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멜리아 싸롱
고수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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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작가는 '선명한 사랑', '마음 쓰는 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등으로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오랜 기간 글쓰기와 독서 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온 작가는,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치유의 가능성을 "까멜리아 싸롱"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출간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으며 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작가는 사람들이 지친 삶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또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가진 상처와 치유의 갈망이 서로에게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중천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며 자신을 되찾고, 서로의 존재를 따스하게 인정하는 것이 소설의 메시지입니다.

"까멜리아 싸롱"은 한국의 사후세계 문화와 49일이라는 전통적 상념을 엮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또한, 문학적 판타지와 휴머니즘을 결합하여 현대적인 방식으로 죽음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죽음을 마주하는 책들은 현대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인생의 본질을 사유하는 성찰을 가져다주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물하는 신비로운 공간, 까멜리아 싸롱을 배경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겪는 작은 기적과 따뜻한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대 삼아, 결국 우리의 삶을 구원하는 것은 인간 사이의 온기와 소소한 일상임을 보여주며 ‘함께 나누는 일상이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고아로 자라며 돈이 곧 행복이라 믿는 백화점 직원 진아, 삶을 대충 정리한 후 벽돌 가득 배낭을 들고 겨울 바다에 뛰어들려던 복희, 전쟁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 행복을 두려워하는 경비원 창수,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던 10대 소년 지호. 이들은 저마다의 고통을 가슴에 품고 삶에서 도망쳐 오던 중, ‘이승과 저승 사이 중천’이라는 공간에 위치한 까멜리아 싸롱으로 인도됩니다.

싸롱에서 만난 직원 여순자와 지원우, 이수와 두열은 49일 동안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나지막이 인생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이를 통해 망자들은 자신이 무심히 지나쳤던 인생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깨닫게 되고, 타인과 나누는 삶의 따뜻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기게 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에게 삶의 의미를 탐구할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나온 시간 속의 기쁨과 슬픔이 서로의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잔잔하게 일깨워줍니다.



📌“나는 고아예요. 내가 나를 키웠어요. 난 고아(孤兒)가 아니라 고아(高雅)한 인간이에요.”

➡️ 자신의 상처를 고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 말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삶 속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소중한 존재로 여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단 하루라면, 나는 웃으면서 보내고 싶어. 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구할 수 없다면,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도 구하고 싶어.”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도 없고요. 당장 쓸모없다 여겨지는 것들도 훗날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평생 한 사람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그럼에도 첫눈에 서로를 꿰뚫어 알아보는 순간이 있지.”

➡️ 이와 같은 구절들은 삶과 죽음,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어떤 이는 그 하루를 통해 소중한 사람을 구하고 싶어하고, 어떤 이는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린 삶에서 쓸모를 찾으려 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품은 이 따스한 대사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가르침이 됩니다.



까멜리아 싸롱이 대화를 통해 사람들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는 점은 소설의 큰 매력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진정으로 바라봐주는 시간이 쌓이며, 등장인물들은 나지막한 격려와 진심어린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회복시킵니다. 이는 독자에게도 가까이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며, 일상 속에서 쉽게 간과하는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작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시간임을 부드럽고도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책 속에서 유이수가 죽음의 순간에 대한 고백을 통해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매일을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전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또, ‘천사가 지나가는 침묵’의 시간을 이야기하며 삶의 고요 속에서 서로를 깊이 바라보고 헤아릴 필요가 있음을 전달합니다.

죽음 앞에서 떠올리는 인생의 장면들은 우리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도록 하고,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매일을 사랑으로 채우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특히 ‘마지막이 되기 전, 오늘 하루만이라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면, 그 하루가 빛나는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구절은 죽음을 마주한 망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까멜리아 싸롱"은 대책 없이 다정한 온기와 함께 막막한 삶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소설입니다. 고수리 작가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건 거창한 구원이 아닌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하는 일상임을 보여줍니다. 소설 속에서 인간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울고, 따뜻한 차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됩니다.

책 속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소설은 우리에게 오늘 하루를 진정성 있게 살아가라는 다정한 격려를 건네며, 더불어 삶의 중간중간에 나 자신과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 볼 것을 권합니다.

작가는 삶이 반복되는 일상이라 해도 서로 나누는 대화와 친절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주인공들은 49일간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고 위로를 받으며, 서로의 인생을 이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진아와 원우의 대화, 이수와 지호가 나누는 진솔한 순간들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공감과 연결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합니다.

소설은 우리에게 오늘 하루를 진정성 있게 살아가라는 다정한 격려를 건네며, 더불어 싸롱에서의 49일이 마무리될 때쯤, 우리 또한 다시금 삶의 온기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세상에 쓸모없는 인연도 없고, 무의미한 만남도 없다는 진리를 잔잔하게 깨달을 것입니다. 또한 일상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순간에 스며 있는 진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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