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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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이 헌법재판관의 이름을 아는 경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작년 12.3 그날 밤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대부분은 이분의 얼굴을 알게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몇해 전에 읽었던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의 김장하 선생님의 장학생이였다는 사실을 알고 꽤나 놀라웠다. 사회의 선순환이란 이런것이구나..해서.

이 책은 문형배 재판관의 짧은 글들이 모인 에세이이다. 1부는 일상에 대한 기록이고, 2부는 책에 대한 기록, 3부는 재판관으로써 지내온 날들을 돌이켜 바뀌어줬으면 하는 의견이 담겼다. 개인적으로는 1부를 읽으며 요즘 왜인지 모르게 화로 가득한 나를 돌아보게하기도 했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며 든 생각은 이런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참한 인품이구나.하는 생각이였다.
재판관으로써의 글이 아니라 인간 문형배라는 사람의 글이여서 였을까.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신중함과 예의바름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서도 뭔가를 늘.. 배운다는 점이다. 재밌는 일화로 시외버스 타는법이 적힌 글은 정말..ㅋ

그러면서도 대학교 때 불법적인 연행 저항하여 파출소에 구금되었을때, 결국은 현실과 타협하여 학생증을 보여주고 풀려났던 일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법대생으로써 자신이 불법적 행위에 저항하지 않았던 사실을 부끄럽게 기억하는 재판관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고작 학생증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도대체 무엇을 제출해야 하는가? 정녕 부끄러움과 용기 사이에 고민하게 되는 나날이다." p.98
나에겐 그저 흘러가는 하루 중 하나로 끝날 수도 있는 어쩌면 짜증이 나는 하루였을지도 모르는 그날을 이분은 기억하고, 기록하여 반성을 하기도, 무언가를 배우기도 한다.
"세네카에 따르면, 화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화를 늦추는 것이다. 처음부터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사숙고 하기 위해 화의 유예를 요구하라' 입니다." p.186
막말이 오가는 법정에서 어찌 화날 일이 없겠는가. 타인으로 인해 나는 화이지만, 화내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들여다보며, 그러지 말아야 하는 자신을 다스리는 모습이 어른 같아 보였다.

"호의" 친절한 마음씨.
왜 이 제목을 선택했을까. 어쩌면 재판관으로써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어떤 것들에 대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무거움을 아는 분이였기에  타인의 행위를 이해해보고자 한 가장 바탕의 마음이 이 호의가 아니였을까.
그래서 자살을 선택한 이에게 살자를 외치게하고,
가정 폭력으로 인해 살인을 한 사람에게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내렸던 판결의 일부는 "중병환자의 개호 활동을 통한 사회봉사"였다. 
"말기 암 환자가 놓지 못하는 그 생명과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의 생명은 다른 것입니까. 같은 것입니까?" p.31
이 질문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인듯 했다. 결국은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이가 저지른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 사건 자체를 비판 할 수도 없지 않나..?
이 사건은 책의 다른 챕터, 불의를 저지르는 삶과 불의를 묵과하는 삶을 말하는 부분에서 분명하게 보인다. 불의를 저지르는 삶은 적지만, 묵과하는 삶은 많다. 가능하고.
결국 옳지 않은 것은 둘다 마찬가지다. 오래전에 읽었던 십자가라는 책이 떠올랐다. 학교폭력을 묵과했던 어린 시절, 그 때 죽었던 아이의 일기장에서 내 이름이 나왔다. 왜.. 내 이름이 나왔을까를 쫒는 소설이였는데, 읽으며,, 와.. 싶었던 기억이 있다.  이 에세이를 읽으며 그 소설이 생각날 줄이야.

판사이기에 수많은 범죄, 피해자, 피의자 등을 보면서도, 인간의 호의를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음에도 저자의 마음 한켠은 타인을 공감하려는 마음이 기본 값이라는 점이 따뜻했다. 그래서 요즘 자꾸 화로 가득찬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고,
좋은 책이다.

따뜻한 차한잔을 두고,
오래오래 곱씹으며 읽고싶은 책.
그리고 나의 하루를 다시 곱씹는다.

추천.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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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출간 20주년 기념판) - 돈을 끌어당기는 위대한 지식
이상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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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코로나 이후 다시 증시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코로나때 풀린 유동성으로 부동산, 증시 이 두가지가 경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았는데, 최근 정부의 기조로 인함인지 증시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생성형AI, 피지컬AI, GPU,반도체 등등의 전세게적 이슈가 증시를 끌기 시작한 지금, 은퇴이후를 고민하는 중년으로 관심을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눈에 든 이 책 “부자들의 개인도서관” 대체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그들은 시장을 어떤 다른 눈으로 보았던 것일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참고로 소위 각 분야의 큰손들이 읽은 책들을 설명하는 서평같은 책은 아니다. 오랫동안 금융분야에서 일해온 저자가 소위 전세계적으로 부를 이룬 이들은 시장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지를 바탕으로 투자방법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설명함에 있어, 그들이 쓴 책, 그들이 언급된 책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경제방식으로 택한 자본주의, 그것의 근간인 돈이란 무엇인가를 필두로, 투자를 함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욯한지, 그리고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그런 혜안을 얻기위해 우리는 역사속에서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했을 때, 내가 가진것이 없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여야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해야하는 시점에 대한 2장이 가장.. 두근거렸다. 아! 이런 시각이여야했구나 싶었던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과 강철심장이 있지 않고서는 가능할까..싶은 마음이였달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장 자크 로소의 ‘성공에 이르는 길은 대중이 가는 길과 반대쪽‘ 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호황과 불황의 양극단에서 느낀 감정을 스스로 배제해야 한다.” p. 112

즉 남들이 가는 길과 반대의 길을 가라는 것. 증시가 떨어질 때가 곧 살 때이며, 증시가 오를 때가 팔 때라는 것인데, 이 말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효하다. 정말? 책은 IMF를 예를 들고 있는데, 그 시기를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지만 그런 강심장을.. 어찌 가질수 있단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하락장에서 돈을 버는 이는 강심장이여야 해.. 그렇다면 유동성이 폭락했던 시기에 그런 자금의 마련방안은?? 이라는 질문은 5장과 6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유대인과 화교, 투자라는 시기를 알아보는 이들의 관점이 그것의 바탕이 된 셈이다. 이부분에서 새로 알았던 사실은 피카소는 부자였다는 것, 그리고 염세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는 돈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말라”는 주식시장의 굉장히 유명한 조언에 대해 이 책은 정면으로 반박한다. 큰 돈을 벌어들인 투자가들 역시 같은 말을 한다고하니, 진리가 변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잘못된 것이였을까. 이유를 들어보면 오! 싶다. 결국 이 책에서도 투자를 위한 ”공부“를 강조하는데, 즉 감정에 휘둘리지말고, 내가 제대로 아는 분야에 투자하라는 것. 그런데 이 때 한 개인이 하나를 제대로 알기도 힘든 구조속에서 막연히 저 말 한마디에 여러 주식을 사는등의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 즉, 이 말은 2장의 투자를 함에 있어 가져야할 심리적 자세, 그리고 3장 투자의 원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종목이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우리가 자산을 마련함에 있어 투자라는 행위를 선택했을 때,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 방법은 주식이 될 수도, ETF가 될 수도, 부동산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손해를 줄이고, 이득을 최대화 하기 위해 가져야할 기본 자세를 알려준다. 사실 그 말이 아~ 다 아는말이야.라고 치부할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그 분야에서 부를 일군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태도니까. 큰 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노후만큼은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희망. 은행 예금만으로는 힘들어진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해야할 여러 방법을 시행하기 전에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책.

근데.. 심리는 정말 어렵네요. 맨탈이 유리라.ㅠ

“연애 감정을 갖지말라. 콩깍지는 연애 할 때만 필요한 것이지 투자할 때는 필요 없다. 어느 하나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순간 그 함정에 빠지게 된다.”. 126

“돈은 무가치한 것이지만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얘기처럼 다른 재산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은 상대적이지만 돈은 절대적이다. 돈은 한 가지 욕구만 구체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욕구를 추상적으로 충족시켜 주고 있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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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힌 평생 또렷한 정신으로 사는 방법
데일 브레드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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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늙지 않는” 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왜이렇게 단어가 기억이 안나냐. 왜 그거 있잖아. 그거“ 이말이다. 나 스스로도 단어보다는 그 단어를 기억하지 못해 우회적인 표현을 하느라 시간을 소요한다고 느끼는 요즘 이 책의 제목은 정말 쭈뼛했다. ”늙지 않는 뇌“라니..

참고로 책은 꽤나 두껍지만, 정말 술술 잘 읽히고, 심지어 재밌었다. 아니,, 의사가 쓴 책이 재밌을 줄이야. 

얼마전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배우 이순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사실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깊은 상처로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그분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배우로써 활동을 해오던 분이기 때문일듯. TV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왜..  더 놀라웠던 점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전체 대사의 80%를 혼자서 말해야하는 연극무대에 계셨다는 것. 아니.. 나는 단어도 기억이 안나는데, 2시간 3시간 무대의 80% 대사를 혼자 소화하는 90세라니. 

이 책을 보고서야 ”늙어서“ ”나이들어서“라는 변명뒤에 숨어있는 나를 보았다. 어떤 약을 먹고, 기술에 의해 뇌가 젊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저자는 뇌의 견강은 나를 대하는 나의 삶의 태도에서 그 해답을 발 견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저속노화” 이 것은 결국 나의 신체와 나의 신체를 컨트롤 하는 뇌의 건강과도 밀접했다. 
충분한 수면시간, 수면의 질, 식습관, 운동, 질병, 호르몬, 검사 등등.
책은 뇌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가장..슬펐던 것은 “당”.아 이 강력한 유혹의 당이 우리 혈관건강은 물론 뇌를 공격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요소중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 몸에 인입된 당을 처리하기위해 인슐린이 분비되면, 우리 뇌는 인슐린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 분해효소가 나오기시작하고, 이것은 우리 뇌의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아밀로이드가 당과 알츠하이머의 연결 고리중 하나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은 인지 기능에 엄청난 해를 끼친다. 하지만 인지 기능을 해치는 적이 당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당부터 설명한건, 적의 ‘우두머리‘부터 제거하는 고달픈 첫단계일 뿐이었다.“ p.64
결국 당은 우리 혈관 뿐 아니라 머리까지 병들게 하는 요소인 것. 여기서 말하는 당은 음식으로부터 들어오는 일부가 아니라 우리가 말그대로 맛있음을 위해 먹는 각종 디저트, 음료에 포함된 단순당을 의미한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호르몬과 관련된 부분이였다. 특히 완경기 여성의 호르몬 치료. 이부분은 여전히 논란이 있고, 연구중인 측면이 있지만, 완경시 발생하는 호르몬으로 인한 소위 갱년기라 불리는 증상들의 완화를 위해 먹는 호르몬이 치매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였다. 근데 이부분에서 빠르게 치료를 한 집단과 늦게 시작한 집단의 결과가 정 반대라는 것. 완경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 초입부터 시작한 집단은 치매 발병률이 낮아지지만, 반대의 경우는 높아진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연구중이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오호라. 싶었다.

이 책은 치매, 파킨슨병 등의 뇌 관련 질환들의 발병을 늦추거나 발생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다. 중요한 점은 그 방법이 쉬운듯 쉽지 않다는 것. 결국 평소의 건강한 습관의 유지와 나의 뇌에 대한 세심한 신경 쓰임이 필요하다는 것. 음. 우리가 우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2년에 한번씩 건강 검진을 하듯 뇌도 그런 검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노년에 가장 두려운 병 중 하나로 치매를 꼽으면서도 뇌에 대해서는 돌봄이 가장 약한 장기 중 하나이지 않나..싶다. 그저 늙음으로 치부해버리는.

저자는 이 책에서 일관되게  약보단 음식과 생활 습관의 교정을 말하고, 그보다 더 에방적 측면에서의 뇌건강의 전반을 말하고 있다. 그 전반에 예상되는 측면도 물론 있지만, 아... 이런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꽤나 꼼꼼하게 짚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

뇌도 당연히 관리가 필요한 장기다. 우리 몸을 지휘하고 있는 마에스트로 아닌가..  잘..그리고 건강하게 늙어보자!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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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 -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클레어 데더러 지음, 노지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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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 제목을 발견하고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목차를 보고서는 더 궁금증이 일었던 책.

나는 이 책이 유명인의 범죄에 대한 르포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이 책은 소위 유명 예술가들의 이면을 고발하는 책이면서 자서전이기도 한 묘한 책이다. 사실 불편함을 일으키기도 하고...

책은 로만 폴란스키라는 인물로 시작한다. 아마도 저자가 비평가인것(저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인듯 한데, 로만폴란스키의 추악함을 말하면서도, 그의 작품을 사랑해마지않는 한 사람의 모순을 말한다. 작가와 작품을 구별할 수 있는가. 한 영화의 감독과 그 영화가 가지는 예술성은 감독의 범법으로 작품 자체가 같이 추락하는 것은 맞을까?!라는 질문. 르포로 읽기시작한 이 책에서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하는 시작이였다. 그리고 등장하는 헤밍웨이 잭슨폴락, 피카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계의 거장들이 가지는 문제들이 속속들이 파헤쳐진다. 

“우디와 순이 이야기를 드고 기분이 나빴어. 생각하지 않았어. 감정을 느꼈지. 나는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으로 모욕을 당한 기분이였어.“p.43

솔직히 로만폴란스키라는 사람의 영화를 단 한편도 본 적이 없기에 저자의 생각에 수긍이 가지 않았다. 저런 비 인간적인 짓을 저지른 인간의 작품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거지? 했지만, 그 뒤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섣불리 작품과 인간을 구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말에 수긍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악마같은 인간들이 예술가가 되는건가? 아니면 그동안 이런 사람들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천재성을 가졌으니 우리가 눈감고 넘어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지. 그렇게 읽는 내내, 내 스스로에 대한 생각에도 점점 혼란이 일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예술가들에게 우리의 가장 어두운 환상르 실현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천재‘라는 이름을 붙이면 그 광경을 즐기면서 죄책감을 느낌 필요가 없다. 그 나쁨의 공연에 열광할 수 있다.“ p.144

그렇다면 괴물이라는 측면에서 나는?이라는 질문에 이른다. 나는 타인에게 괴물인 적이 없었는가.
나는 이 책의 흐름을 따라 읽으면서도, 가장 최악에서 서서히 이정도는? 이정도는? 이정도는? 과연 괴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이어지는 흐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불편했다. 어쩌면 괴물과 이정도는 괜찮지않나?라는 딱 자를 수 없는 선을 말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도리스 레싱의 등장은 흠. 하는 한숨이 나왔기 때문일까.
글을 쓰기 위해 두 아이를 두고 나왔던 작가. 나중에는 아이들과 함께하긴 했지만, 그녀는 그녀의 아이들에게 괴물이였을까? 아닐까?
그녀의 작품이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이라면, 작품과 그녀를 분리해서 봐야할까? 아닐까? 
소수자에게 행해지는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또 다른 이에게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괴물이라 말 할 수 있는가?

분명 책의 초입에서는 저자의 고민에 동의할 수 없었으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글쎄. 싶다. 하지만 분명 범법과 도덕적 규탄은 다른 일이다. 여전히 나는 로만폴란스키의 작품과 그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이 가져오는 불편함은 딱 그을 수 없는 선과 그녀에게 동의하면서도 동의할 수 없는 그 어디쯤을 계속 해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일 것. 그사람은 싫지만, 그 작품은 계속해서 생각나는. 그래서 그의 작품을 버리지도 못하면서 읽지도 못하는 “서랍장 깊숙히 넣어놓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태를 여전히 내가 정의 내리지 못한 나에 대한 불편함이겠지....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명확하게 그어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읽고 보고 듣고 하는 모든 작품에 대해 비평가적 시선이 필요하다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나오는

“제발 다음에는 그의 인품과 성격이 그의 음악만큼 사랑스러워져서 우리 앞에 나타나 주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그저 희망할 수 있을 뿐이다“ p.315

라는말처럼 말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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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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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를 기다리며”라는 책에 홀딱반해 알게된 작가님. 신작출시 소식! 이번엔 또 어떤 소재가 이 안에 숨어있을지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치즈이야기” 2022년부터 발표했던 단편을 모은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다 처음이라.ㅎㅎ 뭔가 괴기스러운 이야기부터 가슴 찡한 이야기까지. 단편집 하나에 다 녹아있었다.

“먹는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먹는 것은 단순히 인간으로써 살아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 이외의 다른 의미는 무엇일까. 표제작인 <치즈이야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 욕망인 먹는 것에 대한 생존 이외의 다른 의미를 보여준다. 그 행위를 통한 복수일까, 아니면 그토록 불우했던 어렸을 때에 대한 상처이면서, 그때 받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일까. 역겹지만 행복한 맛이라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님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서운 이야기인지, 웃기는 이야기인지.
나는 모르겠다. 무섭지도, 웃기지도 않지만, 이해되지 않는 화자의 감정이 무엇인지가 그저 어려울뿐이다.

<보증금 돌려받기>. 아 이 이야기는 그저 슬프다. 최근 소설들을 읽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묘하게 교차하는 내용을 많이 읽게 된다. 완전한 가해자도, 완전한 피해자도 없는 이야기. 그래서 답답하고 슬픈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이야기 역시 대낮에 빛조차 들지 않는 방을 탈출하고자 하는 화자의 고군분투. 하지만 그녀의 고군분투와 상관없이 집주인은 집이 나가기 전까지 그녀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하고, 유흥가 근처의 집, 한 줄기 빛조차 들지 않는 그 집은 그녀에게 악몽 그 자체.
그 집을 그녀에게 넘기고자 했던 전 세입자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방에 대한 칭찬이 이제와서야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다시 피해자로 전락하는 순간은 딱 지금의 사회 앞에 선 취업 준비생들의 현실 그 자체다. 그녀는 그 집을 탈출할 수 있을까.

나에게 진실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님은 알게 한 <소라는 영원히> 잘린 손목을 다시 이어붙인 순간 알게된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은 모든 손에 닿는 것이 고통이 되는 현실을 만든다.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진실. 우리는 정말 진실이 알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믿는 것에 대한 확인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한 챕터다. 타인의 삶을, 어떤 물건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축복일까? (사이코메트리의 소재를 차용한 책들에서는 그것이 마치 축복처럼 느껴졌는데..) 이 이야기에서 그것은 소라에게 고통 그자체였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팔을 잘랐고, 그로인해 어떤 것도 볼 수 없는 그저 보이는 것이 다인 세상에 갖혔다. 가장 평온한 삶. 
진실을 아는 삶과 보이는 것이 다인 삶. 우리에게 평온함을 안겨주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든 다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특성이 정말 모든 것을 알게하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새삼 다시 보이는 ”진실“이라는 단어다. 평화로움보다는 두려움으로.

그리고 요즘 많이 생각하게 하는 ”안락사“라는 주제로 다뤄진 <안락의 섬> 갑자기 솟아난 섬.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밝하지지 못한 섬. 그곳에서 지구인들에게 방송이 송출된다. 안락한 죽음을 원하는 20명을 선발하겠다고, 그리고 죽은 그들의 몸을 우리에게 주는 조건으로.
그렇게 나는 플로와 그곳으로 떠난다. 나의 조건은 하나였다. 플로가 죽고난 후에 나의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라미를 만났다. 
우리가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질병 또는 사고로 죽음을 앞둔 이을 위한 존엄사라는 측면을 제외하고, 아직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을 가진 이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왜 일까.

‘희망을 불신하는 시대. 아예 생각을 그만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기력의 시대였다.’ p.294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없는 무기력의 시대라면,,죽음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삶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선택하게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너무나 끔찍한 현실 앞에서도 한발 내딛게 하는 그 힘의 근원은..?
같은 현실. 극단의 선택은 무엇이 그 선택을 하게하는 것인지를 생각케 하는 이야기… 
책의 결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우리가 이 이야기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결국 <안락의 섬>은  삶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무엇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는 것.  
나라면 마지막 질문에 무엇이라 답할까.

‘“안락에 들겠습니까?“ 

 나는 무한과도 같은 침묵을 지나, 입을 열었다.‘p.326



이 이야기들의 가장 큰 힘은 다양한 주제로 지금 우리가 생각해볼 이슈를 다각적으로 생각하게 해본다는 것이다. 정말 진짜 그렇게 생각해?!라고.  그래서 늘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마냥 가볍게만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도 무엇보다 재밌다는 점!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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