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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
세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평점 :
나는 미드를 참 좋아한다. 어느날인가 시즌 13,14까지 나온 미드를 시즌 1부터 보던 중 갑갑함을 느꼈다. 아오. 저기 차가 저렇게 많은데 블랙박스 뒤져보면 범인 다 찍혔겠구만 왜 블랙박스 요청을 안해! 했는데, 생각해보니 시즌 1은 1990년대 후반의 배경이였다. 아 맞다.. 그 때 블랙박스가 어딨어..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그 때의 내가 생각났다. 죽은 자의 블랙박스?
이 이야기는 근미래이다. 고독사나 의문사가 증가하던 때, 어느 회사가 기발한 생각을 한다. 인간의 머리에 블랙박스를 심는다면, 그리고 그 내용을 그 사람이 죽고 난 후에 그사람의 사인을 밝힐 수 있는 영상으로 우리가 볼 수 있다면,, 범죄율은 줄어들 것이고, 유족들은 적어도 내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의 원인은 알 수 있을텐데.... 그렇게 시작된 연구는 기술화 되어 세상에 등장했고, 사회의 필요에 따라 법제화 되었다. 그 회사가 <더 블랙> 이다.
이제는 인간이 태어남과 동시에 인간의 머리에는 블랙박스가 이식된다. 그것은 뇌 신경세포와 닮아,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뇌 신경 세포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이식된 블랙박스를 다시 뇌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뇌 신경을 도려내야 하는 일이기에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에 대한 조사를 형사 큰별이 맡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블랙박스를 요청 했지만, <더 블랙> 본사에서 기술상의 오류로 인해 블랙박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팀장님도 이번은 죽음이 명확하니, 그냥 종결하라 말한다.
하지만 큰별은 돌아가시는 순간 까지 형사였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뭔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벌써 <더 블랙>이 두번이나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고, 두 명 모두 <더 블랙>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였다.
의심은 가지만 증거가 없는 범죄.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회사 <더 블랙>
그렇게 별난 형사 큰별은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전에도 같은 죽음이 있었지만, 그 죽음을 덮은건 자신의 팀장.
어떻게 해야하지.
그리고 블랙박스가 제공되지 않는 의문사. 이전과 달리 암이 사인이였으나, 그는 그가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대체 뭐지.
사람의 머리속에 블랙박스.
그것은 독일까 득일까.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된다 한들, 누군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너무나 내밀하여 숨기고 싶은 것을 누군가 나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상상조차 끔찍하다.
하지만 이 책은 재밌게도, <더 블랙>의 추악한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도 그 전제를 꽤나 흥미롭게 풀어간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흐름보다 작가님이 내세운 전제가 더 신기했다.. 으흐...
블랙박스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어떤 것이 더 안전할까. 안전의 기준은 사회마다 다를까.
아니면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사람의 머리에 달린 블랙박스는 차에 달린 블랙박스와 다르다. 원래 특정 차에만 달리던 블랙박스가 이제는 모든 차에 달렸다. 필수재인 마냥. 그걸 통해서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TV프로가 생기고, 실제 경찰에서는 각종 범죄를 밝혀내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럼 기술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정말 어느날 부터인가는 머리속에도 이식해야겠다는 생각을 나도 하게 될까...?
근데 왜 이 상상이 나는 조지오웰의 1884 속 텔레스크린이 생각나는 거지..?
재밌다.
작가님이 뿌린 떡밥을 어떻게 회수하는지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별개로 작가님이 던진 이 소재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기.
굿!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p.243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