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왕 - 제1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큰곰자리 고학년 1
곽영미 지음, 해랑 그림 / 책읽는곰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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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왕"은 인간의 보호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달’의 이야기입니다. 진돗개 엄마와 들개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달은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와 책임이 공존하는 야생으로의 모험에 뛰어듭니다. 이 여정을 통해 달은 아빠의 욕망이 아닌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으며 성장해갑니다.

곽영미 작가는 생명과 자유, 그리고 주체적인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동화를 통해 어린이 독자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해온 작가입니다. 이번 작품 "들개왕"은 제1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 동화 부문 대상작으로, 해랑 작가의 그림과 함께 독자들을 강렬한 서사와 아름다운 삽화의 세계로 이끕니다.



작가는 들개의 시선을 빌려 주체적인 삶과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작품은 부모와 사회의 기대와 통제를 넘어 스스로의 길을 찾는 주인공의 성장을 통해, 자유의 본질과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인간의 보호와 야생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개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가 겪는 정체성과 자아에 대한 고민을 대변합니다. 달은 인간이 주는 편안한 삶을 알고 있으면서도, 야생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는 안정과 자유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작품은 달이 점차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립니다. “들개왕”을 만나고 그의 노래를 듣는 꿈은 달이 아버지의 욕망을 대신 짊어진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여정의 끝에서 달이 부르는 노래가 ‘들개왕의 노래’가 아닌 ‘자신의 노래’라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이는 달이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주인공 달은 반려견과 들개의 경계에 선 존재로, 안락한 삶과 야생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섭니다. 달이 '들개왕'이라는 아빠의 이상을 좇아 야생으로 뛰어드는 과정은, 단순히 생존 기술을 배우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내적 여정이었습니다. 이는 어른의 통제와 보호 속에서 자라던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순간을 은유하며, 독자에게 삶의 주체가 된다는 것의 어려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합니다.

달이 홀로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순간, 검정고양이 빛과의 만남은 전환점이 됩니다. 빛과 달의 관계는 서로 다르면서도 조화를 이루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우정을 통해 두 캐릭터는 성장합니다. '달빛'이라는 조합처럼 둘의 유대감은 깊이 있게 그려지며, 이는 어린 독자들이 친구와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의미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작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달과 검정고양이 ‘빛’의 우정입니다. 빛은 야생에서 살아가는 법과 자유의 대가를 달에게 알려주는 스승이자 동반자입니다. 종이 다르지만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 의지하는 두 캐릭터는 독자들에게 우정과 연대의 의미를 상기시킵니다.

빛은 달이 첫 사냥에서 죽음의 무게를 깨닫도록 도와줍니다.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아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달은 비로소 삶과 죽음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이해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단순히 야생의 법칙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삶의 무게와 책임을 받아들이는 성장의 과정을 상징합니다.

특히 빛이 “이제 너는 훌륭한 사냥꾼”이라며 달을 인정해주는 순간은, 달의 자립을 상징하는 강렬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달은 아빠의 꿈이 자신의 꿈이 아님을 깨닫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나 사회의 기대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아이들의 고민을 대변합니다.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어. 그리고 천천히 노래를 불렀어. 들개왕의 노래가 아닌 나의 노래를.”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강렬한 선언으로, 남의 욕망이 아닌 자신의 길을 선택한 달의 성장과 자유를 상징합니다.

"떠돌이라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든 머물 수 있지. 내 집은 내가 정하는 거야."

자유의 본질과 주체성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자유란 장소와 형식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삶이라는 메시지가 돋보입니다.

"너는 그 개를 닮았어. 푸른 반점이며, 꿈꾸는 눈빛까지."

달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빠의 그림자를 딛고 나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을 암시합니다.



반려견인 엄마와 떠돌이 들개인 아빠의 상반된 선택은, 안정과 자유의 양가적인 가치를 상징하며 달의 고민을 더욱 선명하게 합니다. 달의 아빠가 들개왕을 찾기 위해 가족을 떠나고, 달 역시 울타리를 넘어서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자유에 대한 열망을 상징합니다. 반면, 인간은 개들에게 안전과 먹이를 제공하는 대신 통제와 복종을 요구합니다. 이는 사회와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처럼 들개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길들여진 존재가 느끼는 불편함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아빠의 들개왕에 대한 집착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전가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책 속의 인간들은 달에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며 대가를 요구하거나 이름을 통해 달을 소유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아이들이 가족과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들개왕과의 조우가 아닌 스스로의 노래를 찾는 달의 모습은, 다른 이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걷는 용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작품은 자유와 야생의 매혹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길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들개의 세계를 통해 삶과 죽음, 우정과 상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그려내며, 어린 독자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달의 여정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통제와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고민을 투영합니다. 야생의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 그리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담은 이 책은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을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또한 어떤 울타리도 넘을 수 있는 힘과, 주어진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지혜를 선사하는 작품으로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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