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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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게시물은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는 왜 고통을 숭고하게 여기는가?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등 여섯 작가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국내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입니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문체와 상상력으로 십자가 사건을 해석하며, 인간의 심리적 본질과 사회적 모순을 파헤칩니다. 특히 조영주 작가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으며 작가로서의 경험과 고뇌를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십자가의 괴이"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각 작가는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인간의 신앙, 고통, 회복 불가능한 상처,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극단적 선택을 탐구해봅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괴이함과 사회적 환경이 그것을 키우는 방식에 대한 성찰입니다.

2011년 문경 십자가 사건은 폐채석장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사건으로, 당시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십자가의 괴이"는 이 사건을 기반으로 여섯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앤솔러지 소설집입니다.

호러, 추리, 미스터리, SF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사건의 진실과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탐구하며 독자에게 충격과 여운을 남깁니다. 엽기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마음과 정신까지 사로잡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여운이 길게 남는 이 작품집은, 한 줄짜리 단서인 "성경 속 예수의 고통을 그대로 재현한 채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생을 마감한 남자"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6가지의 고유한 목소리와 색깔을 드러냅니다.

누군가 자발적으로 극단적인 고통을 감내하며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사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책은 이 사건의 ‘무엇이, 왜, 어떻게’를 답하기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가능성과 인간 심리의 깊이를 들여다봅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늘 찾던 카페의 사장을 만나보기로 한다"

특히 '영감'은 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려는 작가 자신의 투영된 서사로 시작합니다. '영감'이라는 본질적이고 추상적인 요소를 현실과 뒤얽히게 하며, 사건 자체보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의 신비를 배가시킵니다. 작가가 직접적인 체험과 실화를 연결 짓는 방식은 현실성과 허구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듭니다.


'그날 밤 나는'은 잔혹한 현실에 무너진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심과 고통이 사이비적 신념과 결합하며 사건의 중심으로 치닫습니다.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인간의 상실감이 어떻게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적들의 십자가'는 미스터리 작가가 '무진 십자가 사건'을 바탕으로 작품을 준비하다 사라지는 이야기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편집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불안감과 미스터리가 긴장감을 높이며, 사건의 서늘한 본질을 건드립니다.

또한 '십자가의 길'은 십자가 사건을 신앙과 죄책감이라는 종교적 주제로 풀어냅니다. 아홉 살 소년과의 대화, SUV로의 여정이 상징적으로 그려지며, 사건을 인간의 구원과 속죄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시킵니다. 심리적 밀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파츠'는 SF적 상상력을 더해, 현실을 초월한 기괴한 설정으로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해병대와 민통선이라는 폐쇄적 공간과 기괴한 십자가 퍼포먼스를 결합해 사건을 초현실적으로 재해석합니다. 사건의 본질과 범죄적 측면을 벗어나 신선한 전환점을 제시합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사건의 괴이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 너머의 인간성과 사회 구조를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사건을 중심으로 묘사되는 고통, 죄책감, 속죄 등의 감정은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드러냅니다.

특히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는 기자가 두 번째 십자가 사건을 취재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입니다. 종교적 상징으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예수의 마지막 외침이 사건과 맞물리면서, 인간의 고독과 구원에 대한 고민을 자극합니다.


작품들은 사건을 통해 현대 사회의 냉혹함과 종교적 광신, 그리고 법적·도덕적 구조의 허점을 비판합니다. 특히 '그날 밤 나는'은 경찰의 무능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조명하며, 사회적 정의의 부재를 비판합니다.
책은 이처럼 기괴한 소재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잔혹한 범죄와 개인의 고립, 종교와 신념의 왜곡 등을 조명합니다.


📌“인간은 십자가 아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

우리가 고통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적 억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현대인이 짊어진 죄책감과 불안, 그리고 속죄를 향한 갈망은 책 전반에 걸쳐 강렬하게 표현됩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고통의 모티프는 “정신적 고통을 육체적 고통으로 치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도가 외적으로 얼마나 끔찍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숙연하게 만듭니다.

사건 그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작품들은 이를 통해 인간성과 사회의 현실을 성찰합니다. 여섯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장르와 시각으로 그려낸 이야기는 다층적이고 풍부한 독서 경험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현실적 사건을 재해석한 이 책은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동시에,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읽는 이의 상상력을 확장해 줍니다. 미스터리와 장르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책이 주는 철학적·서사적 깊이에 충분히 매료될 것입니다. 사회적 이슈와 인간 심리에 관심 있는 독자, 장르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그리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이면을 탐구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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