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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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그냥 알고 있었던 이름인마냥 익숙했다. 그리고 "어른 김장하"라는 영화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뭐지? 하며 네이버에 '김장하'라는 이름을 쳐본 그날, 나는 놀랐다.
그저 좋은 어른인가 싶어 찾아본 '김장하'선생님의 이력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토록 많은 일을 하고, 많은 돈을 사회에 헌납하신 분이 그저 한약방을 운영했던 한약사시라는 것에 더욱더.
그래서 더 궁금해졌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줬으면 그만이지"
4남으로 태어나, 가난했던 소년 김장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19살에 한약사가 되었다. 지역 의료의 발전을 위해 국가에서 한약사 선발을 할 때, 한약사가 되어 한약방을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 한약을 지으러 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고, 한약방을 점차 넓혀가면서도 같은 지역의 다른 한약방과의 상생을 도모했다. 약값은 싸게, 환자들과의 약속은 엄격하게 지키며, 그렇게 
번 돈으로 어려운 이를 도왔다. 
 그리고 명신 고등학교를 세워, 이사장을 맡으면서도 부정청탁 엄격하게 금했고, 당시 당연했던 소위 뒷돈에서 선생님들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개인 사재까지 털었던 분. 그렇게 세운 학교를 설립 8년만에 아무 조건없이 국가에 헌납했다. 
당시 이 분이 헌납한 재산은 자신의 한약방을 제외한 전재산 이였다. 이 분 나이 41세였다.
그 이후에도 돈이 없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학비, 생활비, 대학교 학비까지  조건없이 내주셨다. 그렇게 이분의 후원을 받은 이가 수백명.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가난한 극단을 후원하고,
매 맞고, 미혼모등으로 힘없이 내몰린 여성을 위한 단체에 후원하고, 그들이 가장 약자들을 위한 집을 짓는다는 것에 두말않고 사비를 털어주셨으며
형평의 정신을 지지하고, 형평 사회 운동을 처음부터 지원하셨고,
지역 신문사가 어떤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취재할 수 있도록 늘 후원하셨다.
권력자의 식사초청은 거절했고,
선생님의 자식들 청첩장은 돌리지 않고, 결혼식에서도 축의금을 받지 않았으나, 다른 이들의 결혼식에는 참석해 아끼지 않는 축의금을 내신 분이다.
책의 내용을 잊을 수가 없어, 잊으면 안될 것 같아 더 정리하고 싶은데, 너무 많아 정리를 할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힘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면서, 단 한마디도 보태는 것이 없었고, 
고마움을 갚으려 온 이들에게는 자신이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고 하며, 돈을 받지 않은 분이라니.

가장 놀라운 점은 단체에서 찾아오면, 그 단체가 하고자하는 것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두말않고 후원하고,
형편이 어려운 이가 찾아왔을 때, 찾아온 이에 단 한번의 의심없이 가진것을 내어주는 분이라니...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보고 있는 이 내용이 정말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 맞는가를 의심이 들 정도.. 였다.
누군가의 삶에 이토록 벅찬 감정이 차오를 수 있다는 사실도 포함하여.

재밌는 점은 영화 <어른 김장하>를 보면서는 한 인물의 다큐임에도, 김장하 선생님의 육성을 듣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은 처음이였다. 취재하신 김주완 기자의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으셨기에.(사실 초반에 아무 말씀도 안하시는 장면에서는 화를 내실까 조마조마 할 정도..)
 그래서 취재 방식을 바꿔 그 분을 아는 사람을 찾아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는 선생님을 취재한다는 주변 인물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그분에 대해 입을 열었고, 모두가 김주완 기자를 반겼고(기자를 반기는 취재라니..저자도 신기하고, 보는 이도 신기한 장면...), 그런 사람들은 전국 방방곡곡이고, 심지어 타국 일본에서까지 응해주는 모습을 보며, 정말 <어른>이 계심을 깊이 느꼈다.

단연코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다.
기자님의 글뿐 아니라, 영화 제목 그대로 <어른 김장하>를 알았다는 사실에.

"줬으면 그만이지, 보상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 영화 속 김장하 선생님의 말.

"나에게 갚을 필요는 없고, 다음에 당신처럼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그때 그사람한테 갚으면 됩니다."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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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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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님의 책은 늘 이래. 중간이 없다. 사랑도 삶도.
이야기안에 대충이 없다. 사랑도 삶도 이토록 치열해야 하는가 싶게. 그래서 더 빠져들게 된다.

수천년동안 살았던 두 그루의 나무가 삶을 멈췄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냈다.  수천년을 살아 상상할 수 없는 뿌리를 내렸던 두 나무는 더이상 자라는 것을 멈췄지만, 그들은 죽지 않았다. 

목화는 언니 금화를 목수에게 맡기고 떠나던 그 때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시작된 중개. 엄마에게서, 할머니에게서 시작된 그것을 할머니는 기적, 엄마는 고난, 나는 중개라 불렀다. 그것은 목화에게는 나무의 냄새를 싣고 왔다. 그리고 시작된 수많은 죽음들의 환영 속에서 목화는 오직 한사람만 구해낼 수 있었다. 엄마는 떠난 금화가 가져가길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남은 목화에게서 시작되었다. 목화는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없어 힘들었고, 목수는 그런 목화 곁에서 기록한다. 목화의 꿈을 아니 환영을. 아니 목화의 중개를.

구해내지 못한 수많은 죽음을 봐야하는 사실에 괴로워도,
내가 구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해가 된 사람이라 괴로워도,
그 중개를 거절해, 죽을 것같이 아픈 순간에도,
목화는 궁금했다. 대체 왜 한 사람인 걸까. 그리고 왜 나인걸까. 
그렇게 목화는 중개를 시작하게 한 나무를 찾기위해 목수가 된다. 잘린 그루터기 곁의 작은 나무를 찾으려고,
그리고 왜 수많은 죽음 중에서 단 한 사람이여야 하는지,
엄마에게는 그런 삶이 너무나 고난한 삶이였지만,
목화는 그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처음 중개를 거부한 어느 날 꿈속에서 언니 금화를 만난다. 그날 이후 한 번도 볼수 없었던 언니를.
언니는 목화에게 일어나는 일은 멈출 수 없지만, 언제나 나를 지켜주겠다는 말을 한다. 
"꿈속에서 금화는 목수에게 말했다. 영원한 건 오늘 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p.148


최진영 작가님은 왜 "단 한사람"을 구할 수 있는 나무의 이야기를 쓴걸까. 그리고 할머니도, 엄마도, 목화도 왜 구해낸 단 한 사람이 아니라, 구해내지 못한 수많은 이의 괴로움에 몸부림 칠까.
어쩌면 그 한 사람은 나일까?!
작가님은 내가 내 삶속에서 놓쳤던, 어쩌면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의 회한 속에서 살것인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 그것의 이후를 생각하며 살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걸까? 
내가 쥘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뿐.
가지 않았고, 선택하지 않았던 수많은 순간들은 그 하나가 아닌데..
그래서 내 삶은 결국 지금으로 귀결될 뿐인데,
그것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것도 나이고, 내 삶의 주체도 결국은 나인셈.
그래서 '단 한사람'일까.

아니면 단 한사람은 사랑일까.
내 인생의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큰 존재의 단 한 사람.
할머니에겐 엄마였고,
엄마에겐 금화였고,
목화에겐 루나일까?!

최진영 작가님의 이야기는  늘 고민하게하고, 생각하게한다.무하나 쉬울 수가 없네. 사랑도 삶도.

"하지만 난 다 본단 말이야. 죽어가는 사람을.

한 사람을 구하고 네가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천자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니."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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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4-11-0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책 너무 좋았어서 작가님 책을 다 읽기로 했어요. 나무이야기로 시작하는 처음도 신선했고요. 반가운 리뷰가 올라와서 주절거리고 갑니다ㅎ

thddus 2024-11-05 07:58   좋아요 1 | URL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최진영 작가님 좋아해서, 한권씩 찾아서 읽고 있는데, 좋은 만큼 힘들어요.ㅠ 저는 구의 증명을 먼저 읽었는데, 그 책도 참 힘든 책이더라고요ㅎㅎㅎ
 
그로테스크: 미국 단편소설의 코드 - 예술 감상을 위한 미학 세미나
한동원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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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단편소설의 코드”라는 부제가 붙은 책. 미학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로테스크. 정확한 뜻은 모르나 기괴하고, 이상한 무언가를 의미하는 단어.

저자는 미국 단편소설을 다루며, 그로테스크에 대해 말한다.
그저 기이하고 기괴스러운 무엇으로 알고 있던 이 단어가 미국 단편 소설에서 어떻게 쓰인 것일까.
책에서 다루는 단편 소설중 딱 한편 읽었다..나머지는 저자는 알고 있으나, 작품은 다 낯선…ㅠ
참고로 미학을 다루고 있기에 내게는 좀 어려웠지만, 각 단편의 내용들은 개인적으로 슬펐다.

인상 깊었던 <누런 벽지>- 샬롯 퍼킨스 길먼. 이 작품은 남편과 휴양차 들린 집에서 쉬던 주인공이 누런 벽지에서 기어다니던 여자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으며, 낮에는 활동하지 않고, 밤에만 기어다니는 여자. 주인공은 그 벽지속 여자에 공포를 느끼지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여자에 대한 공포를 다루는 점이 우리와 닮았다. 결국 그 공포를 피할 수 없다면 직면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 시키는 것뿐..이 작품에서 그로테크스함은 억압된 여성의 정신에 대한 묘사다. 평범한 듯 보이는 현실에서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처절함. 그것이 곧 이 소설이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결말은 진짜. 해방일까? 붕괴일까? 다양한 해석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해방이라기보다 그 현실의 벽을 넘지못한 한 인간의 광기로 보였다. 시도했으나, 무너진.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붕괴라는 결말에 한표. 

그리고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즈 버그, 오하이오> 에서 다루는 단편 “손”. 
 이 소설은 지능이 떨어지는 아돌프 마이어가 소년들의 여기저기를 더듬고 머리카락을 쓰는등의 행위를 하면, 소년들은 꿈꾸기 시작한다. 이 행위는 성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나 어느날 마이어가 만진 술집 주인은 이 행위를 하는 마이어를 말그대로 두들겨 팼고, 주민들은 마이어를 교수형에 쳐하려 한다.  대체 왜? ”지능이 떨어지“는 이라는 묘사가 있는데도. 왜?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마이어의 손짓에 대한 성적인 묘사가 아니라, 그의 행위에 배타적인 생각만으로 몰아가는 그 동네 주민들의 행위가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고 한다. 당시의 분위기는 동성애는 말그대로 누구를 죽일 수도 있는 불문의 행위 였음에도 마이어의 손길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행위를 더 기이하게 묘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이라는 묘사가 다시 보인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일까? 아니면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그저 아이에 대해 그렇게 몰아가는 동네 주민들에 대한 기괴하고도 잔인한 현실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려는 저자의 의도 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재밌던 단편은 전문이 실렸던 헤밍웨이의 <흰 코끼리를 닮은 언덕>이였다. 전문이 실려있었다. 그래서 다 읽었는데도, 이게 뭔 내용이야 싶었는데, 잠깐 언급하고 넘어간 수술의 묘사가 그런 뜻일 줄이야. 그리고 대화로만 이뤄진 이 소설의 결말을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 뿐 아니라, 생각치도 못하게 전제를 의심하는 해석까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단편소설이 주는 묘미인가..ㅋ 헤밍웨이가 이런 소설을 썼네..?

이 책을 읽으며 미국의 단편소설에서 그로테스크라는 측면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알 것 같았다. 결국 그 시대에서 가장 부조리한 생각을 “기이하고 기괴함”으로 풀어가며, 우리가 생각치 못한 상황, 생각들의 문제점을 짚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성, 동성애, 노예제가 있었다.

 맨 처음에도 말했든 책이 쉽지는 않다. 각 단편의 전문이 실린편도 있지만, 다수는 책을 요약하고, 작가의 다른 단편들까지 언급하며, 그 이야기가, 그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의미를 분석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까다로웠지만, 단편을 알고 본다면 꽤나 흥미로운 해석들을 통해 내가 읽었던 작품이 새롭게 보일 것 같았다. (이 책들중 한권을 읽었는데, 그 작품이 그렇게 다가왔어서 ㅎㅎ)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좋아한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라는게 있으니까. 재미적 측면도 있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가장 유연하게 자신의 편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홀리는 이  느낌이 좋아서.ㅎ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우리를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오지 않았을까. 미국의 단편들이 지금의 생각을 비틀어 상대의 입장에서 그 현실을 다시보게 했으니.

굿.

”백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 마국에서 자신을 어떠한 여성으로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연결되어 있고, 자주적인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가부장적 세계질서에서 해방운동을 한다는 것, 페미니즘 운동과 관련된다는 뜻이다. 그녀는 고향과 단절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미국의 저항운동에 끼어든다“ p.198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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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
세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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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드를 참 좋아한다. 어느날인가 시즌 13,14까지 나온 미드를 시즌 1부터 보던 중 갑갑함을 느꼈다. 아오. 저기 차가 저렇게 많은데 블랙박스 뒤져보면 범인 다 찍혔겠구만 왜 블랙박스 요청을 안해! 했는데, 생각해보니 시즌 1은 1990년대 후반의 배경이였다. 아 맞다.. 그 때 블랙박스가 어딨어..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그 때의 내가 생각났다. 죽은 자의 블랙박스?

이 이야기는 근미래이다. 고독사나 의문사가 증가하던 때, 어느 회사가 기발한 생각을 한다. 인간의 머리에 블랙박스를 심는다면, 그리고 그 내용을 그 사람이 죽고 난 후에 그사람의 사인을 밝힐 수 있는 영상으로 우리가 볼 수 있다면,, 범죄율은 줄어들 것이고, 유족들은 적어도 내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의 원인은 알 수 있을텐데.... 그렇게 시작된 연구는 기술화 되어 세상에 등장했고, 사회의 필요에 따라 법제화 되었다. 그 회사가 <더 블랙> 이다. 
 이제는 인간이 태어남과 동시에 인간의 머리에는 블랙박스가 이식된다. 그것은 뇌 신경세포와 닮아,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뇌 신경 세포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이식된 블랙박스를 다시 뇌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뇌 신경을 도려내야 하는 일이기에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에 대한 조사를 형사 큰별이 맡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블랙박스를 요청 했지만, <더 블랙> 본사에서 기술상의 오류로 인해 블랙박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팀장님도 이번은 죽음이 명확하니, 그냥 종결하라 말한다.
하지만 큰별은 돌아가시는 순간 까지 형사였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뭔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벌써 <더 블랙>이 두번이나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고, 두 명 모두 <더 블랙>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였다.
의심은 가지만 증거가 없는 범죄.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회사 <더 블랙>
그렇게 별난 형사 큰별은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전에도 같은 죽음이 있었지만, 그 죽음을 덮은건 자신의 팀장. 

어떻게 해야하지.
그리고 블랙박스가 제공되지 않는 의문사. 이전과 달리 암이 사인이였으나, 그는 그가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대체 뭐지.

사람의 머리속에 블랙박스. 
그것은 독일까 득일까.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된다 한들, 누군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너무나 내밀하여 숨기고 싶은 것을 누군가 나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상상조차 끔찍하다.
 하지만 이 책은 재밌게도, <더 블랙>의 추악한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도 그  전제를 꽤나 흥미롭게 풀어간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흐름보다 작가님이 내세운 전제가 더 신기했다.. 으흐... 
블랙박스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어떤 것이 더 안전할까. 안전의 기준은 사회마다 다를까.

아니면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사람의 머리에 달린 블랙박스는 차에 달린 블랙박스와 다르다. 원래 특정 차에만 달리던 블랙박스가 이제는 모든 차에 달렸다.  필수재인 마냥. 그걸 통해서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TV프로가 생기고, 실제 경찰에서는 각종 범죄를 밝혀내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럼 기술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정말 어느날 부터인가는 머리속에도 이식해야겠다는 생각을 나도 하게 될까...?
근데 왜 이 상상이 나는 조지오웰의 1884 속 텔레스크린이 생각나는 거지..?

재밌다.
작가님이 뿌린 떡밥을 어떻게 회수하는지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별개로 작가님이 던진 이 소재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기.

굿!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p.243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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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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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님을 통해 "나의 작은 순애 언니"라는 단편을 듣고, 단숨에 팬이 되어 버렸다. 뭐랄까. 나의 불편한 속마음을 들킨 느낌이면서도, 어쩜 이리 단아하게 담담하게 그래, 알아, 라고 다독여주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최은영 작가님의 글은 늘 그렇다.
쉽지 않은 주제이면서도, 한줄 한줄이 비는 느낌이 없달까. 어쩜 이리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상황을.... 조용히 등 뒤에서 따뜻하게 바라보는 글을 쓰실까 싶어서.

이번 책도 그랬다. 어떤 이야기들일까.... 싶으면서도 읽으면서 나의 속마음이 들킬까 두렵기도 하지만, 작가님이 풀어가는 글을 보며, 그래, 맞아, 그래, 맞아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글들.

표제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스스로 알지만, 알아서 애써 외면하는 사실을 누군가 알은척 할 때의 드는 반문. 그럼에도 그 길을 응원하고 싶지만,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무거움. 그럼에도 그 길을 걷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의지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다 녹아 있었다.
그녀의 응원을 바란것은 아니였지만, 현실적인 조언에 나는 슬펐고, 나는 그녀에게 사실을 짚는 위로를 건낸다. 그녀가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조건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인지하면서도 인정은 하지 않으려는 마음같은 것말이다." p. 42
나는 그녀의 길을 걸으며, 그녀가 생각난다. 쉽지 않고, 보이지 않은 미래였지만, 그녀가 걸어가면서 보여주었던 그 희미한 빛은 나를 여기까지 오게했다. 

그런 나를 만난다면, 그녀는 어떤 말을 할까.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일년"이라는 작품도 그랬다.
정규직인 나와 인턴인 다희. 회사 일로 함께 카풀을 하는 사이가 되며, 나와 다희는 일상을 나눈다. 하지만 회사라는 사회 속에서의 간극. 
발전소가 문을 열며 서로 다른 일을 하게 되지만 둘은 카풀을 계속한다. 그리고 다희의 정규직은 점점 요원해지는데,
그리고 누군가는 묻는다 왜 인턴과 가깝게 지내냐고, 나는 다희를 좋아하지만, 그에게 다희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아 둘러댄 말을 다희가 듣는다.
"가끔은... 제가 커다란 스노볼 위를 기어다니는 달팽이 같아요. 스노볼 안에는 예쁜 집도 있고, 웃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선물 꾸러미도 있고,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저는 그걸 계속 바라보면서 들어가지는 못해요. 들어갈 방법도 없는 것 같고.." p.116
이런 다희의 말에 내가 던진 위로에 다희는... 그 말에 상처 받는다. 그 말인 허공에 흩어지는 위로였으니까.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곧 상대를 이해한다는 말이 될 수는 없구나... 우리는 종종 잊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그런 섣부른 위로조차 건낼 수 없는 나와 다희의 현실은 그저 가슴을 치게 만든다.  
그렇게 헤어진 다희를 나는 병원에서 다시 만났지만, 그녀는 그녀인채로, 나는 나인채로 흐르는 시간.
웃으면서 만난 것도,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둘 사이의 나눴던 시간들은 서로에게 남는 시간이였기에 그래도 담담히 만나는 둘을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신". 

나의 어른이였던 언니가, 어느새 커버린 나에게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변해버렸지만, 언니는 끝내 동생에게 어른이고 싶었고, 나는 어쩌면 그런 언니를 문득 나보다 낮은이로 여겼는지도 모르겠는 그 상황들.
글쎄.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아니 모두의 잘못이였을까. 어디서 부터 어떻게 잘못끼워진 단추인지 조차 모르게 흘러간 시간은 사실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무엇이 잘못이였는지에 대한 그 순간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그 수많은 선택들 중에서. 정확히 뭐가 잘못이였는지를.
결국 그런 선택들이 모여 지금을 만들었고, 서로가 그토록 아꼈던 자매는 사랑 때문에 서로를 외면하게 된다.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이모는 그러니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만날 수 없게 된거네." p. 178


"이모에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의 글도 그랬다. 나를 긴장시키기도 했고, 부끄럽게도 만들었고, 정확히 콕 짚을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도 그 이해가 아팠고. 
최은영 작가님 책은 개인적으로는 아프다. 아픈 이야기를 하니까. 그리고 그 아픔이 잘 해소되지도 않는다. 어느만큼 지난 시간 속에서 아픔이 수많은 상처로 남지만, 그 상처의 흉터를 통해 나는 이해한다. 나의 부끄러움을. 그리고 너를.

아프고 어려운 책.
하지만 진짜 추천.

"그렇게 대답하고 기남은 불현듯 이해 할 수 있었다. 부끄러움. 마이클의 말이 맞았다. 기남은 부끄러웠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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