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벽에 세운 집 1
유주애 지음 / 바다주 / 2024년 9월
평점 :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도서서평 입니다.
"절벽에 세운 집"은 한기록의 여정을 통해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믿는 진실은 얼마나 확고한가?》
《우리가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유주애 작가는 뮤지컬, 웹툰, 소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스토리텔러로, 뮤지컬 '개구리 왕자와 콩쥐팥쥐', 소설 '지하철 로맨스', 그리고 '절벽에 세운 집'까지 섬세하고 풍부한 감정선을 담아내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소설에서는 뮤지컬 창작 경험이 녹아든 생생한 감정 묘사와 탄탄한 서사 구조로 독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진실을 찾는 과정은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삶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절벽과 바다라는 극단적인 공간적 설정은 불안정한 인간 내면과 기억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며, 자신만의 ‘절벽’을 떠올리고 그것을 넘어설 방법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작품은 2049년이라는 SF적 배경을 설정하며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기억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절벽에 세운 집 1"은 동생의 부재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기록에 집착하는 주인공 한기록이 꿈에서 본 절벽과 그 속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휴먼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얽힌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며 긴장감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미스터리 이상의 인간 심리와 관계의 깊이를 들여다보며, 잃어버린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삶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기억은 자신이 여전히 방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방은 이제 더 이상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다." (p.213)
주인공 한기록은 동생 한기억의 부재를 중심으로, 고통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의 '기록 강박증'은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와 진실을 향한 집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부모의 모호한 설명과 충돌하는 기억 속에서 기록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제가 어린 시절에 이 절벽에 살았어요."(p.229)
한기록의 고백으로, 그가 잃어버린 진실을 되찾으려는 갈망이 잘 드러납니다.
그의 기록 강박증은 동생을 잃은 상실감이 만들어낸 방어기제입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록하며 존재를 확인하려는 그의 행동은 상실감과 죄책감이 얼마나 강렬한 힘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줍니다.
이처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듯한 묘사는 기록의 혼란과 절망을 생생히 느끼게 합니다. 이는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소설의 재미를 넘어, 상실의 고통과 기억의 왜곡을 통한 심리적 탐구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상사화라고도 불리는 석산화는 비가 오는 여름날 드물게 절벽에 피어난다."(p.213)
절벽 위에 세워진 집이라는 설정은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절벽은 위험하고 아찔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숨겨진 진실이 자리한 상징적 장소입니다. 기록이 절벽 끝에서 발견한 단서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점점 그의 의심과 확신을 교차시키며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나의 기억도 오랜 세월 그 상자 속에 봉인되어 있었다."(p.161)
절벽의 비현실적이면서도 서늘한 분위기는 이야기에 서스펜스를 더하며, 이곳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동생의 생사 여부를 넘어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듭니다.
📌"동생이 돌아오는 날,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동생의 부재로 인한 트라우마와 상실감, 진실을 찾으려는 집착과 희망은 인간의 심리적 깊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부모와의 갈등, 새로운 관계를 통해 점차 성장해가는 기록의 모습은 상실에서 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이로써 기록의 행동은 때로는 집착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상실로 인한 깊은 고독과 사랑의 또 다른 표현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너를 구하는 것이었으니까." (p.161)
기록이 현실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기술적 장치 뿐만이 아니라, 그의 내면적 고백이자 치유의 과정으로 기능합니다. 특히 2049년이라는 미래적 배경과 VR 기술의 활용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을 더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VR 영화 제작 과정은 상상 속에서 주인공의 기억을 체험하도록 유도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실과 환상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며, 독자 스스로 진실을 해석해야 할 책임을 부여합니다.
뮤지컬 작가로서의 경험 또한 작품에 녹아들어 유주애 작가의 글은 문장에서 리듬감이 느껴지며, 독특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작품과 함께 발매된 OST는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는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한 편의 드라마를 관람하는 듯한 효과를 더해 주었습니다.
📌"기억아. 너 살아있는 거야? 죽은 게 아니라 실종이라면 내가 봤던 유골함은 뭐야"
절벽 위에 세운 집처럼, 인간의 삶은 불안정하고 흔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도 단단한 희망과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우리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강렬한 울림을 길게 남겨 줍니다.
📌“기억이 사라진 날 기록이 시작되었다”는 문구처럼, 이 책은 자신만의 진실과 상실을 돌아보게 하고, 흔들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갖게 합니다. 흔들리는 절벽 위에 세운 집처럼, 이 작품은 우리를 끊임없이 몰아치는 인생의 파도 속에서도 진실을 찾는 여행에 동참하게 했습니다.
끝으로, 이 소설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2권을 위한 초석으로도 읽힙니다. '2권'에서는 한기록이 직면하게 될 또 다른 진실과 그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