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50분 이상 걷고 있다. 50분으로 설정한 이유는, 1시간은 뭔가 꽉차고 부담되는 분량이라 갑갑함이 들어서 내게 약간의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하루도 빼먹지 않게 하려는, 주저함을 합리화하는 나의 뇌를 속이는 방법이다. 계획은 50분이지만 실제로는 1시간 이상씩 걷는다. 50분 걸었는데 10분 추가는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옷챙겨입고 밖으로 나가는 그 순간이 중요하다. 다른 일에도 이런 실행력을 적용해야하는데 그게 아쉽다.


📖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 신이시여! 당신께서 예비하고 계획하시는 일, 그저 묵묵히 따라 걸어갈 수 있도록 제게 건강한 두 다리만 허락해주십시오.

📖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걷는_사람_하정우 #하정우 #문학동네 #하와이 #Hawaii #걷기 #루틴 #routine #인생 #행복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머리쓰기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탁월한 논리와 정곡을 찌르는 비유로도 물리치지 못한, 그에 대한 수많은 오해들.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사람들.


🎶 세상이 변해갈 때 /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 외동아들이 벌이는 밴드 놀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눈을 피하고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동네 문방구에서 산 멜로디언과 스펀지로 뮤트mute시킨 통기타를 이용해 하룻밤 만에 곡을 쓴다. 불멸의 트랙으로 남을 바로 그 곡 <그대에게>를 말이다.

📖 희망에게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다. 그들은 바로 분노와 용기다. 모든 것이 지금 그대로인 데 대한 분노,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방향으로 그 모든 걸 바꾸려는 용기. #아우구스티누스


#신해철 #강헌 #돌베개 #만사휴의 #무한궤도 #그대에게 #우리앞의생이끝나갈때 #Discography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머리쓰기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산발적으로 날아오는 정리되지 않은 질문이 언젠가부터 익숙해진 편두통을 가중시킨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오히려 불행해지는가?‘ ‘평생 가난을 각오하고도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을 마감하며 그동안 쓴 글을 일면식도 없는 편집자에게 보내는 이의 심정과 그 글을 읽어내는 편집자의 마음은 상상이 가능한 영역인가?‘ 삶의 체취가 결여된 이야기와 표현은 공허하다. 갈 길이 멀다.

🖊 문득 ‘책으로 만나는 저자‘는 편하고 좋은 사람일 수 있지만, ‘인간으로 만나는 저자‘는 피곤한 존재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포함해 모든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필요하다.


📖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그는 ˝당신들은 식당에 가면 계란찜 시키지 마세요. 그거 눌어붙어서 설거지하기 정말 힘들거든요.˝라면서 번역을 하는 동안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가난하지만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다. 그래서 편집자는 작가의 가난을 안타까워할 때가 있을지언정 그들을 동정할 수는 없다. 작가는 우리가 동정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 비밀은 글을 쓰게 한다. 그러므로 진짜 비밀은 없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비밀과 달리 글로 쓰인 비밀은 울음과 비탄을 마침내 정돈해서 담아내는 까닭에 희망을 향해 달린다.

📖 ˝완벽한 세계를 향한 절대주의적 분노보다는 유머와 유연함을 가지고 부조리하면서 추악한 인간 존재의 운명을 파악, 수용해야 한다.˝ #마사누스바움

📖 소설 읽기가 사회정의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읽기는 정의의 미래와 그 전망의 사회적 입법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는 있을 것이다. #마사누스바움

📖 ˝그는 자신의 침묵으로 우리 모두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었다.˝ #보르헤스


#읽는_직업 #이은혜 #마음산책 #편집자 #글항아리 #벽돌책 #침묵 #경청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머리쓰기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꽈배기의 멋 꽈배기 시리즈
최민석 지음 / 북스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소설가시지만 이분의 소설은 읽은 적 없고, 팟캐스트로 목소리만 듣다가 처음으로 읽는 게 이 에세이다. 팟캐스트에서의 쾌활함이 묵독을 하는데도 들리는 환청을 경험할 수 있고, 무엇보다 너무 재밌다. ‘하하하‘가 아니라 ‘낄낄낄‘의 재미다. 글자 또는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좋은 처방약이다. 이 책 출간 당시 4년간 매주 한편씩의 에세이를 꾸준히 양산하는 작가의 성실함이 노동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읽은 소설이 두 권‘, ‘보유한 책 중에 완독한 책이 5%도 안될 것‘이라는 작가의 고백이 내게 희망을 준다.(돈안들이고 남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많고도 많다.) 작가가 페넌트 레이스 기간중 매일 저녁 시청하는 프로야구. 구체적인 팀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 라이벌전에서 매년 진다는 걸 보면 LG트윈스 팬인가보다. ˝올해는 다를 겁니다. 화이팅!˝ 동병상련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P. S 공공장소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이 책을 읽게 되면, 뜬금없이 낄낄대는 모습에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 작가가 가장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는, 그 누구도 부탁하지 않은 글을 위해 스스로 건 최면에 취해 손가락을 움직일 때라는 걸, 나는 경험칙으로 잘 알고 있다.


#꽈배기의_멋 #최민석 #북스톤 #에세이 #독서휴가제 #팟캐스트 #양심의_가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머리쓰기 #글쓰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01-2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팟캐스트를 알게되어 득템한 기분이네용!! 요즘은 그냥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게 좋더라구요~ 감사합니당!!^^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몇 권되지 않지만 장강명의 책(특히 에세이)을 읽으면 ‘참 솔직하구나‘란 생각이 먼저 든다. ‘이런 말을 하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지 않는 사람, 아니 남들이 뭐라해도 흔들리지 않을 용기를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작가로 성공해서 그런 멘탈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사람인 것같아 사실 더 부럽다. 이 나이에도 누군가를 부러워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항상 자신의 생각을 전개시키거나 발설하기 전에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검열하는 나의 습관은 조직인으로 오래 살아온 결과인가, 미움받기 싫어하는 천성 탓인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른) 가수 조용필이나 장강명 작가처럼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픈 사람은 먼저 자유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용기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나는 소셜미디어들도 글쓰기보다는 말하기에 더 가까운 매체라고 본다. 구식 기자인 나는 카드뉴스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다. 대놓고 육하원칙조차 무시하는 이런 물건을, 큰 언론사들이 버젓이 만들어 뿌려도 되는 걸까. 네이버와 다음은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긴 기사를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쓰는 인간들의 영토가 사라지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속성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말하기는 쓰기보다, 듣기는 읽기보다 훨씬 더 쉽고 빠르다. 보다 원시적이고 빠르다.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때 우리는 그것이 읽고 쓰기보다는 말하고 듣기에 가깝다고 여기고, 그런 비언어적 정보가 없으면 어색해한다. 그래서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말하고 듣는 인간들을 위한 매체 환경은 기업들의 천국이다. 깊이 사고하는 사람은 충동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으니까. 때로 읽기와 쓰기는 다른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의미의 세계, 혹은 나 자신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라고 여기기도 한다.

📖 나는 성실히 읽고 쓰는 사람은 이중 잣대를 버리면서 남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반성하는 인간, 공적인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는 약간 무겁고, 얼마간 쌀쌀맞은, 진지한 인간이 될 것이다. 현대사회는 진지한 인간들을 싫어한다.

📖 나 역시 애서가로서 책이 갖는 특별한 물성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애써 그 물성에 맞서려 한다. 부분적으로 최근의 출판 시장이 점점 글이 아니라 물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책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굿즈니 한정판이니 리커버 에디션이니 하면서. 그런 트렌드를 보면서 나는 글쟁이로서 위기감을 느낀다. 나는 책에서 글이 아닌 것에 대한 애정을 의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렇게 책의 변질에 저항하고 싶다.

📖 나는 읽고 쓰는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일관성을 더 추구하며, 그래서 보다 더 공적이고 반성적인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웃을 경멸하는 오만하고 재수 없는 인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내가 그렇다). 그렇다면 왜 읽는가? 왜 쓰는가? 개인적인 답변은 그러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사실 내게 진짜 두렵고 걱정스러운 일은 사람들이 문학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문학과 문학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나는 2000년대와 2010년대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중 하나가 비정규직으로 인한 노동시장 이원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019년 8월 기준으로 748만여 명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면 소설이 아니라 <미생>, <송곳>같은 웹툰이 떠오른다. 그 시기 한국소설은 사소설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_이게_뭐라고 #장강명 #아르테 #읽고쓰는인간 #요조 #팟캐스트 #머리쓰기 #글쓰기 #자유 #용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읽는사람마음에반드시흔적을남기는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01-10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낯익다 싶었는데, 팟케스트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프로그램 이름이었네요~~ 저도 막 말하는(막말하는?ㅋ) 사람 중 한명이라 작가가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네요~ 남들이 뭐라 생각할까를 별로 고민하지 않는데, 저의 경우 자유로서워라기 보단, 제 말에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을거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여 ‘어휴, 쟤는 왜 저래‘라는 평가를 받아도 그걸로 끝이죠. 그게 뭐 계속 가겠습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