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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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품은 "우리가 믿어온 선악의 기준은 절대적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파멸 속에서도 희망과 구원의 불씨를 찾는 인간의 숭고함을 그려냅니다.

히가시야마 아키라는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문학 작가로, '류'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는 치밀한 구성과 철학적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파괴된 문명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며, 극한 상황에서도 존재하는 구원과 희망의 가능성을 조명합니다. 선과 악, 죄와 구원이라는 전통적인 가치들이 무너진 세계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죄의 끝"은 극단적인 디스토피아 속에서 인간성, 선악의 경계, 구원의 의미를 들여다 본 독창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입니다. 소행성 충돌로 문명이 붕괴된 2173년, 살아남은 인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성의 경계선에 섭니다. 그곳에서 등장하는 ‘블랙라이더’ 너새니얼 헤일런은 인육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신격화된 구원자로 자리 잡습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선악의 경계는 모호하며, 독자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죽은 걸 살려낼 수 있는 자는 신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신이다."

2173년 소행성 충돌로 초토화된 세상에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식인을 감행합니다. 생존 본능은 죄책감을 억누르며, 사람들은 죄를 정화하고 구원받기를 갈망합니다. 이러한 절박함 속에서 블랙라이더 너새니얼 헤일런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존재로 떠오릅니다. 그는 "한 사람을 먹었으면 두 사람을 구하라"는 메시지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구원의 길을 제시하며 신격화됩니다.

너새니얼은 구원자 역할 뿐만 아니라, 선악의 기준이 무너진 세계에서 인간성을 되찾게 만드는 매개체입니다. 그의 존재는 인류가 만들어낸 도덕과 윤리의 경계선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굶어 죽는 게 당연한 곳에서 죄의식에 짓눌리면서도 사람을 잡아먹고, 그러면서도 신의 사랑을 받길 기원했다.”

작품 속에는 ‘캔디선’이라는 물리적 경계가 등장합니다. 이 경계는 단순히 안전 지역과 위험 지역을 나누는 역할을 넘어, 극단적인 차별과 억압을 상징합니다. 캔디선 안쪽 사람들은 상대적 안전을 누리며 인육을 먹는 바깥 사람들을 야만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캔디선 바깥 사람들의 처지는 인간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극단적인 환경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작품은 이러한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차별과 소외, 그리고 도덕적 우월감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살아남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자와 이들을 단죄하며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여기는 자—그 경계는 결코 명확하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신화에 일관성을 요구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자체가 모호하고 모순 투성이이며 사랑과 잔인함, 비열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죄의 끝"은 현대 사회를 은유적으로 비추는 거울입니다. 소설은 선과 악, 정의와 죄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시대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반영합니다. 혐오와 갈등이 만연한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가 믿는 가치가 얼마나 상대적이고 가변적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작중 너새니얼의 여정을 따라가며, 다음과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가치는 과연 불변의 것인가?”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작가는 멸망한 세상의 끔찍한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아름답고 시적인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작품 속 디스토피아는 파괴된 물리적 공간의 상징만이 아니라, 인간성이 무너진 정신적 공간을 은유합니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도 너새니얼의 메시지와 그의 행적은 작지만 중요한 희망의 불씨를 제시합니다.

📌“세상이 이런 식으로 되었어도 우리는 그냥 우리로 있을 수밖에 없어.”

너새니얼의 이 말은,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본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오늘날, 우리는 작품 속 너새니얼처럼 자신이 믿는 선과 악의 기준을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합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며, “우리는 어떤 가치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식인을 정당화하거나 이를 구원으로 포장하는 이야기는 작가가 의도한 핵심이라 생각됩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 인간으로서 남아 있으려는 노력을 지속합니다. 생존을 위해 인간성을 희생해야 하는 세상에서, 독자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과 윤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싶다면, "죄의 끝"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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