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클레어 데더러 지음, 노지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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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 제목을 발견하고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목차를 보고서는 더 궁금증이 일었던 책.

나는 이 책이 유명인의 범죄에 대한 르포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이 책은 소위 유명 예술가들의 이면을 고발하는 책이면서 자서전이기도 한 묘한 책이다. 사실 불편함을 일으키기도 하고...

책은 로만 폴란스키라는 인물로 시작한다. 아마도 저자가 비평가인것(저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인듯 한데, 로만폴란스키의 추악함을 말하면서도, 그의 작품을 사랑해마지않는 한 사람의 모순을 말한다. 작가와 작품을 구별할 수 있는가. 한 영화의 감독과 그 영화가 가지는 예술성은 감독의 범법으로 작품 자체가 같이 추락하는 것은 맞을까?!라는 질문. 르포로 읽기시작한 이 책에서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하는 시작이였다. 그리고 등장하는 헤밍웨이 잭슨폴락, 피카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계의 거장들이 가지는 문제들이 속속들이 파헤쳐진다. 

“우디와 순이 이야기를 드고 기분이 나빴어. 생각하지 않았어. 감정을 느꼈지. 나는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으로 모욕을 당한 기분이였어.“p.43

솔직히 로만폴란스키라는 사람의 영화를 단 한편도 본 적이 없기에 저자의 생각에 수긍이 가지 않았다. 저런 비 인간적인 짓을 저지른 인간의 작품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거지? 했지만, 그 뒤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섣불리 작품과 인간을 구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말에 수긍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악마같은 인간들이 예술가가 되는건가? 아니면 그동안 이런 사람들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천재성을 가졌으니 우리가 눈감고 넘어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지. 그렇게 읽는 내내, 내 스스로에 대한 생각에도 점점 혼란이 일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예술가들에게 우리의 가장 어두운 환상르 실현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천재‘라는 이름을 붙이면 그 광경을 즐기면서 죄책감을 느낌 필요가 없다. 그 나쁨의 공연에 열광할 수 있다.“ p.144

그렇다면 괴물이라는 측면에서 나는?이라는 질문에 이른다. 나는 타인에게 괴물인 적이 없었는가.
나는 이 책의 흐름을 따라 읽으면서도, 가장 최악에서 서서히 이정도는? 이정도는? 이정도는? 과연 괴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이어지는 흐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불편했다. 어쩌면 괴물과 이정도는 괜찮지않나?라는 딱 자를 수 없는 선을 말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도리스 레싱의 등장은 흠. 하는 한숨이 나왔기 때문일까.
글을 쓰기 위해 두 아이를 두고 나왔던 작가. 나중에는 아이들과 함께하긴 했지만, 그녀는 그녀의 아이들에게 괴물이였을까? 아닐까?
그녀의 작품이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이라면, 작품과 그녀를 분리해서 봐야할까? 아닐까? 
소수자에게 행해지는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또 다른 이에게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괴물이라 말 할 수 있는가?

분명 책의 초입에서는 저자의 고민에 동의할 수 없었으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글쎄. 싶다. 하지만 분명 범법과 도덕적 규탄은 다른 일이다. 여전히 나는 로만폴란스키의 작품과 그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이 가져오는 불편함은 딱 그을 수 없는 선과 그녀에게 동의하면서도 동의할 수 없는 그 어디쯤을 계속 해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일 것. 그사람은 싫지만, 그 작품은 계속해서 생각나는. 그래서 그의 작품을 버리지도 못하면서 읽지도 못하는 “서랍장 깊숙히 넣어놓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태를 여전히 내가 정의 내리지 못한 나에 대한 불편함이겠지....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명확하게 그어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읽고 보고 듣고 하는 모든 작품에 대해 비평가적 시선이 필요하다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나오는

“제발 다음에는 그의 인품과 성격이 그의 음악만큼 사랑스러워져서 우리 앞에 나타나 주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그저 희망할 수 있을 뿐이다“ p.315

라는말처럼 말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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