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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ㅣ 웅진 세계그림책 270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훤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평점 :
💡삶의 모든 반대는 사실 하나의 경험 속에서 만나고 연결된다.
앤서니 브라운은 수많은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품을 선보여 온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일상적인 소재를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며,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관계를 유인원들의 보편적 이미지를 통해 시각화합니다. 이번 작품 역시 감정과 반대 개념을 다채롭게 표현하며,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는 반대말 학습을 넘어, 삶의 다양한 측면이 어떻게 서로 맞닿고 연결되는지를 궁구하는 철학적인 그림책입니다. 고릴라와 원숭이 등 다양한 유인원의 모습 속에서 나이, 감정, 관계 등 반대되는 것들이 실은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정답 대신 열린 해석을 통해 독자에게 사유할 기회를 선사합니다. 이를 통해 삶의 양면성을 이해하는 과정은 어린 독자에게 정서적 성장을 도와주며,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유연한 사고를 길러줍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삶의 다양한 감정과 개념이 정반대에 놓여 있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예를 들어, 슬픔과 행복이 반대일지라도 때론 동시에 느껴질 수 있고, 나이가 들고 젊어지는 것도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이 책을 통해 편견 없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정답을 찾기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책은 "늙음과 젊음", "혼자와 함께", "슬픔과 기쁨"처럼 반대되는 개념을 나열하며 그들이 과연 진정한 반대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한때 커다랗게 느껴졌던 고릴라가 시간이 지나 작아 보일 수 있는 것처럼, 반대의 의미는 우리의 경험에 따라 변화합니다.
책을 읽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반대의 반대가 때로는 닮은 것일 수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삶은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재된 감정과 경험의 연속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슬픔 속에서도 기쁨이 깃들 수 있고, 혼자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함께일지도 모른다는 이 문장은 독자에게 삶의 다층적인 면모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합니다.
“가끔 슬픔이 몰아치지만, 행복해서 웃음이 새어 나올 때도 있어요.”
감정의 양면성을 잘 표현한 이 문장은, 슬픔과 기쁨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시적으로 표현합니다.
“때로는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나요? 주변을 둘러봐요. 함께일지도 몰라요.”
외로움과 연대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혼자라는 감정조차 관계 속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반대의 반대는 닮은 걸지도 몰라요.”
모순적이지만 진리에 가까운 이 문장은, 서로 다른 개념들이 결국 같은 본질에 닿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캐릭터는 사람과 닮은 동물로서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각기 다른 고릴라와 원숭이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 감정의 깊이, 그리고 관계가 주는 복잡성이 담겨 있습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유인원들은 나이, 성별, 감정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는 같은 선 위에 있으며 서로 닮아 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책은 반대말을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질문으로 다가옵니다. 번역가 이훤 시인 역시 정답을 제공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히며, 책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반대의 의미를 고민하도록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슬픔과 기쁨이 서로 대립하는 감정이 아니라 같은 순간에 공존할 수 있다는 발상은 독자에게 유연한 사고와 감정의 복잡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길러줍니다. 이는 어린 독자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큰 깨달음을 줍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삶의 무게와 가벼움, 혼자와 함께함 같은 상반된 개념들이 사실은 조화를 이루며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삶에서 모든 순간이 필요하며, 각 경험이 서로를 보완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어쩌면 반대의 반대는 닮은 걸지도 몰라요”라는 구절은 독자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삶의 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된 하나의 흐름이라는 깨달음은 우리에게 관용과 이해를 강조합니다.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는 반대말을 배우는 교육적 도구를 넘어, 감정과 상황의 다층적인 면모를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섬세한 그림과 철학적인 문장은 삶의 다양한 순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지혜를 선물합니다.
고정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 대신, 독자들이 스스로의 해답을 찾아가도록 이끄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반대 속에서도 같음을 발견하는 시선, 변화를 포용하는 열린 마음을 지니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에서 마음의 유연함을 선물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