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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평점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앤서니 호로비츠는 영국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로, 추리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드라마 각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듭니다. 고전 탐정 소설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능숙하며, '셜록 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앨릭스 라이더 시리즈' 등 다수의 히트작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BBC와 ITV에서 제작한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설의 제목과 내용은 영국 동요 "Seven for a Secre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소설 속 사건의 전개와 비밀을 암시하며 작품에 독특한 상징성을 부여합니다.
호로비츠는 고전 탐정 소설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구조를 더해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맥파이 살인 사건"은 독특한 내화(內話)와 외화(外話)로 구성된 액자식 소설입니다. 1950년대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과 현대 출판계에서 일어난 소설가 앨런 콘웨이의 의문스러운 죽음이 서로 얽히며 전개됩니다.
내화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영향을 받은 탐정 아티쿠스 퓐트가 등장해 시골 마을의 범죄를 수사하고, 외화에서는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가 사라진 원고와 앨런 콘웨이의 죽음을 조사합니다. 두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점차 서로를 비추며 강력한 내러티브를 완성합니다.
호로비츠는 탐정 소설의 전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소설 곳곳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고전 작가들에 대한 오마주가 숨어 있습니다. 특히, "맥파이 살인 사건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향한 은밀한 오마주가 최소한 대여섯 군데는 들어 있다"는 표현은 작가의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작품 속 탐정 아티쿠스 퓐트는 유대인으로, 사회적 편견과 싸우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수전이 앨런 콘웨이의 미완성 원고를 읽으며 사라진 결말과 작가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은 또 다른 현실적이고 긴박한 미스터리로, 독자는 두 사건을 동시에 추적하며 교차하는 단서들을 통해 두 세계가 연결되는 방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형식은 호로비츠의 작품을 장르 소설에서 탈피하게 만듭니다. 독자는 사건의 퍼즐을 맞추며, 책 속의 책을 읽는 기묘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 마리면 슬픈 일이 생기고, 두 마리면 기쁜 일이 생기고…”로 시작되는 동요는 살인 사건의 상징적 구조를 이끌며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반면, 현대의 수전 이야기는 출판계의 현실, 작가와 작품 간의 애증 관계, 현대 사회의 디테일 등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독자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 “탐정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인가?”는 독자 스스로 이 장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도록 유도합니다.
📌“탐정 소설의 핵심은 진실이다. 불확실로 가득한 세상에서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되는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자동적으로 속이 시원해지지 않는가.”
이야기의 모든 단서는 독자에게 명시적으로 제공되며, 이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고전 작가들의 특징을 계승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이중 구조로 인해 독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과 답을 추적해야 합니다. 호로비츠는 탐정 소설이란 본질적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임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결말에 이르러 모든 조각이 맞춰질 때의 카타르시스는 이 책이 왜 뛰어난 추리 소설로 평가받는지 확실히 증명합니다. 또한 앨런 콘웨이가 자신의 창작물과 갈등하는 모습, 그리고 수전이 작가의 죽음을 조사하며 발견한 인간적인 고뇌는 이 책을 한층 풍성하게 만듭니다. 특히, "작가는 왜 자신의 탐정 캐릭터를 미워할까?"라는 질문은 작가와 캐릭터 간의 복잡한 이야기에 철학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앤서니 호로비츠는 "맥파이 살인 사건"을 통해 작가와 탐정,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정한 게임을 제안합니다. 그는 이야기 곳곳에 결정적인 단서를 숨겨두고, 독자가 이를 발견하도록 유도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모든 답이 이미 책 속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낀 긴장은 현실과 소설, 두 사건이 어떻게 얽히고설켜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놓친 진실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의 묘미입니다.
미완성 원고의 결말을 찾고자 편집자에서 탐정으로 변신한 수전의 여정은,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 책은 고전 추리 소설 팬들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독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하며, 탐정 소설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풍부하고 매력적인지를 재확인시켜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고전적인 탐정 소설의 향수와 현대적 서사의 세련미가 결합된 이 책은,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필독서가 될 것입니다. 앤서니 호로비츠는 장르적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을 더해,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 주었습니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