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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만조를 기다리며”라는 책에 홀딱반해 알게된 작가님. 신작출시 소식! 이번엔 또 어떤 소재가 이 안에 숨어있을지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치즈이야기” 2022년부터 발표했던 단편을 모은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다 처음이라.ㅎㅎ 뭔가 괴기스러운 이야기부터 가슴 찡한 이야기까지. 단편집 하나에 다 녹아있었다.
“먹는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먹는 것은 단순히 인간으로써 살아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 이외의 다른 의미는 무엇일까. 표제작인 <치즈이야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 욕망인 먹는 것에 대한 생존 이외의 다른 의미를 보여준다. 그 행위를 통한 복수일까, 아니면 그토록 불우했던 어렸을 때에 대한 상처이면서, 그때 받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일까. 역겹지만 행복한 맛이라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님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서운 이야기인지, 웃기는 이야기인지.
나는 모르겠다. 무섭지도, 웃기지도 않지만, 이해되지 않는 화자의 감정이 무엇인지가 그저 어려울뿐이다.
<보증금 돌려받기>. 아 이 이야기는 그저 슬프다. 최근 소설들을 읽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묘하게 교차하는 내용을 많이 읽게 된다. 완전한 가해자도, 완전한 피해자도 없는 이야기. 그래서 답답하고 슬픈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이야기 역시 대낮에 빛조차 들지 않는 방을 탈출하고자 하는 화자의 고군분투. 하지만 그녀의 고군분투와 상관없이 집주인은 집이 나가기 전까지 그녀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하고, 유흥가 근처의 집, 한 줄기 빛조차 들지 않는 그 집은 그녀에게 악몽 그 자체.
그 집을 그녀에게 넘기고자 했던 전 세입자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방에 대한 칭찬이 이제와서야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다시 피해자로 전락하는 순간은 딱 지금의 사회 앞에 선 취업 준비생들의 현실 그 자체다. 그녀는 그 집을 탈출할 수 있을까.
나에게 진실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님은 알게 한 <소라는 영원히> 잘린 손목을 다시 이어붙인 순간 알게된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은 모든 손에 닿는 것이 고통이 되는 현실을 만든다.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진실. 우리는 정말 진실이 알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믿는 것에 대한 확인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한 챕터다. 타인의 삶을, 어떤 물건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축복일까? (사이코메트리의 소재를 차용한 책들에서는 그것이 마치 축복처럼 느껴졌는데..) 이 이야기에서 그것은 소라에게 고통 그자체였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팔을 잘랐고, 그로인해 어떤 것도 볼 수 없는 그저 보이는 것이 다인 세상에 갖혔다. 가장 평온한 삶.
진실을 아는 삶과 보이는 것이 다인 삶. 우리에게 평온함을 안겨주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든 다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특성이 정말 모든 것을 알게하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새삼 다시 보이는 ”진실“이라는 단어다. 평화로움보다는 두려움으로.
그리고 요즘 많이 생각하게 하는 ”안락사“라는 주제로 다뤄진 <안락의 섬> 갑자기 솟아난 섬.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밝하지지 못한 섬. 그곳에서 지구인들에게 방송이 송출된다. 안락한 죽음을 원하는 20명을 선발하겠다고, 그리고 죽은 그들의 몸을 우리에게 주는 조건으로.
그렇게 나는 플로와 그곳으로 떠난다. 나의 조건은 하나였다. 플로가 죽고난 후에 나의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라미를 만났다.
우리가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질병 또는 사고로 죽음을 앞둔 이을 위한 존엄사라는 측면을 제외하고, 아직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을 가진 이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왜 일까.
‘희망을 불신하는 시대. 아예 생각을 그만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기력의 시대였다.’ p.294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없는 무기력의 시대라면,,죽음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삶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선택하게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너무나 끔찍한 현실 앞에서도 한발 내딛게 하는 그 힘의 근원은..?
같은 현실. 극단의 선택은 무엇이 그 선택을 하게하는 것인지를 생각케 하는 이야기…
책의 결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우리가 이 이야기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결국 <안락의 섬>은 삶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무엇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는 것.
나라면 마지막 질문에 무엇이라 답할까.
‘“안락에 들겠습니까?“
나는 무한과도 같은 침묵을 지나, 입을 열었다.‘p.326
이 이야기들의 가장 큰 힘은 다양한 주제로 지금 우리가 생각해볼 이슈를 다각적으로 생각하게 해본다는 것이다. 정말 진짜 그렇게 생각해?!라고. 그래서 늘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마냥 가볍게만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도 무엇보다 재밌다는 점!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