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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똑똑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6
박지희 지음 / 북극곰 / 2024년 12월
평점 :
#도서협찬
이 게시물은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북극곰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환경 위기의 아이콘이 된 동물입니다. 해빙의 감소와 기후 변화로 고통받는 북극곰은 자연 환경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그러한 환경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대신 북극곰의 하얀 털 위에 신문지처럼 콜라주된 환경 기사를 통해 은근히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북극곰의 몸에 붙은 환경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지구가 직면한 기후 변화와 멸종 위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읽힙니다. 박지희 작가의 그림책 "어느 날 똑똑"은 말 한마디 없이도 그림과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환경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제1회 한국그림책출판협회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으로, 재활용 박스를 캔버스 삼아 제작된 손그림이 독창적이고도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환경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작은 교감에서 시작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북극곰과 아이가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놀고, 웃고, 헤어지는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그런 위기를 설명하거나, 독자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북극곰을 그리고 있습니다.
북극곰의 하얀 털에 신문지 조각으로 붙인 환경 관련 기사는 책의 주제 의식을 심화시키는 훌륭한 장치였습니다. 신문 속 작은 활자가 북극곰의 몸에 스며든 것은, 환경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북극곰이 아이와 함께한 하루를 통해, 자연은 우리와 함께 웃고 울며 교감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은 아이와의 하루를 보내고 떠나는 북극곰을 보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왜 북극곰은 집에 왔을까? 왜 그는 떠나야만 했을까? 그의 몸에 붙은 신문 기사 속 단어들, 해빙을 타고 멀어지는 모습은 우리에게 자연이 보내는 ‘똑똑’한 경고로 다가옵니다.
지금도 북극곰들은 녹아내리는 해빙 위에서 더 멀리, 더 오래 먹이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체중이 줄고,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북극곰의 하루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북극곰과 아이의 즐거운 하루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북극곰이 진짜 우리 집에 찾아온다면, 나는 그와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북극곰의 방문은 단지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당장 직면한 기후 위기를 상징하는 메시지입니다.
책 속 아이처럼 북극곰과 냉장고를 열어보고, 샤워를 하고, 바닷가를 걸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만약에 주인공의 엄마처럼 식구들이 잠든 사이 북극곰과 같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북극곰과 함께 바닷가로 나가고 싶었습니다. 책에서처럼 바닷가에서 북극곰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바다 위로 떠다니는 얼음 위에서 북극곰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고, 자연과 북극곰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장면을 함께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재활용 박스를 캔버스로 선택한 이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환경을 위한 창작 과정의 고민을 보여줍니다. 작품 속 북극곰의 털에 쓰인 신문 조각은 시각적 요소를 넘어, 우리가 스쳐 지나간 뉴스 속 이야기가 자연에게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상기시킵니다.
특히 앞면지와 뒷면지에 담긴 디테일, 커튼과 골판지의 조화로운 묘사는 그림책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정성스러운 제작 과정은 책의 가치를 더욱 높였습니다.
박지희 작가의 섬세한 그림과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말없는 서사는 독자에게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그림책은 '북극곰'이라는 상징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는 한편, 그 속에서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하게 했습니다.
"어느 날 똑똑"은 자연을 지키는 일이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 아이와 북극곰이 함께 놀고, 웃고,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우리 집에 찾아온 북극곰이 떠나야 할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 "지구를 깨끗하게 해서 너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언제든지 다시 우리 집에 놀러 와." 하고 말해줄 것 같습니다.
환경 문제는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매일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바로 곁의 문제입니다. 이 책은 그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묻습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뿐 아니라, 어린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대화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