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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평점 :
[마음 쓰기]
●로쟈 이현우의 두번째 책. 첫번째 책(로쟈의 인문학 서재)이 어려워 포기하고 책장을 장식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저자의 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다행히 진도가 나가서 그것만으로도 기쁨을 느꼈다.
●서평집 또는 책소개 책을 읽을 때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 직접 책을 읽어보지 않고도 책 읽은 것같은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리라.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요즘 인기있는 뉴스(드라마나 예능처럼 뉴스를 꼬박 꼬박 챙겨보는 이 시대가 정상은 아니다. 확실히)의 멘트처럼 나도 이 책과 함께 ‘한걸음 더 들어가‘야한다.
●이 서평집은 다른 이들의 서평집과 달리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저자의 시각과 논리를 드러냄으로써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교본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평하는 책들의 오타와 오역등을 세세히 지적하는 모습에서 다시금 ‘책을 쓴다‘는 행위에 대한 엄중함을 느낀다.(참고로 270쪽의 중간 쯤에 나오는 ‘말할 수는 어렵다는 것이‘는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의 오타, 279쪽의 ‘대답집‘은 ‘대담집‘의 오타인 것같다.)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구분‘하는 서평의 정의에 맞게 저자가 읽어볼 만하다고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언급한 책중에 내가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미 읽은 몇 안되는 책은 제외하고) : 청춘을 읽는다(강상중, 돌베개), 재일 강상중(강상중, 삶과꿈),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 여름언덕),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고미숙, 그린비), 장정일의 공부(장정일, 랜덤하우스), 몸으로 하는 공부(강유원, 여름언덕), 책 읽는 뇌, 서사철학(김용석, 휴머니스트), 외투(고골),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석영중, 예담), 자전거 여행(김훈),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의 독서일기 1~7, 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 러시아 미술사(이진숙, 민음인), 슈퍼노멀(재스퍼 모리슨, 후사카와 나오토, 안그라픽스), 4천원 인생(안수찬 외, 한겨레출판),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도정일 외, 휴머니스트), 오만한 제국(하워드 진, 당대), 제1권력(히로세 다카시, 프로메테우스), 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 한길사)
[밑줄 긋기]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여러 권‘이 필요하다.
●강상중의 ‘청춘‘은 ‘미숙하고 서툴더라도 진지하게 무언가를 찾아서 계속 방황하는 마음‘이다(그래서 나이가 어린 ‘젊음‘과 구별된다.). ‘고민하는 힘‘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여전히 청춘이다. 나이를 먹더라도 청춘의 문제의식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하는 ‘청춘적 원숙함‘을 지녀라. ‘인생은 한 갑 성냥을 닮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어리석다.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아쿠다가와 류노스케).
●중요한 것은 책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얘기를 하는 것, 혹은 책들을 통해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인간의 인간다움을 규정해주고 인간과 동물 간의 차이를 지정해주는 종차라는 것이다. 그러니 출세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존재와 자존을 위한 공부다. 자신이 배운 것, 자기가 옳다고 공감하는 것을 실천•실습할 때, 곧 가르칠 때의 기쁨이 ‘학습‘의 기쁨이다. 이 때문에 ‘학습‘은 혼자만의 ‘공부‘로는 얻을 수 없는 ‘배움의 변증법‘을 달성한다. 물어서(問) 배우고(學) 이를 실천(習)하라!
●다른 삶과 다른 사회를 꿈꾸려는 근원적인 충동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점, 그리고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과 삶의 의미를 찾는다.
●지식인의 위치는 더 이상 모호하지 않으며 각각의 지식분자들은 지배계급이나 피지배계급으로 분류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약자‘가 아닌 지식인, 혹은 ‘약자‘가 아니고자 하는 지식인이 득세할 때 ‘지식인의 시대‘는 종언을 고한다.
●고전은 한 번 읽고마는 작품이 아니라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여러 해설과 강의들은 이러한 ‘다시 읽기‘의 길잡이이자 자극제가 되어준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돈이 모든 걸 대신할 수 있는 세상은 노예들의 세상이다.
●행복은 나비와 같다. 잡으려 하면 항상 달아나지만, 조용히 앉아있으면 너의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주홍글자」저자, 호손)
●개발과 풍요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대책없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은 최빈국의 하나인 방글라데시 국민의 행복지수가 언제나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입증된다.
●다윈주의 좌파는 인간 본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그러한 바탕에서도 상호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 구조를 만들고 경쟁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목표를 향해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약자, 빈자,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설 수 있다고 믿는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 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엄마 걱정」, 기형도)
●내가 한 권의 낯선 책을 읽는 행위는 곧 한 권의 새로운 책을 쓰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읽는 모든 책의 양부가 되고 의사pseudo 저자가 된다. 막연하나마 어린 시절부터 지극한 마음으로 꿈꾼 것이 바로 이것이다. 독서는 민주사회를 억견과 독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시민들이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장정일)
●강상중 교수에 따르면, 베버의 ‘마지막 인간‘은 더 이상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둔 사람들을 가리킨다. 언어학적 의미를 넘어서 대저 ‘의미‘란 무엇인가? 아니 ‘의미의 의미‘란 무엇인가?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우리‘를 거쳐서 관심과 고려의 범위를 ‘그들‘에게까지 확장하는 걸 뜻하지 않을까.
●문제는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이나 비합리성이 아니다. 모든 것을 상품화할 수 있다는 불가능한 믿음이다. 그런 믿음을 가져온 파행적인 현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
●분명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그 주인이라는 자리는 우리가 주인다운 역할을 해야만, 주인다운 의무를 다해야만 얻을 수 있다.교훈은? 가만히 있으면 진다는 것이다.
●기만이 만연한 시대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이다.(조지 오웰)
●인간이 전쟁에서 짐승도 하지 않을 만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신을 믿기 때문이다. 짐승은 먹이나 번식을 위해서 싸울 뿐이지만, 인간은 천국에 들어가려고 싸운다.(사산된 신)
●나의 목적은 돌멩이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잡는 것이다. 즉 삶의 진실한 측면들을 묘사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삶이 이상적인 삶에 얼마나 못 미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체호프)
●저에게 행복이란 주변 사람들이,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주변의 불행 앞에서 자신의 행복을 말하기 어렵겠죠. 인류의 불행 앞에서 자신의 행복만을 음미하기 어려울 테고요. 해서 모든 행복은 순간적이며 상처받기 쉬운 행복입니다.(이현우)
●다음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건 어쩌면 종말보다 더 나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것.(2009. 12, 이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