐구했습니다.

나치 독일은 반유대주의를 중심으로 유대인 600만 명 이상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를 주도했습니다. 1938년 오스트리아 병합(안슐루스) 후, 오스트리아 유대인들은 극심한 박해를 받으며 생존을 위해 해외로 탈출해야만 했습니다. 유대인 공동체는 아이들을 먼저 해외로 보내기 위해 맨체스터 가디언에 광고를 게재했으며, 이 광고는 부모의 절박한 마음을 담은 생존의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홀로코스트의 또 다른 면을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가족사를 추적하며, 생존이란 목숨을 이어가는 것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겪은 상실, 트라우마,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진 영향을 세밀하게 탐구하며, 우리가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합니다.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는 독자를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하며, 그 속에서 인간의 연민, 희망, 그리고 트라우마가 세대를 넘어 어떻게 삶에 스며드는지 보여줍니다. 단 한 줄의 신문 광고가 생명을 구하고, 또 그 생명들이 이어진 세상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진정한 논픽션의 가치를 느끼게 했습니다.


저자는 아버지 로버트 보저의 이름이 실린 '맨체스터 가디언'의 1938년 광고를 우연히 발견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훌륭한 빈 가문 출신의 총명한 11세 남자아이"라는 문장은 구직 광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이를 살리기 위한 부모들의 절박한 외침이었습니다.

이 광고는 가족과 떨어져 낯선 나라에서 성장해야 했던 유대인 아이들에게 생명줄이 되었지만, 동시에 모든 안전과 사랑으로부터 단절된 삶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보저는 이 광고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구조된 다른 아이들의 삶을 추적하며, 그들의 생존 과정과 그 뒤에 남겨진 트라우마를 면밀히 탐구합니다.


특히 어린 생명들을 구하는 데 기꺼이 나선 낯선 이들의 이야기도 조명합니다. 저자의 아버지 보비 보거는 영국의 가난한 가정인 빙글리 부부에게 맡겨졌습니다. 이들은 단지 “더 많은 도움을 원했다”는 이유로 보비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와 같은 선택은 단지 몇몇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넘어, 그 생존자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유산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책은 "살아남았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관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생존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트라우마와 상실의 무게를 진중하게 조명합니다. 보비 보거는 명문대에 진학하고 가정을 꾸렸지만, 결국 50대 중반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외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의 내면에 각인된 트라우마는 평생 그를 괴롭혔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가족 중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질문하며 평생 지독한 고통을 겪었다”고 말하며 생존자가 감당해야 했던 죄책감과 상실감을 전달합니다.


가장 감동적인 요소는 낯선 이들의 선의가 생명을 구하는 데 어떻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가입니다.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라는 광고에 응답한 영국의 빙글리 부부는 한 아이를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의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전쟁 속에서도 인간애가 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방인을 돕는 결단이 단지 한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의 후손과 전체 세대에 걸쳐 유산을 남겼다"고 말하며, 개인적인 연대가 가진 힘을 강조합니다.

📌"상실의 무게와 생존자의 죄책감을 지고 살았다"

생존자들의 트라우마가 그들 자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대물림된다는 점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또한 "전쟁의 진정한 이야기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다"는 저자의 서술은 홀로코스트의 후유증이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 공동체, 심지어 인류의 집단적 기억까지 어떻게 흔드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고통스러운 여정만을 그린 어두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자는 그들이 처한 상황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희망과, 이를 가능하게 만든 인간의 연대에 주목합니다. 14세 소년 조지가 부모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야기나, 게르트루드가 낯선 환경 속에서 "낯선 사람들의 손길이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 회고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희망을 줍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국적, 인종, 종교의 차이로 인해 박해받고 쫓겨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작은 친절과 연대를 통해 변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는 과거의 무게를 현재와 연결시키며,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고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도록 돕는 다리와도 같습니다. 생존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야 했던 유대인 아이들의 고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지를 묻습니다.

저자는 과거를 조사하며 자신의 뿌리를 발견했지만, 동시에 상실의 무게와 트라우마의 대물림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살아남은 생존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에게 남겨진 상처와 그 뒤의 세대가 느끼는 아픔이라는 점을 되새기게 합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과 유대인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연대와 희망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과거는 현재 속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증명해주는 작품입니다.

홀로코스트와 역사적 비극에 관심이 있는 분, 전쟁 속 인간애와 연대의 가치를 탐구하고 싶은 분, 가족사와 트라우마의 대물림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분에게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줄리언 보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다리를 놓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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