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의 모든 것
김희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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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안전과 통제를 바탕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한가?'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과연 인류는 '247'이라는 이름을 넘어설 수 있는가?

김희선은 인간 욕망과 시스템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날카롭게 그려내는 작가입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장르를 초월한 독창적인 이야기로 독자의 주목을 받은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강렬하고 독창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염병 대응과 공중보건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 논쟁을 근미래적 상상력으로 풀어냈습니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시스템의 정당성과 이에 대한 저항은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화두로 여전히 뜨겁습니다. 작가는 작품에서 팬데믹 시대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통제"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개인의 희생과 그로 인한 사회적 균열을 이야기합니다.


📌“그에게 엄연한 이름이 있는데 만약 김홍섭이라고 부른다면 그렇게도 흔쾌히 그를 우주로 쏘아 보내 격리시키자고 하지 못했겠지.”

이 소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247’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된 인간 김홍섭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며 시작합니다. 그는 한때 평범한 축산연구소 직원이었지만,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 전파자로 낙인찍히며 우주로 격리됩니다. 그의 이름 대신 숫자로 불리는 순간, 그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인류의 위협’으로 간주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시스템이 인간성을 억압하고 부정하는 방식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우리는 과거의 비극을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에는 인류가 바이러스를 먼저 공격하여 물리칠 겁니다.”

소설 속 “247”은 통제와 희생이라는 사회적 논리가 인간의 개별성을 얼마나 쉽게 지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작가는 세계질병통제센터(WCDC)의 정책으로 대표되는 통제의 논리를 중심에 두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희생과 억압을 엿보입니다. 발열자를 색출하는 드론, 불법 해열제 조제, 열 감지 센서를 피하려는 사람들. 이러한 설정들은 안전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대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질병에 걸린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땅에 파묻어버리고, 오염수를 바다에 그냥 부어버리는 몰지각한 인류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아닐까?”

또한 이 대목에서 소설은 팬데믹의 원인 제공자로 동물을 지목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착취하며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는지를 묻습니다. 소설은 박쥐와 돼지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며, 인간이 자연과 생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제시합니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동물을 대규모로 살처분하는 인간의 선택은, 결국 인간 자신에게 돌아오는 재앙으로 귀결됩니다.

소설의 또 다른 강점은 이처럼 진실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247번이 감염자가 된 이유와 경로에 대한 수많은 추측과 이야기는 독자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소설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더욱 불확실성을 드러냅니다. 이는 팬데믹 시기 우리가 목격했던 정보의 혼란과 음모론의 범람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247번에 대한 무수한 증언은 그가 바이러스의 숙주로 태어난 악마였다는 의견부터 희생자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합니다. 이 혼란 속에서 진실은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해석 속에서 만들어진 허구임을 깨닫게 합니다.


소설은 팬데믹 이후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탐구하며, 바이러스의 숙주로 간주되는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합니다. “구제역, 돼지열병” 등에서 동물들을 살처분해온 역사와 247번을 우주로 격리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바이러스를 인간의 외부 문제로만 간주하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희생자를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247의 모든 것"은 팬데믹을 회고하는 소설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지도 모를 또 다른 위기에 대한 상상력입니다. 작가는 ‘공동체’와 ‘인류애’라는 대안을 통해, 독자에게 더 나은 미래를 꿈꿀 가능성을 열어줍니다.247번 확진자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소설은 팬데믹을 지나온 현대사회에 대한 거울입니다. 우리는 공중보건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강요했고, 얼마나 많은 자유를 잃었는가?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정당했는가? 소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격리와 통제가 유일한 해답이라면, 우리는 언제까지 안전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킬 것인가? 안전과 통제, 인간과 자연, 진실과 허구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247번 확진자 김홍섭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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