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법추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허하나 옮김 / 폭스코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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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리쓰토는 일본의 현직 변호사로, 법률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법정 추리와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다루며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작가는 법률을 통해 일상 속 복잡한 갈등과 현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합니다. 또한 청춘들의 갈등과 성장을 그리며, 법이 단순히 규범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육법추리"는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일상 속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법률 동아리 ‘무법률’을 무대로 펼쳐지는 사건들은 단순한 추리를 넘어, 사회적 문제와 인간관계의 복잡함까지 다루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법의 냉혹함과 청춘의 열정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포착하며, 동시에 두 주인공 고조와 도가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긴장감과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법조인 가문에서 자라 법을 냉철하게 다루는 고조는 동아리의 유일한 운영자입니다. 무법률은 교내에서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상담을 제공하지만, 그의 법률적 원칙과 냉정함은 상담자들에게 종종 냉혹하게 다가갑니다.

‘법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다’는 고조의 신념은 무법률 동아리 운영 방식에 그대로 투영됩니다. 고조는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정답을 찾으며 감정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무료라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경고처럼, 그는 상담자의 감정보다 법적 정의를 중시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고조의 냉철함은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는 끝내 독자들에게 신뢰를 줍니다.

이런 고조에게 나타난 조수 도가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인물입니다. 얼핏 무례해 보이지만 탁월한 직관력을 지닌 도가는 고조의 냉정함과 균형을 맞추며 콤비의 시너지를 완성합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시각과 사고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청춘 특유의 에너지와 성장 과정을 보여줍니다. 고조는 조금씩 변화하며 법률적 사고에 인간미와 직관이 더해진 추리를 펼쳐갑니다. 도가의 엉뚱하고 직관적인 발상은 고조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고, 서로 다른 두 인물이 콤비로서 성장하는 과정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책의 각 단편은 현실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룹니다. ‘사고 물건’을 둘러싼 의문으로 시작되는 첫 사건을 비롯해, 리벤지 포르노 문제와 독친(毒親) 문제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무거운 주제들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법과 인간의 심리가 얽히는 복잡한 지점을 탐구하며, 법률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계에 대해서도 성찰합니다.

예를 들어, ‘정보문신’에서는 리벤지 포르노 사건이 등장합니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고조와 진범을 잡아 복수를 원하는 의뢰인의 갈등은 법적 정의와 감정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악의에 상처받고, 말없이 참고 견디는 동안은 불쌍한 약자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고 맞서는 순간, 비판에 노출된다.”

리벤지 포르노 사건에서는 동영상 유포자의 법적 처벌이 어려운 현실이 드러납니다. “도촬한 동영상의 원범과 이를 퍼뜨린 범인이 다르다”는 지점은 법이 모든 피해를 완벽히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한계를 시사합니다. 이처럼 작품은 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법적 도구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회의 이면과 현실적인 갈등을 파헤치는 동시에, 청춘의 고민과 성장을 놓치지 않는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각 단편 사이에 삽입된 ‘막간’ 부분은 작품의 큰 흐름을 이어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고조의 법조인 가족과 그의 개인적인 고민이 소개되면서, 주인공이 왜 법을 다루면서도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고조는 판사인 아버지, 변호사인 어머니, 검사인 형이라는 뛰어난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합니다.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법률서는 얼추 다 훑어보았지만, 주말의 가족 토론에서는 방관자 역할을 일관했다.”

💬이 막간은 고조가 법을 단순한 ‘기계적 논리’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의 성장을 부드럽게 이끌어줍니다. 또한 형과의 미묘한 갈등과 부모의 따뜻한 응원은 흔한 법조 가족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도가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의 톡톡 튀는 발언과 엉뚱한 행동은 이야기에 유머를 더하고, 사건의 긴장감을 완화시켜줍니다. 예를 들어 “코코아와 함께 나타났죠?”라는 대사는 단순한 농담 같지만, 무거운 사건 속에서 독자가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합니다.

📌“저는 사고 물건에 살고 있는데요….”

이처럼 다소 무거운 이야기도 독특한 유머와 경쾌한 말투를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냅니다. 마지막 단편에서는 도가의 커닝 사건과 무법률 동아리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며, 콤비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남깁니다.

고조와 도가의 관계는 협업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청춘의 우정과 도전을 상징합니다. 두 사람은 법률을 통해 사건을 해결할 뿐 아니라, 각자의 인생에서도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합니다.

작품은 냉철한 법률적 사고와 감정적 이해의 경계에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고조는 감정을 배제한 법률 기계로서 사건의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만, 도가는 때로는 감정을 앞세워 사건을 해결하려 합니다.

두 사람의 상반된 태도는 법과 감정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합니다. 고조는 법적 승리를 위해 감정적인 접근을 포기하지만, 도가는 상대와의 교감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습니다. 이는 법이 무조건적인 정답이 아님을 암시하며, 법률이 사람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육법추리"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법의 시각으로 풀어가면서도,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는 작품입니다. 고조와 도가의 이야기는 법과 정의가 반드시 냉혹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청춘들의 성장과 좌절을 함께 그려냅니다.

이 작품은 법의 논리와 인간의 감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청춘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한 진솔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유쾌하지만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법을 넘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발견하게 됩니다.

법과 정의,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청춘의 고민과 성장에 공감하는 이들에게도 강력하게 추천드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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