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어플로 어렵게 구산동도서관마을에 도착했다. 주택가 사이에 숨어있는 도서관은 의외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문앞에서 도서관 관계자로 보이는 분이 출판사에서 오셨냐고 묻는다. 출판사 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냥 독자입니다‘라고 얘기하는 도중에 작가님이 도착했다. (포털에서 본 사진과 팟캐스트에서 들은 목소리를 토대로 한)예상보다 많이 왜소했다. 이런 강연은 처음이라 모든게 설레고 내가 강의자도 아닌데 떨리기까지 했다. 개관한지 2년이 되었다는 예쁜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고 좋은 자리(맘이 편한 중간 자리에 앉는 것은 학생때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회사에서도 중간쯤에 앉고 싶은데...)에 앉기 위해 (‘청소년 힐링 캠프‘란 이름의)강의장으로 들어갔다. 뭐니 뭐니해도 힐링이 가장 필요한 세대는 청소년이리라. 모두 50여명의 독자를 앞에 두고 미리 받아둔 질문에 작가님이 대답하는 형태로 진행된 강연의 주요 내용은 ‘작가가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출판계가 어렵지만 인세, 강연, 영화나 드라마 판권 등으로 스토리/컨텐츠에 대안 수요는 무궁무진하니 용기를 내시라‘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등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독자에게 ‘써야하는 사람은 써야한다‘는 조언을 하시며, 등단이나 성공을 목표로 하여 부담갖지 말고, 쓰는 것에 욕망이 있는 분은 글을 그냥 계속 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 아니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더불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데 그 선택의 기준을 ‘무엇이 비전있고 좋을까‘로 잡으면 항상 나보다 잘해내는 사람이 있어서 실망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하시면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그 욕망이 이끄는 길‘을 걷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강연후 가지고 간 책(5년 만에 신혼여행)에 사인을 받으며, 준비해 간 질문도, 함께 사진찍자고도 못하고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말만 겨우 건넸다. 그나마 악수를 청한 것이 내가 가진 최대한의 용기였다. 잡은 손에 다른 곳에서 다른 의미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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