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에 불을 지르고 -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전강산 지음 / &(앤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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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성장이라는 단어에 짓눌려 있는 청춘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랍니다.
"내가 정말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요?"


전강산 작가는 젊은 창작자와 현실의 고통을 진솔하게 그려내며, 특히 꿈을 쫓는 이들의 내적 갈등과 사회적 압박을 섬세하게 조명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작가입니다.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 청춘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전강산은 성장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무게와 강요를 탐구하며, 청춘에게 필요한 것이 성공을 향한 성장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그는 예술적 열망과 경제적 필요 사이에서 흔들리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좌절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돼지우리에 불을 지르고"는 영화 감독을 꿈꾸는 젊은 창작자의 초상을 통해,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치열하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달픈 현실을 생생히 그려낸 작품입니다. 꿈과 현실의 간극에서 헤매는 주인공 나연은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상징적 존재로 느껴집니다. 이 소설은 예술과 현실, 이상과 타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우리가 짊어진 사회적 기대와 내적 고뇌를 치밀하게 파헤칩니다.

작품 속에서 돼지우리와 양돈장은 성장과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닫힌 환경에서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특히 번식이라는 본능에 순응하지 않고 새끼를 죽이며 탈출을 시도하는 94번 돼지는 나연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나연은 성장이라는 명목 하에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압박받습니다. 돼지우리라는 공간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갇혀 있는 현실의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94번 돼지가 나연과 연계되어 보인다. 탈출을 꿈꾸는 94번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 새끼를 낳고 싶어하지 않고, 강제로 낳은 새끼들도 죽인다."

나연과 94번 돼지는 모두 그 우리에서 벗어나길 갈망하지만, 탈출의 길이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는 “성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나연은 영화제에서 단편 영화로 대상을 받았지만, 현실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양돈장 다큐 촬영 보조라는 “생업 전선”이었습니다. 이상을 품고 꿈꾸던 젊은 감독은 이제 돼지우리와 축사의 냄새 속에서 ‘성공의 조건’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 "사료 2.5킬로를 먹으면 1킬로의 살이 찐다는 돼지와 비교하며 절반의 성과를 내는 지도 닥달한다."

작품은 특히 사회적 성공과 성장이라는 압박 속에서 나연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려 하지만, 촬영장에서의 꾸중과 대표의 질타 속에서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품습니다. 작품이 전달하는 성장에 대한 냉소는 특히 진수, 유리와 같은 주변 인물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모두가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이상과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혹한 모습이다.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라고 한다.”
📌“수치심을 주는 방식으로 유리 씨를 성장시키려는 그의 방식이 끔찍하다는 걸 알겠는데…… 나는 그게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돼지우리라는 공간은 성장이라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나연과 유리, 그리고 돼지우리의 돼지들까지 모두가 생산성이라는 논리에 의해 평가되고, ‘더 나아가야 한다’는 요구에 짓눌립니다. 나연은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그녀가 촬영하는 돼지들의 모습은 그녀 자신의 현실을 상기시킵니다. 특히 문제 돼지 94번은 자유를 향한 갈망이 얼마나 좌절되기 쉬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냉소적 현실주의와 희미한 희망의 공존입니다. 나연은 양돈장에서 벌어진 일들과 자신의 무력감 속에서도 자신을 완전히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작가는 인간 본연의 생존 본능과 이상을 향한 열망을 돼지우리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상징 안에 집약하며, ‘우리’라는 존재의 의미를 묻습니다. 이는 나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고 생각됩니다.

"돼지우리에 불을 지르고"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가려진 현대인의 고통과 좌절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당신의 삶에 필요한 것은 성장인가, 아니면 자유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94번 돼지와 나연이라는 두 축을 통해, 탈출과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내적 투쟁을 여실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돼지우리 안에는 본능과 생존만이 남아 있는 전형이다."

성공과 성장을 향한 끝없는 질주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소설은 이 질문을 던지며, 현실의 우리 안에서 꿈틀거리는 인간의 본성과 이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냉소적이지만 정직했습니다. 성장이라는 단어에 갇혀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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