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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북라이프
✏˝일주일도 기억못할 책을 왜 읽어?˝라거나 ˝그 책이 네 일에 무슨 도움이 되니?˝라고 자문할때마다 자답하곤 했다. ˝이 책이 나의 업무나 삶을 꾸려가는 기술을 효율적이고 세련되게 만들어주지는 않겠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를 강(強)하고 선(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라고. 그렇게 되면 업무도 삶도 더불어 잘되지 않겠느냐고.
책을 읽는 내내 ‘나도‘라는 말을 연발하고 여백에 ‘me, too.‘라고 적으며 읽었다. 책에 대한 생각, 읽고 난 책에 대해 기억 못하는 머리, 메모하는 습관, 많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불편함, 다른 사람 집에 가면 책꽂이부터 살펴보는 습관, 좋아하는 음악 취향(음악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음악) 등등. 나도 저자처럼 내가 싫지 않다. #정신승리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중국의 시)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때의 나는 기억난다. 사람은 안 변한다지만 이 책들 덕분에 잠깐 동안이라도 변했던 나는 기억난다. 그게 내가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의 어쩌면 전부일 것이다.
📖모든 독서는 기본적으로 오독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오독의 순간도 나에겐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그 책은 나와 교감했다는 이야기니까. 그 순간 그 책은 나만의 책이 되었다는 이야기니까.
📖하나의 사건에 대해 각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진실을 건ㅈ올리는 방식을 좋아한다. 남편은 그것이 역사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라 생각한다.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 자신의 주관적 태도를 고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의무는, 지금, 이곳이다. 내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하여 이 일상을 무화(無化)시켜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의무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나를 위한 공간은 지중해 어디에도 없다고 선언해버린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한 한 그곳에 살아남아 버티면서 멀고 구석진 고장에 서식하는 괴이한 식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내가 결국 도착한 곳은 정신의 지중해였다. 내일의 태양을 기대하지 않는 것, 지금의 이 태양을 남김없이 사는 것. 내 마음가짐에 따라 이곳이 지중해가 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지금, 여기가, 나의 지중해다.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잘 늙고 싶다는 것도 꿈으로서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모든 취업 원서에 ‘잘 늙기‘를 꿈으로 써냈다.
📖나에게 인생을 잘 살 수밖에 없는 기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그 기본기를 키우기 위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고, 뭔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렇게 비옥하게 가꿔진 토양이 있어야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새로운 카피도 쓰고, 새로운 뭔가도 시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계속했으니까 안 거다.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안 거다. 지치지 않았으니까 그 열매를 맛본 거다. 지쳐도 계속했으니까 그 순간의 단맛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이게 뭐가 될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뭐가 될 거라고 기대를 했다면, 꿈에 부풀었다면, 내 손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재능없음에 한탄했을 것이다. 쉽사리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했으니까, 몸에게 시간을 줬으니까, 그래서 결국은 머리의 말을 몸이 알아들은 거니까, 계속하는 거다. 묵묵히 계속 가보는 거다. 시간의 힘을 믿어볼 생각이다. 흙이 내게 알려준 것처럼.
📖쓰고서야 이해한다. 방금 흘린 눈물이 무엇이었는지, 방금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왜 분노했는지, 왜 힘들었는지, 왜 그때 그 사람은 그랬는지, 왜 그때 나는 그랬는지, 쓰고 나서야 희뿌연 사태는 또렷해진다. 그러니 쓴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 중 하나이다.
📖결국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쓰다‘와 ‘살다‘는 내게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다행이다‘라고 쓸 수 있어 진실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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