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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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작가님의 <음복>이라는 단편소설을 인상깊게 봤던터라, 이 책이 궁금했다. 전작과 전혀 다른 고딕소설이라는 장르에 제목이  <대불호텔의 유령>이라니 …... 여름에 딱 어울리는 장르! 분명 책 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써있는데, 그 사실을 책을 읽으며 알았다.왜 이소설을 당연히 단편이라고 생각했던건지.. 뭐 그랬다고.. 으스스스스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책속 화자가 소설가여서 그런지,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가 싶은 생각에 더 깊이 빠져들었던건 안비밀..


나는 어렸을 적 유치원에 다닐 때, 동네에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문용’이라고 주장한 사람을 만났다. 이씨문중에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주장은 꽤 구체적이고 일관되었다.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그녀를 방문했던 나는 그녀를 만나고서 그녀가 정말 옹주였음을 믿기 시작한다. 

나의 엄마는 이리 토박이로 엄마의 가장 친했던 보애라는 인물이 있었고, 나는 그녀를 보애이모라 불렀다. 둘은 꽤 친했지만, 이모가 이사를 가면서 더이상 인연을 맺지 못했으나, 쉰두살이 되던 해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이후 둘은 이전처럼 다시 가까워졌고, 나는 엄마와 보애이모가 만나는 자리에 따라가 보애 이모의 아들 진을 만난다. 나와 진은 마음이 꽤 잘 맞았고, 진은 니꼴라 유치원과 비슷한 대불호텔에 대해 말해준다. 인천에 그 터가 남아있다고, 그래서 찾아간 대불호텔 터.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초록색 자켓을 입은 여자를 보았다. 하지만 진은 보지 못하는데… 진은 대불호텔에 초록색 자켓을 입은 여자가 살았다는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들었다 말한다. 

그리고 진의 할머니 박지운 여사를 통해 듣게되는 대불호텔의 이야기.

하지만 나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 ’진‘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지운 여사가 들려주는 대불호텔의 이야기는 연주, 셜리, 뢰이한, 영현 아니 어쩌면 종숙의 이야기이다. 그저 망해가는 호텔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던 내용은 각자의 욕망과 맞물려 점점더 괴이하게 변해간다.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 모르게. 각자의 욕망에 따라 변해가는 이 스토리는 대불호텔에 살고 있는 에밀리브론테의 유령이 그들을 광기로 몰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욕망이 부른 광기가 유령으로 등장하는 것인지를 모를 정도로 말이다. 아니면 그 시대가 만들어낸 광기 였을까.


’너 때문에‘

’당신 때문에‘ 

‘어떻게 될까. 우리는 그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그 말을 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삶을 살게될까’ p.296


’악의‘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마음이다. 그것이 상실에 의한 외로움이든 시대가 만들어낸 아픔이든,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욕망이든. 누군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타인에 대한 악의가 되고, 그것은 곧 그 악의를 가진 이를 무너뜨린다.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실체조차 모르는 유령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아닌가. 내가 하는 말을, 내가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게 만드는.


책을 읽으며 얼마전 보았던 드라마 <악귀>가 생각났다. 결국 모든 유령은 사람이 만들어냈고, 사람의 마음보다 더 무서운 악귀는 없었던 그 드라마. 

책속의 이야기들 역시 그러했다. 사람이 만들어낸 ‘악의’가 어떻게 세대를 통해 이어지는지. 어떻게 그 상처들이 전해지는 지를 말이다.


작가는 그런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연희를 통해, 영현을 통해, 셜리를 통해, 나를 통해 진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행복했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했더라면. 그런 기억들이 더 많았더라면.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오래 들어줄 수 있었더라면.


‘나는 내 배의 선장이다. 웃을 수 있다 웃을 수 있다 웃을 수 있다’ p.305


진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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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정희원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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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나이들 수"라는 제목에 노화지연?인 책인가했는데, 아는 지인이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하는 책이라며 추천하기에 읽은 책이다. 제목을 보자면 중장년층을 위한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이 책은 정말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 지금은 20대일수도 30대일수도 40대 일수도 있다. 더 빨리 읽어 나의 내재 역량을 일찍부터 키운다면, 더 좋은 일이란 소리다. 늙음은 모든 이에게 찾아오는 공평한 것이니까.


책은 나의 노화를 느리게 하기위해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저 운동해라, 뭐 먹지마라 그런 내용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에 중독되어있는지, 그것이 나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그것이 축적되었을 때, 나의 몸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말한다. 잘못 든 생활 습관이 나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로드맵을 보는 느낌이랄까. (말그대로 노인이 되었을 때를 읽고 있자면 사실 끔찍한다. 돌봄이 필요한 몸이 되었음에 돌봄을 받을 수도 없는 사회가 될지도 모르니까..ㅠ)


현대사회는 많은 스트레스에 놓여있다. 핸드폰에서 보여지는 자극적인 영상은 나의 뇌를 자극에 중독시키고, 거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등은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중독 현상을 발생 시킨다. 그런 중독은 나의 뇌에서 잘못됨을 인지할 수 있는 기능을 저하시키고,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음식 또는 불필요한 소비에 노출 시킨다. 그렇게 잘못된 습관이 축적된 몸은 점점 더 망가져가고, 만성 피로에 놓이며, 그러면서도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이나 공부를 위해 수면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줄어든 수면시간은 나의 몸은 물론 뇌의 활력 또한 저하시킨다. 말그대로 악순환의 연속인셈. 그렇게 피곤한 몸으로 우리가 무슨 운동을 하고 활동을 하겠는가.

이런 순환을 읽고 있다보면 나의 하루를 그대로 써놨네..싶어 문득 서늘해진다.


저자는 이런 나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지금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늙어서 어떻게 되는지. 이렇게 만들어진 몸은 그저 피곤하다고 영양제 한두병 맞아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휴식한답시고 누워서 휴대폰 보는 것이 결코 휴식이 아니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지만, 사는 동안 만큼은 건강하고 싶다는 나의 바램이 결코 지금처럼 살아서는 얻어질 수 없음을... 저자에게 머리를 세게 한대 맞은 기분이랄까..ㅠ


"상대적으로 젊어서 몸을 써서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 미래에는 돈을 내고 다른 사람의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을 사용하는 것, 즉 요양보호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사치가 된다는 의미다." p.223


한가지 알게된 사실은 그런 내재역량을 키움으는 활동 중 하나로 운동을 할 때, 그것 역시 그냥 하면 안된다는 사실. 나의 몸을 정확히 측정하여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몸에 밸런스를 맞춰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리가 두꺼워진다며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다거나, 날씬해지고 싶다고 그저 유산소만 하는 행위는 망가진 나의 몸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체력 100 체력인증센터"라는 곳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는 방법도 권하고 있으니,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자! 사실 운동하면 그저 걷고 자전거나 타면 되지 뭐...했던 그 방법조차 틀린것이 였다니..(똑똑 해야해..)


잘 읽혔고, 재밌었다.(한편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지만..)

노화와 별개로 이 책은 건강하게 살기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것이 내 의견!

(제목이 좀더 영~했으면 좋았을꺼 같아요^^)


굿굿!


"자신은 이미 늦었으니 즐겁고 편하게 살다가 죽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이런 자세는 자신에 대한 폭력일 뿐아니라, 고장 난 자신을 상당기간 돌보아야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책임한 테러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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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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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이라는 제목 하나만으로 읽게 된 책. 왜냐고? 저주..뭐 이런 말이 있으니 더운 여름을 씨원하게 해줄 으스스한 책이지 않을까? 싶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으스스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저주는 사실이다.


폰타나가문의 둘째 딸들은 결혼을 할 수 없다.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남자를 빼앗긴 언니가 동생에게 돌을 던져 동생의 얼굴을 망쳐놓고서는 저주를 걸었다고 한다.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게. 그렇게 폰타나 가문에서는 둘째 딸들을 대대손손 결혼을 하지 못한채 늙어죽어야 했다.

그리고 현재. 그 집의 둘째 딸인 에밀리아는 오늘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가족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최고의 카놀리를 굽는다. 그녀는 최고의 제빵사이지만, 할머니에 의해 숨겨져, 빵집 구석에서 빵을 굽기만한다.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누구와도 연애하지 못한채.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녀의 삶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할머니의 노여움을 사고 싶지도 않았고.


"참 흥미로워. 그렇지 않니? 남들이 우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데- 그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필사적으로 기를 쓰다니." p. 163


그런 그녀에게 포피 할머니가 이탈리아 여행을 가자고 한다. 그녀는 폰타나가문의 둘째 딸이며, 혼자살고 있으면서,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족 전체가 그녀를 만나지 않는다. 에밀리아는 그녀가 좋지만 할머니 로사가 자신의 동생임에도 그녀를 끔찍히 싫어해 포피 할머니에게 편지도, 전화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느 날 포피할머니는 이탈리아에 가자고 말하며, 그곳에 가면 폰타나가문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저주를 믿지는 않는 에밀리아지만, 포피 할머니를 좋아하는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이탈리아에 가고싶었고, 그래서 생에 처음으로 로사 할머니의 진노를 뒤로한채, 사촌 루시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에 동행한다. 동행한 사촌 루시도 둘째딸이다.


"루시나 나나 우리가 누군가의 애정을, 그 사랑을 완전히 믿지 못하면서도 언젠가 얻게 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해왔던 것일까?" p.180


그렇게 떠난 8일간의 여행. 에밀리아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어린시절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가 듣고 싶었고,(로사 할머니는 엄마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니까..) 사촌 루시는 둘째 딸의 저주를 너무나 풀고 싶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세 여자의 여행. 여행을 하며 에밀리아는 스스로 가뒀던 자신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여행중 만난 가브에게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멀리했던 스스로를 뚫고 나온다. 루시는 저주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그 저주에 갖혀 있었음을 그저 엄마로부터 인정받는 아이가 되고 싶었던 자신을 깨달으며, 그저 스스로를 마구 내던지던 자신을 돌이키며,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어간다.


"너희들의 인생 영화를 볼 때가 오면, 눈물이 흘러내릴 수도 있고 자지러지게 웃을 수도 있고 창피해서 움찍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제발, 너희들의 인생이야기가 너무 지루해서 보다가 꾸벅꾸벅 졸게 하지는 말거라." p.186


이 여행이 말미에서 둘째 딸들은 이 여행을 통해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에밀리아는 포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여행을 할 수록... 뭔가를 알아간다. 포피와 로사의 관계를. 로사가 왜그리 포피를 싫어했는지. 왜 로사할머니는 언니 다리야를 아끼면서 자신에게는 그리 냉랭했는지를. 사실 저주란 것은 누군가에게 필요했던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두려움을 감추고, 나의 무언가를 지키기위한 것으로. 

"두려움을 타고나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간절함이 두려움을 낳지. 두려움은 잔인함을 불러오고. 로사 언니는 간절한 사람이였지" p.531


이 여행은 저주를 풀기위한 여행이기에 앞서, 내 인생의 주도권을 타인에게서 나에게로 가져오는 치유 여행이였고, 누군가에겐 평생을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였고, 온 생을 통해 잊지 못한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였으며, 그 모든 시간을 살아 온 나를 다시 돌아보게하는 시간이였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모든 스토리를 "저주"라는 두글자로 시작해 찬찬히 그러면서 꼼꼼하게 풀어가는 작가의 글솜씨에 놀라울뿐이였다. 와.우.

굿굿. 이탈리아가 다시 보인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매력 터지는 도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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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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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류는 잘 보지 않는데, 지인이 너무 괜찮다며 추천해준 책. 개인적으로 배우 “김혜자”라는 분을 좋아하기도 하고, 브라운관에 비친 모습 외에는 이분에 대해 아는바도 없고 해서 궁금해 읽은 책이다.


책은 배우 김혜자님께서 자신이 했던 작품,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책 중간중간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자민 주는 저자가 연기자로써 살아왔던 그 기간동안의 이야기이다. 책속에 나오는 모든 작품을 다 보지는 못했다.물론 저자의 초창기 작품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니 제외하더라도, 2000년대 이후 작품 중에서도 못본 작품은 꽤 되었지만, 책을 읽으며 그중 마더라는 작품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엄마 김혜자의 또 다른 측면이, 그리고 “엄마”라는 자리가 보여주는 비틀린 단면을 나타내는 작품같아서.(유명한 작품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보여서 자꾸 미뤄뒀었달까..)


책은 제목에서 나타나듯 그녀가 그녀의 생을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순간순간을 감사하며 살아냈는지를 그려내고 있었다. 한 분야에서 인정받은 사람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작품 하나하나 말그대로 온힘을 다해 빠져들어 연기해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곳에서 공부하는 노동자로 살았던 말그대로 공부의 끝판왕을 봤는데, 여기선 연기의 끝판왕을 본 느낌이랄까.

이분 역시 보통의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 지금의 김혜자라는 연기자가 된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빛나보였다. 그녀의 출연작 <눈이 부시게>의 제목처럼.


“사실 나는 언제나 신인입니다. 그 역을 처음 맡아서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매번 맡은 역마다 처음 사는 인생이니까” p.70


책을 읽으며 좀 놀라웠던 부분은 언제나 작가와 배우의 관계에서 작가는 배우의 연기를 들여다보고, 그의 연기속에 자신의 글이 어떻게 녹아들어가는지를 보는 역할이라 생각했는데, 배우 역시 작가를 연구한다고 하는 부분이였다.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왜 이런 대사를 썼는지,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대본 속에서 열심히 들여다본다고. 그렇구나. 작가의 생각을 아는 것도 연기 속에 녹아들어가는 것이구나…


또다른 부분은 디어마이 프렌즈에서 맡은 역중 저자가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말을 쏟아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3분동안의 독백이였다고 한다. 연기자로써 정말 힘들어겠구나 싶었는데, 은희경 작가는 그 대사를 쓰면서 기절했었다고 하니 보는 이가 그 배역의 그녀가 쏟아내는 대사에 그 고난함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던 것은 진정으로 써내려갔던 작가와 온 힘을 다해 그 배역을 연기했던 배우가 있어서 가능했었다는 것을 알게 했다. 한 회 60분 방송되는 드라마에 약 3분 남짓 장면이였음에도 여전히 나의 기억에 이토록 깊게 박혀있는 그 장면이 책을 읽는동안 머리속에 재생되는듯했다.


우리 할머니도 좋아하셨고, 우리 엄마도 좋아하시는 배우. 그리고 나도 좋아하는 배우. 우리 집 3대가 모두 아는 이분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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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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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의 <라틴어 수업>을 너무 인상깊게 봤던 터라.. <라틴어 수업>제목에 진짜 라틴어 가르치는 책인줄 알았다며, 책 제목 잘못 지었다는 지인이 그 책을 읽고서는 너무 좋은 책이라 추천해서 읽고는 정말 푹 빠져들었던 책이였다. 저자의 목소리도 말투도 모르지만, 그냥 그 책처럼 말씀하실 것 같았다.  그런 저자의 <공부법 수업>이라니. 로마로타나의 903번째 변호사이고, 한국인 최초이자, 동양인에서도 거의 없는 변호사이시니. 이분의 공부법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했을 때, 공부를 안해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기뻤던 사람인지라.ㅋ


책은 저자의 유학생활, 로마로타나의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요즘까지. 그 힘들고 힘들었던 시간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공부하며 그 시간들을 버텨나갔는지를 기록한 에세이이다. 대체로 나는 이런 책을 읽으면, 이뤘기에 그 시간들이 버틸만 했다는 식의 글로 읽혀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에서 돌이켜 그 시간을 그렸다기보다, 그 시간 속에서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 있어 읽는 내내 힘들었고, 숨이 찼다.

그만큼 저자가 공부하는 방식 그 자체가 그러했다. 처음부터 '공부하는 노동자'로 자신을 규정하고 했던 저자는 공부의 시작은 '나를 엄격하게 아는 것'이라 말한다. '실제의 나'와 '내가 평가하는 나'사이의 간극을 정확하게 알아야한다는 것. (사실 이게 제일...어렵다기보다 하기싫은것 아닐까..) 그리고 그다음은 공부에 대한 의지를 결국 습관으로 만드는 것.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하는 습관.  '인이 박히다'라는 말이 나올만큼 말이다.(이 부분에서 시시포스의 벌에 대한 그림이 나오는데, 순간 섬뜩했다...) 

"발레리나 강수진 씨는 '지금까지 제가 가진 모든 성공담, 주변의 찬사는 모두 <일상적 반복이 빚어낸 위대한 선물>이에요' 라고 말했죠." p.107


저자가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때, 어떻게 준비했냐고 많이들 물어봤다고 한다. 저자는 100퍼센트를 준비한 가운데 20퍼센트를 발휘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합격했다고 대답했다 했는데, 그 대답에 20퍼센트를 준비하고 60-70을 바랬던 내가 어찌그리 부끄러웠는지.

수많은 양서들이 가득한 글라렛 수도원 지하도서관의 각종 고문서, 단행본, 신간 등등 법학과 관련된 서적 속에서 그토록 행복했다는 저자는 정말 공부가 그의 전부였고, 그가 가장 노력했던 일이면서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였고, 그래서 그와 관련된 모든것들에 감사했던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저자가 말한 정체성 그대로로 살아온 분이였다는 것.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어쩌면 이분 못지 않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지를 아는게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저 주입식으로 지식만 우겨넣는 것이 아니라, 자기 효능감을 향상시켜가며 스스로 공부를 하는 이유를 찾아가야하는데..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저자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 배워가며 선한마음으로 해가는 행위라고 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에게 시키는 공부란 좋은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기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더 힘든것 아닐까싶었다. 그래서 졸업하고나면 더이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어른만이 나오는 시대이지 않나? 나처럼...(나만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읽혔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뜨끔했고, 지금을 돌이켜보면 또 많이 아쉬웠다. 나의 그 시절이. 그러면서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 어쩌면 해야하는 공부가 있음을 알게도 했다.

늘. 뭔가를 얻어가게 하는 저자의 책이다.

굿.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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