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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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롤리타” 마치 대명사처럼 들리는 그 롤리타를 이제서야 읽었다. 얼마전 읽었던 책 <괴물들>을 읽으며 이 책이 떠올랐는데, 그 책에서도 <롤리타>를 이야기하는 파트를  읽으며, 드디어 이 책을 내가 읽을 때가 왔음을 알았다. 뚜둥! 이제 진짜 읽는구나 그 “롤리타”를.

그저 막연히 대명사로써 존재하는 듯한 롤리타라는 제목의 이 이야기는 새 아버지가 12살짜리 딸을 사랑하는, 소아성애를 일컫는 “롤리타 신드롬” 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책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다. 영화로도 두번이나 제작되었다는 사실도 롤리타를 읽으며 알았다.

책을 다 읽고서 든 생각은 소름, 역겨움, 분노, 그리고 묘함이 남는다. 
특히 결말이 이토록 모호함과 묘함이 남는지에 대해서는 책의 말미의 해설을 읽으며, 그런건가. 싶기도 했으나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번역가님의 글을 보자니 한번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번역자님 스스로도 계속해서 끊임없이 고쳐야할 책이라고 하니, 작가의 원문이 얼마나 모호할지…. 아.. 카프카 책 이후로 처음이다..

H.H. 험버트 험버트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졌지만, 순간 시점이 옮겨가는 듯한 문장이 등장하는데, 작가와 주인공의 시점이 교차하는 지점이 나온다. 그래서 였을까. 책을 읽으며 내내 나 개인적으로 작가의 정신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했다. 아.. 이사람이 험버트같은 사람인가(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험버트는 12살의 롤리타를 사랑한다. 그녀를 ‘로‘라 칭했고,  그녀는 자신이 묵었던 하숙집 주인 샬럿을 딸이다. 그는 샬럿이 로를 캠프에 보냄으로써 자신으로부터 떨어뜨려놓은 그냘 샬럿의 고백을 받는다. 그는 샬럿을 증오했지만, 오로지 로를 곁에 두기 위해 그녀와 결혼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증오에도 불구하고 로를 되찾기 위해 사랑스러운 남편의 역할을 다했지만, 그가 은밀히 감춰두었던  그녀에 대한 감정을 기록한 일기를 아내 샬롯에게 들켰다. 결국 그냘 그녀의 큰 분노와 증오로 집을 떠날 짐을 싸던 중 샬롯의 사고 전화를 받는다. 분노로 집을 뛰쳐나갔던 샬롯에게 사고가 났던 것이다. 샬롯의 죽음. 그것은 오롯이 로를 그가 소유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는 로가 있는 캠프로 가 그녀를 데리고나와 그녀와의 여행을 시작한다. 

이 책의 가장 놀라 점은 직접적인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히 읽힌다. 소름끼치게. 작가의 필력과 번역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문장들로 이뤄졌지만, 왜 내게는 이 문장들이 이토록 소름끼치게 읽히는지. 고백하자면 처음에 이 책의 스토리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해가 아니라 적응을..

주인공 험버트가 로를 사랑하는 방식도, 40이 넘은 성인이 12살 아이를 사랑하는 설정 자체도 끔찍했지만, 로를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생생한 롤리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그녀에게 덧붙임으로써 그녀를 그만의 로로 강요하듯 만들어가는 것 역시… 아..

”내가 미친듯이 소유해버린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창조물, 상상의 힘으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롤리타, 어쩌면 롤리타보다 더 생생한 롤리타였다“ p.101

그렇기에 그는 롤리타와 여행 중 그녀의 성장이 그에게 때로는 끔찍함으로 다가왔음에도, 그만의 롤리타를 끊임없이 꿈꿨기에 성인이 될 로 역시 그에겐 소유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 점은 지금에서야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중대성을 1950년에 쓰여진 이 스토리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준다.책의 말미에 그의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다. 님펫이라고 그가 사랑할 수 있는 로의 기간은 아홉살부터 열네살까지이며, 그 기간에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지만, 그녀를 놓쳤고, 그는 그 시간을 잃었다. 마치 첫사랑을 놓친 그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그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의미하며 그것은 작가가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회한이라 하지만, 글쎄. 내게는 그것이 회한이라기 보단 집착으로 느껴졌고, 그 집착과 욕망이 광기로 드러난 결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짜 주인공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조차 하기 싫었달까.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양심이란
아름다움을 즐긴 댓가로 치르는 세금 같은 것.” p.450


보통의 나는 책을 읽고나면 독후감을 남기며, 어떤 정리된 감정을 기록하는 편인데, 이 책은 한 줄로 뭔가 정리된 글을 남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험버트같은 사람이 주변에 없기를.
그리고 이 소설이 험버트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히지만,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 읽으면서는 대체로 주인공을 이해하는 감정으로 스며드는데, 이 소설은 그 감정선을 따라가는 자체가 불쾌할 정도...아마 이런 것이 작가의 필력인건가.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힘은 주인공의 서사에 대한 이해보다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에 대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으로써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직시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쾌, 불편에 대한 감정을 알게하는 것은 물론 느끼게 함으로써 말이다.

하지만 책은 꼭 다시 한번 읽을 것 같다. 불쾌감과 또 말미의 모호함이 다시 읽었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불쾌감은 여전히 적응하게 힘들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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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6 - 2026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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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 때쯤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예전에는 생활 속에서 알던 트렌드를 이제는 책을 읽으며 배우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늘 지금은 어디쯤 와있는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흘러 갈 것 인지가 아직은(ㅎㅎ) 궁금하기에 매년 이 책을 읽는다.
이번 해는.. 참 묘하다. 약간 극과 극을 달리는 느낌이랄까.

소비라는 기준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장 최소한의 클릭으로 내가 찾는 것을 알려주는 AI가 생활 깊숙이 와있음에도, 우리에게 핫 한 장소는 국립중앙박물관, 국중박이다. 가장 최신의 기술과 가장 옛 것의 동시에 뜨거운 지금. 2025년은 어떻게 흘렀고, 2026년은 어떻게 흘러갈까.

2022년 말 등장한 ChatGPT 이후로 AI는 단연코 핫하다.  등장만으로도 핫 했던 AI는 현재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그런 지금 인간은 AI를 어떻게 해야할까? AI에 종속될 것인가? 함께 갈 것인가?를 말하고 있는 "휴먼인더루프"가 2026년의 포문을 연다.

가장 놀라웠으면서 흥미로웠고, 한편은 걱정스러웠던 감정 분석 기술. 목소리나 얼굴 표정을 분석하여 나의 감정을 읽어내는 기술을 통해 나에게 조언을 하는 기술이 등장한 시대. "필코노미". 
목소리를 분석하여 감정을 읽어낸다. 언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비 언어적 표현을 분석하는 기술이라니.  나도 모를 수 있는 나의 감정을 읽어 조언이나 쇼핑까지 이어지게 하는 기술의 등장. 진짜 천지개벽의 시대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나를 가장 소름 끼치게한 파트이다. 

 "필코노미"와 다음 주제인 "제로클릭"이 맞물리는 부분에서는 "감시 자본주의 사회"라는 책이 생각났다. 언제나 무대 위에 24시간 노출되어 있는 삶.  24시간 나를 감시하는 장치에 둘러쌓여 내가 내는 소리, 움직임 그 모든 것이 기록되어 데이터로 활용되는 감시 사회에 대한 경고가 실렸던 책이다. 
그런 데이터에 대해 이 책은 분석된 인간의 감정에 대한 판단을 경고한다.  인간의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좋은 기분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분노라는 감정이 언제나 그른 것도 아니다. 그 자체를 AI가 분석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함으로써 인간의 '감정의 표준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이토록 빠르게 진전될 줄이야.. 
 첫번째 주제의 "휴먼인더루프"에서 말하는 AI에 갖혀버린 휴먼아웃오브더루프의 두려움이 막연함에서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주제였다. 감정에 대한 평가. AI가 내린 그 기준이 표준이 버린 세상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인간으로 가지는 가장 주체적인 중요성을 잃어버린 세상이 되진 않을지...


어쩌면 그래서 우리에게 국중박의 사유의 방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고요 속에서 내가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근본이즘" 가장 최신의 기술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 뉴트로를 넘어서 가장 근본적인 것이 또한 가장 최신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아이러니라니. 
'아네모이아-자신이 경험한 적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 - 근본이즘 중' 향수가 아니라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부모 세대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20대라는 점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안정을 찾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일까. 단 2-3년의 미래도 불투명한 요즘 루티니를 벗어나 1년 계획, 10년 계획, 결혼 조차 계획하고 선제적으로 학습한다는 요즘의 세대에서 준비된 삶을 계획하는 "레디코어" 파트에서는 그런 준비하고 계획하는 삶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 씁쓸한 감정이 일게도 했다.

AI 기술 속에서 개인은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이 주어지는 시대가 되었고, 개인의 능력만으로 뭔 가를 이뤄내는 시대라기보다는 AI를 최대한 이용하여 소수의 인원으로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팀과 같은 부서의 성과가 아니라, 한 개인이 브랜드로써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아직은 컴퓨터 속에 존재하는 AI가 피지컬 AI로 물성을 가지고, 그렇다면 인간은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최신의 기술 속에 놓인 우리의 긴장은 다시 우리가 가졌던 가장 근본적인 무엇. 우리의 기반을 만들어온 탄탄한 스토리로 만들어진 과거의 것에 열광하게 만드는 시대이기도하다. 또한 그렇기에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은. 이토록 모순적인 트렌드라니.

2026년 트렌드코리아는 아. 그렇구나.. 이런 시대구나 라는 생각으로 끝나지 않는다.  2026년은 어떤 시대일지 궁금해지면서도, 그 궁금함이 두근거림과 함께 회색빛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레디코어" 시대. 완전히 모르는 것보다는 그래도 알아서, 계획하여, 2026년의 파도 위에서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제안하는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도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는 일이다. 추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가끔은 의도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보는 여유, 우연한 발견의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습관이 제로클릭 시대를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제로클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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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지키는 나라 - 싸우고 증명하며 기록한 112일간의 탄핵심판 이야기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위원 법률 대리인단.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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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생각치도 못한 친위쿠테타가 일어났다. 나는 그날 일찍 잠들었었다.
그리고 4일 아침 출근 중에 뉴스를 보았다. 계엄해제. 
아,, 미국에서 트럼프가 계엄을 했었나보네.. 싶었다. 왜 미국이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당연히 미국인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대.한.민.국 이였다. 순간 전쟁 조짐이 있었나? 북한이 내려왔나?! 그리고 읽게된 계엄 선포문.
어이가 없었다. 나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 중 하나였지만,, 정말 그.. 포고령은...정말..

계엄을 또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못 드는 2주.
  국회에서 탄핵 가결이 뜨고서야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으로 뉴스를 뒤지던 일을 멈췄다.
그리고 알아서 하겠지. 내란인데 당연히 파면이겠지.
사실 탄핵소추 위원단의 변론은 걱정을 할게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였다. 누가봐도 위헌이였고, 그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 되었었는데 뭐.. 있나. 싶었는데,,
금방일 줄 알았던 선고일이 늦춰지며 2명의 헌법재판관의 임기만료를 눈앞에 두고서야 드는 위기감. 그리고 나는 그간의 뉴스를 다시 뒤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이렇게 시간이 필요한 일이야? 싶었다.
이 부분은 탄핵소추위원단 역시 마음을 졸였다고한다. 늦어도 3월 중순에는 나올꺼라는 예상과 달리 말일이 다가오면서 당연히 예측했던 판결에 흔들리기 시작하셨다고,,, (말씀은 못하셨지만..) 
그리고 당연한 결과였지만 마음을 졸였던 4월 4일의 파면선고.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사항들을 법으로, 특히 모든 국민이 준수해야할 헌법의 언어로 재판관들 앞에서 설명하신 17인의 탄핵소추 위원단의 기록들.
어마어마 했다.
그저 단순히 내란이였기에 파면일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헌법의 언어로, 그들의 주장을 하나씩 깨부수며 이것이 왜 위헌인지, 헌법을 위배한 것인지를 증명해 나가는 일은 법적 근거를 들어 증명해 나가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였음을 이 기록을 통해 알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였구나. 그리고 중대한 판결이니만큼 법적인 근거와 위헌 여부를 따지는 것이 더욱 더 그러했다.
그리고 이 재판은 이후 우리의 삶과도 밀접했다. 만에 하나 판결이 잘못될 경우, 우리 역사에 다시없을 오점이 될 것이기에.  
또한 2시간 짜리 계엄이 어디있느냐, 포고문에 들어나지 않은 선관위 진입등은 내란세력들의 자수가 있지 않고서는 증명해내기 어려운 일이였음에도 그런 자수를 이끌어내고, 증인들을 심문하면서 나오는 모순된 사항들을 짚어가며 재판관 앞에서 의견을 펼쳐나갔다. 
홍장원 1차장, 곽종근 사령관, 조성사령관님들의 진술을 통해 내란임을 증명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17인의 변호사 분들 다수 이상이 저 세분에게 감사를 표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심지어 김진한 변호사님께서 증인신문이 끝나고서 법정에서 1분의 시간을 요청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 였다니.(당연하게 들리겠지만,재판중에 저런 감정표현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또한 심지어 자신의 증언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다가옴을 알고서도 일관된 말씀을 하신 곽사령관님의 진술이 이리 감사할 줄이야.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죄는 확신" 이라고 말한다. 내 자유에 대한 확신이 자제를 못하게 하고, 상대방의 자유를 관용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큰 죄'일 수 있다고 본다." - 전형호 변호사의 글 중.

개인적으로 17인의 탄핵소추 위원단들께서 공통적으로 이 책에 언급 했던 것은 위원단의 숫자가 많음에도 한마음 한몸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는 점이다. 각자의 역할에서 큰그림, 세부적인 사항, 자료조사, 외부 미팅 등등을 나누어 담당하면서 숨 가쁠새 없이 하루 겨우 3-4시간의 수면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일정속에서도 각자의 일에 한치오차도 없이 각자의 업무를 완벽히 해냈다는 사실은 어쩌면 다른 뜻없이 불법앞에서 대한민국 헌법의 질서를 다시 새우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더 감사할 뿐이다. 개인의 이득이 아닌 모두의 이로움을 추구했기에.
 
벌써 다음달이면 내란이 일어난지 1년이 된다. 1년이 지나고도 우리는 겨우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을 뿐,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계몽령 소리는 아직도 들리고 있고, 계엄이 대체 뭐가 그리 잘못된거냐는 말까지 들린다. 정청래(전 밥사위원장)의 글 중 카뮈의 글인 "어제의 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거다"라는 말이 요즘처럼 진실되게 들릴까. 내일의 범죄가 아니라 현재의 막말에 용기를 주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헤혀.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 헌법재판소 선고 내용 중.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 역시 우리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일임을 되새긴다. 누구의 손이 아니라 우리의 손이여야 함을.
어서 빨리 이 내란이 끝나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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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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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인지는 몰랐다. 일본 영화가 있다는 사실도. 우리나라 영화로 알았는데, 일본 리메이크작품이라해서 궁금해서 읽은 책.
내가 읽은 책은 194쇄..였다.. 와.우... 진짜 유명했구나..
근데 제목이 참 기네..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제목이 길 수밖에 없었구나. 싶은 슬픔이 남았다.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어쩔 수 없이 히노 마오리에게 고백하게 된 가미야 도루. 하지만 히노는 어쩐 일인지 도루의 고백을 받아주었다. 도루의 이름도 몰랐으면서. 그리고 그 연애에 조건을 붙였다.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 뭐지..
도루는 아버지와 둘이 산다. 집안일은 도루의 몫이고, 아버지는 일을 한다. 누나가 있었지만, 집을 나간지 오래다.

뭔가 어색한 연애의 시작이였지만, 꽤나 인기가 있었던 히노와의 연애는 도루의 일상에 새로움을 더해주었다. 뭔가 이상한 부분이 느껴지던 어느날, 히노가 고백을 했다. 자신은 선행성기억상실증이 있다는 것. 그것은 자고 일어나면 하루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히노는 하루의 일을 기록한다. 자신의 다이어리에. 그리고 일어나면 다이어리를 보고 전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것 처럼 행동하는 것. 그런 히노에게 도루는 늘 새로운 사람인 것이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사랑.

나의 학창시절은 내일을 생각치 않았다.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도 사실 그당시에는 벅찼으니까..(망할 입시..) 그런데 히노는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꿈꾼다. 살아내는 오늘을 잊는 히노가 내일의 히노를 생각한다는 것이, 그녀의 가장 놀라운 부분 중 하나였다. 매일을 똑같은 일상으로 살아내던 도루는 오늘의 히노와 내일의 히노를 생각하며 연애를 이어간다. 연애가 이런 느낌이였나.. 

"내일의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잘 맛사지 했다." p.249
매일이 새로워 낯설고 두려운 히노.
그런 히노의 새로운 하루에 새롭지만 연속성을 부여하려는 도루. 이 둘의 연애는 현재이면서 미래였고, 풋풋하면서도 따뜻했다. 그리고 어느 날 불연듯 찾아온 불행.

날과 날을 이어 붙일 수 없는 히노에게 그 날들의 연속성을 만들어준 도루.
매일이 같은 날 이여서 어쩌면 지겨웠던 도루에게 매일을 새로움으로 만들어준 히노.
각자에게 오늘 하루가 두렵고 싫었던 이들이 만나 가장 빛나는 하루로 만들어준 관계. 연애란 이런 느낌이지. 더군다나 풋풋하기까지.

"세계는 말로 되어 있어. 그리고 사람은 그 말에 매달리려고 해. 좋다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 좋은 게 돼." p.320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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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달
하지은 지음 / 달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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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나무 숲은 음악이 배경이자 주제였다면, 녹슨달은 미술이 배경이다 주제다. 한 천재 젊은 이의 이야기인줄 알았던 이 이야기는 미술이라는 예술계 속의 다양한 인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인간이 아니라.

파도 조르디.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 옆 흙바닥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 캔버스에 줄하나 긋지 못하고 자살한 아버지를 보며,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 했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안의 이야기를 그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던 어느날 그를 찾아와 그의 그림을 본 귀족은 그를 자신의 저택으로으 이끌었다. 성당에서의 생활보다는 안락하고, 자신을 인정해준 이가 있다는 사실에 그는 행복했다. 그리고 그 자작을 오라버니라 부르는 아가씨 사라사에게 눈길을 뺏겼다.
그 행복도 잠시, 자작이 자살을 했다.

그리고 그는 유명 화가의 도제가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레오나드, 시세로.
 파도는 그림 그리는 것은 좋았지만, 그의 그림이 평가 받는 것은 싫었다. 레오나드는 그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시세로는 그렇치 않았다. 그리고 레오나드는 시세로에 대해 경고한다. 그가 어떤 천재 예술가를 망쳤는지를. 그러니 너는 그리되지 말라고..
 그곳에서 흙바닥이 아니라 캔버스에서 물감을 쓰며 그림을 그리는 파도. 여전히 사라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멈출 수가 없다. 그녀가 누구와 결혼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스승 벡리를 따라 들어간 궁전에서 죽은 자작과 사랑했던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왕세자비였다. 3살지능의 왕세자와 사는.

레오나드, 시세로
둘의 관계는 묘했다. 적의가 숨겨진. 그렇다고 마냥 그것이 “부정”의 의미만을 갖느냐라는 것에는 물음표가 그어진다. 대체 그들의 사이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파도라는 한 천재 화가의 이야기인줄 알았던 이 이야기는 결국 어떤 분야의 타고난 능력이라도 그것이 그저 발현되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무엇을 낳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는 때뭍지 않은 순수성도 있지만, 그 그림을 그리게 되는 누군가의 서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했다. 시세로의 천장화, 레오나드의 한 여성의 그림, 그리고 파도의 고행길이 그러했다.
그 서사를 한장의 그림으로 그려내기까지의 시간. 노력. 아픔. 땀. 눈물.. 그 모든 것이 필요했다.
 나는 글로 읽고있지만 마치 그림이 눈으로 보이는 듯하게 그려진 이 책은 처음 페이지를 여는 순간 끝까지 이들이 어떻게 이어질지가 궁금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왜 녹슨 달이였을까.
그들의 삶은 녹슬지 않았는데.
어두움 속에서도 밝게 빛나지만, 아픔을 품고 있는 그들의 그림을 삶이… 녹슨달 같은 것일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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