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적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가로, 1985년 데뷔 이후 100여 권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미스터리,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섬세한 인간 심리 묘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등이 있으며, 이번 작품은 그의 35주년 기념작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에 실제 존재하는 녹나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소설은, 녹나무와 염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판타지적 설정을 이해하면 더 깊이 즐길 수 있습니다. 전편을 꼭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전작에서 레이토가 녹나무의 파수꾼이 되는 과정과 기본 세계관이 설명되므로, 전작을 읽으면 이번 속편의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전통 신사와 염원을 기원하는 문화적 배경을 알고 있다면 녹나무의 역할과 상징성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녹나무의 여신"을 통해 기적의 본질과 삶의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예념은 염원을 녹나무에 새기는 행위이고, 수념은 염원을 되돌려 받는 과정으로, 녹나무의 신비를 매개로 인간 관계와 기억의 의미를 되돌아봅니다. 작가는 이런 '예념'과 '수념'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활용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마음의 흐름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의 염원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며,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이 작품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작품의 중심에는 사람들의 염원과 기억, 그리고 그것을 이어주는 녹나무가 있습니다. 전편에서 절도범에서 녹나무 파수꾼으로 거듭난 레이토는 이번 속편에서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다양한 사건을 통해 기적의 본질에 다가섭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적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알고 싶어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여러 인물과 에피소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리 생각하면 차례차례 잊어 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군요."

레이토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간의 잔꾀를 부리기도 하고 파수꾼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돕는 과정에서 서서히 성장해가는 모습은 깊은 공감을 줍니다.

치후네와 모토야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치후네는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새로운 배움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며, 잠들면 기억을 잃는 소년 모토야는 일기를 통해 자신이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상실 속에서도 삶을 계속해 나가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염원과 기억의 관계를 다룬 장면이었습니다. 염원은 바람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과 현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큰 일'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행복이란 얼마나 단순한 것인가.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소원이 있다면 뭔가 거창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아주 작은 것이다."

모토야가 마지막으로 원했던 매실 찹쌀떡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낸 소소한 순간들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죽음을 앞둔 그의 소원은 결국 단란했던 기억의 재현이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지 않느냐, 인간에게는 미래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소년과 여신의 대화입니다. 이 대목은 우리가 불안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를 묻고, 그 해답이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에 있음을 일깨웠습니다.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이니라. 지금 건전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로써 행복한 것이니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기적이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순간에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미래를 보여주는 여신을 찾는 소년의 여정을 통해, 작가는 '미래를 알고 싶다는 열망'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전합니다.

작가는 긴 호흡의 서사를 빠른 전개와 치밀한 구조로 풀어냈습니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퍼즐 조각처럼 맞물리며 이야기의 흐름에 빠뜨립니다. 전작의 팬이라면 익숙한 인물과 설정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게이고의 문장은 항상 명쾌하고 시각적입니다. 장면을 목격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클라이맥스에서의 반전과 감동은 예상치 못한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염원을 한 번 더 되찾으려면 과거를 잊어야 한다'는 규칙은 우리가 지나간 일을 붙잡으려 할 때의 한계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녹나무가 전하는 교훈은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지금의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의 기적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나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인생에 대한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전작과의 연계성도 훌륭하며, 전편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은 더욱 큰 감동을 안겨줍니다.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끊임없이 길을 헤매는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서로에게 선의를 베풀고, 함께 마음을 나눌 때, 우리가 '기적'이라 부를 만한 순간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이들에게 단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면, 기적은 어디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적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