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 SF와 인류학이 함께 그리는 전복적 세계
정헌목.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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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목과 황의진은 인류학자로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연구하며 대안적 사고를 촉진하는 글쓰기를 시도해왔습니다. 이들은 SF와 인류학의 접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타자와 미래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또한, ‘가상 민족지’라는 창의적 글쓰기를 도입해 독자들이 SF를 인류학자의 눈으로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책을 보다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세가지 정도의 배경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인류학은 타자의 문화를 탐구하며,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보도록 돕는다. SF는 상상 속 세계를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실제 인류학자가 현장 연구에서 작성하는 민족지를 SF 속 세계에 적용해, 그 사회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형식입니다. 이 책에서는 '어둠의 왼손'과 '시녀 이야기'의 세계를 가상 민족지로 다시 씁니다. 타자와의 마주침은 인류학과 SF 모두의 핵심 주제라는 점입니다. 타자를 이해하는 방식은 인류의 미래와 새로운 윤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SF와 인류학의 결합이 어떻게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모색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현실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의 상상력을 북돋우고자 합니다. 특히, 젠더, 환경, 국가, 계급 등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과 소수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독자들이 타자와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재고하도록 유도합니다.

정헌목과 황의진의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는 인류학과 SF라는 두 분야의 접점을 탐구한 독창적인 책입니다. 인류학의 현실 탐구와 SF의 상상력이 세상을 재해석하고 대안적 미래를 구상하는 공통된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책은 한국과 세계의 다양한 SF 작품을 인류학적 시선으로 다시 읽으며, 독자들에게 낯선 현실과 새로운 시야를 제공합니다.

인류학과 SF는 낯선 것과의 마주침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인류학이 타문화의 연구를 통해 자문화를 성찰하듯, SF는 비현실적 세계를 상상하면서 현실을 비틀어 보게 합니다. 이 책은 두 분야가 어떻게 현실의 통념을 깨고 대안적 상상을 자극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들은 SF가 미래를 다루는 픽션이라면, 인류학은 미래를 위한 논픽션이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은 두 분야의 역할과 관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SF가 독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제시한다면, 인류학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제공하며 우리가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는 ‘타자’, 젠더, 불평등, 생태 위기와 생식의 문제를 중심으로 SF 작품 8편을 인류학적 시선으로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을 젠더 인류학과 연결하며 성별 이분법에 대한 비판을 시도하고,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를 통해 남성 임신이라는 설정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생식의 인식을 모색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단순한 분석에 그치지 않고, SF와 인류학이 만날 때 가능해지는 새로운 이해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솔라리스는 타자에 대한 이해의 한계를 탐구하며, 타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의 한계와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시녀 이야기에서는 극단적 가부장제를 다루며 출산과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가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성찰합니다. 파견자들에서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의 변화가 비인간 존재와의 공생을 탐색하게 하는 인류학적 통찰로 이어집니다.

책은 SF 작품에 담긴 상상력을 단순한 허구로 치부하지 않고, 그 속에서 우리 현실을 재구성하고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황의진은 '시녀 이야기'와 '어둠의 왼손', '킨'의 배경을 마치 인류학적 현지 조사 결과처럼 재구성합니다. 이 실험은 독자들에게 인류학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시녀 이야기'의 길리어드 사회를 분석하며, 시녀들의 기억과 저항이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이는 인류학 연구자가 억압된 사회에서 개인의 작은 저항을 기록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글쓰기는 인류학과 SF를 창의적으로 결합한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또한 기후 위기와 비인간 존재와의 공존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파견자들'과 같은 작품을 통해, 범람체와 같은 비인간 존재들과의 공생이 요구되는 미래를 그립니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 AI의 부상으로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자기 중심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류학적 시각에서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작업은, 지구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태도를 제안합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다양한 존재와의 공생을 모색하는 새로운 상상력입니다.

특히 인류학과 SF가 대안적 상상을 위한 필수적인 원천이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어슐러 K. 르 귄의 유토피아적 상상을 인용하며, 애매하고 모호한 방식의 유토피아를 제안합니다. 이 유토피아는 진보와 성장이라는 단일한 방향성에 기대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포용하는 열린 상상입니다.

책의 끝부분에서는 '세상은 더 많은 착한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현실의 불평등과 고립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지금과는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상상을 실현하는 일의 중요성을 상기시킵니다. 이 메시지는 오히려 사회적 변화를 위한 상상력과 실천의 출발점을 제시하는 강력한 주장입니다.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는 인류학적 통찰과 SF의 상상력이 결합될 때 열리는 가능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두 인류학자는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는 세계를 낯설게 만들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도구로 SF를 사용합니다.

책은 현실과 미래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도전적인 작업입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타자들과의 공존과 연대를 모색하고,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인류학과 SF라는 두 분야가 만나 펼쳐내는 통찰은,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삶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현실에 지치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이들이라면, 이 책이 던지는 착한 이야기의 힘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동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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