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이재호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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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물리학자가 추천하는 SF 소설인데 작가가 한국인이여서 더 궁금했던 소설이다. SF 소설인데 껍데기라..뭔가 철학적인데..(요전에 철학책을 읽어서 그런가...) 암튼 묘했다.

왜 껍데기지? 하면서 읽은 책이다.


먼 미래의 지구. 과거에 레이싱 선수였지만, 사고로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수현은 생물학자의 길로 들어서, 레몬제나호를 타고, 태양계 밖을 떠나 2년간 우주를 항해 중이다. 드디어 목적지의 부근에 도착했을 무렵 알지못하는 소행성과 충돌하였고, 중력 장치가 고장났다. 그 레몬제나호에는 바이오스피어3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필립이라는 침팬지가 타고 있었는데, 필립이 그녀의 담당이기에, 수현은 빠르게 필립을 찾았다. 다행히, 필립은 놀라긴 했지만 무사했다. 그리고 우주선의 상태를 동료들과 살피던 중, 알 수 없는 돌을 발견한다.  그 돌은 밝고 황홀한 빛을 내는 '아스틸베'라는 물질이였는데, 사실 크게 의심할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충돌 이후, 우주선의 수리를 위해 잠시 항해를 멈췄던 순간부터, 순했던 필립에게서 이상한 징후들이 발견되고, 바이오스피어3의 식물들이 비정상으로 생장하기 시작한다. 또한 수현을 비롯한 동료들은 실버드림이라고 의심될만한 환각, 환시일지도 모르는 상태를 경험한다. 그것은 정말 환각이였을까.

 이후 동료 강민을 시작으로 한사람씩 죽어간다. 사람들은 수현이 필립으로 유전자 조작실험을 한것은 아닌지 의심을하고, 귀항을 결정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가 되는데..


책 제목은 수현의 생각이다. 수현은 자신이 가진 한계 즉, 껍데기를 탈피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신청했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다 맞닥뜨린 또 다른 고비, 바이오스피어3에 해당하는 식물들의 기이한 성장, 필립의 변화라는 또 다른 현상을 맞닥뜨리며, 그녀 스스로가 또 다른 무언가에 갖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태양계라는,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기준 같은 것.  그렇기에 미지의 것은 두렵고 낯설고, 떨궈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자체. 그런 그녀에게 아스틸베는 어쩌면 또 다른 그녀의 껍데기를 뚫고 나오게 할 하나의 매개체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 순간 그녀는 지구로의 귀환을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세계속으로 들어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또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 그녀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나라면 거의 확신컨데 귀환을 결정할 것이다. 지구엔 내가 꾸렸던 많은 것들이 있으니. 나는 그런 익숙한 것들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니까. 아마도 나는 미지의 우주로 나가지도 않을 것 같긴 했다. (이 책의 등장인물 중 가장 짜증나지만, 리얼 현실에서 꼭 한명 있을것 같은 인물 닥터 션이 사실 나 같았다. 미지의 것에 두려움으로 이성을 잃는 인물 그래서 가장 이기적으로 변해버리는.. ㅠ....그러니까 나가질 말아야해..나같은 사람은..)

 하지만 수현과 동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자신들의 임무를 마치려한다. 맞닥뜨린 상황은 분명 위기였지만, 그들이 아스틸베를 만졌을 때의 느낌은 마냥 위험한 것은 아니였기에 그랬는지도... 경험하지 못한 무엇이였을 뿐.


수현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재밌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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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상 입문 - 데리다, 들뢰즈, 푸코에서 메이야수, 하먼, 라뤼엘까지 인생을 바꾸는 철학 Philos 시리즈 19
지바 마사야 지음, 김상운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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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상(철학)을 알고는 싶었다. 사실 철학 그 자체가 궁금하다. 참고로 비전공자이며, 이과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고대부터 존재했고, 철학에서 하나씩 수학, 과학등으로 분리가 된것으로 알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철학에 관심이 생기긴 했으나, 늘 높은 진입장벽이 문제였다. 그런 철학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부터는 굉장히 난해하고 어려워졌다는 말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은터라 감히,, 책을 읽어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입문"서가 나왔기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책의 저자는 일본인이고, 일본에서는 현대철학을 프랑스에서 전개된 "포스트 구조주의"철학을 가리키기에, 이 책에서 언급되는 사상은 프랑스철학을 근간에 두었음을 저자는 초기부터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어떤 것을 이해하는데 있어 그 기본은 단순화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야 이해가 쉬우니까. 하지만 현대철학을 배우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 하지 않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화 할 수 없는 현실의 어려움을 전보다 '높은 해상도'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p.12


1,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질서를 만들고, 형태를 만들어 그 안에 사람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모든것이 엉망이였고, 다시 시작해야 했기에 그러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어떤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필요했고, 그 틀에 맞도록 교육이 만들어지고, 그 기준에 맞춰 사람들은 미래를 꿈꿨다. 질서유지, 안심, 안전이 필요했던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현대 철학은 그것이 정말 옳은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과도하게 관리되는 사회, 모든 사람이 유사한 생각, 보통의 생각이라고 믿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에 대한 질문이 현대 사상의 시작이다.


책은 데리다, 들뢰즈, 푸코를 시작으로 한다.

첫번째 데리다. 데리다는 이항대립에 대해 플러스/마이너스 측면을 고려함에 있어, 마이너스라고 명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의 예시로는 어른은 결단력/우유부단 이라는 측면을 놓고 볼때, 어른이라면 반드시 결단력이 있어야한다는 현대의 보편화된 생각에서 우유부단은 왜 마이너스 측면으로 바라보는가?라는 것이다. 말그대로 케바케의 상황속에서 위 두 기준이 항상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구분될 수 있는가?라는 측면에서 볼 때, 

"탈구축의 발생은 불필요한 타자를 배제하고, 자신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되고 싶다는 생각에 개입하는 것" p.49 

이라 말한다. 여기서 불필요한 타자는 우리가 가지는 이항대립의 논리이고, 이에 벗어나, 자기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때, 자신이 내린 생각에 있어 미련은 결국 타자성에 대한 배려이며, 이런 미련을 의식함으로써, 우리가 생각의 발전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두번째 들뢰즈.들뢰즈는 <존재의 탈구축>을 이야기 한다. 들뢰즈의 사상은 "동일성 보다는 차이가 먼저"라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동일성은 원리로써 존재하며, 다방향 성으로 나열되는 어떠한 상태, 저자는 이것을 '가고정'이라 일컫는다. 현동적 상태에서 동일성은 모든 운동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이런 들뢰즈의 사상에서 언급되는 것이 <리좀>인데, 이것은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관계성을 의미하면서도, 곳곳에서 비의미적으로 절단되는 상태를 말한다. 모든 것이 연결됨과 동시에 모든 것이 무관함을 의미한다. 이 의미는 사람의 무절제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모든것이 관여만 하게 되면 감시나 지배로  변질될 위험이 있기에, 그것에 대한 균형으로 너무 관여하지 않는 것을 말할 필요도 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체성에서 벗어나는 '도주선' 이라고 불리며, 이것이 들뢰즈가 말하는 관리, 통제의 비판에서 나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편이 푸코였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쟁점에 있는 내용이였기에 그랬는지도. 푸코는 권력에 대해 논하는데, 권력은 지배자(나쁜놈)/피지배자(약한자)라는 의미를 가진 이항대립의 논리인데, 그것에 대해 푸코는 다음과 같이 그 논리를 흔든다.

"지배를 당하고 있는 우리는 사실 그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배를 받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라는' 구조가 있다" p.86

즉, 자기 순종화의 논리가 세상에 만연해 있으며, 싸워야 할 악을 지칭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들뢰즈의 언어로는 '도주선'을 긋기 어려우며, 그러한 시스템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임을 설명한다. 이런 현상이 도래한 것은 규율 훈련, 즉 훈육을 통해서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벤담이 말했던 펜옵티콘을 예로 든다. 펜옵티콘은 나의 감시여부를 알수 없기에 스스로 자기 검열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데, 이부분에서 나는 CCTV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은 계속해서 나를 스스로 통제하게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사회의 안전망은 과연 맞는 것일까? 라는 생각.

 그리고 나온 생명정치. 이 부분을 저자는 코로나19 상황속에서 백신을 예로 들고 있다. 백신을 천편일률적으로 접종하게 만드는 국가의 권력 행위. 이것에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국가와 시민다수. 지금의 사회는 규율훈련 + 생명정치로 이뤄져 있는데, 이런 사회가 과연 유토피아 인가. 아니면 이런 권력이 없어진 사회가 유토피아일까.


 이렇게 데리다, 들뢰즈, 푸코로 시작한 책은 이런 현대사상의 원류인 니체, 프로이드, 마르크스에 대해 설명한다. 이후, 현대사상을 정신분석적으로 좀더 심도 깊게 들어가 라캉, 르장드르를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부분은 조금 많이 어려웠다.(정신분석학 쪽이 모호해서 였는지도..) 이후 현대사상을 만드는 방법에서 철학이 정치로 이어지는 과정, 결국 근본을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이 어떻게 파시즘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치 독일에 가담했던 철학자들이 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사상을 발표했는지를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밖에도 저자가 말하는 "현대사상 읽기"에 관한 부분은 이해는 갔지만,,, 나는 읽기 어렵겠군..이라는 좌절을 안겨줬으며,(흑ㅠ)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마지막의 옮긴이의 말이였다. 옮긴이 역시 철학연구자이기에 본 책에서 빠진부분,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이부분을 읽으며 현대철학자도 정~말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어려운것을 각자의 사상으로 연구하고 말하는 이가 많다는 것에 한번 더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꽤 좋았다. 어려운 철학을 철.알.못인 나를 그것도 현대철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말이다. 히히. 입문서를 읽었으니, 책속에 나오는 저자들의 책에 도저언~!을 호기롭게 외쳐본다.(읽을 수 있겠지...ㅠ)


현대 철학을 알고 싶은 분은 추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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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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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제목을 보고서는 “시선”이  눈이가는 방향을 뜻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책을 읽으며 “심시선”이라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웃었는지. 주변의 추천이 많았고, 정세랑 작가님 책이여 읽었다. 정세랑 작가님 책은 처음이였는데, 이 책 참 좋았다.


스토리는 심시선이라는 인물이 돌아가셨고, 그녀의 제사를 하와이에서 지내기로 한 자식들의 이야기와 시선의 이야기가 함께 흐른다. 하와이에 모인 자식들은 각자 어머니이자 할머니의 제사상에 올릴 무언가를 찾아 다닌다. 자신에게 뜻깊은것, 또는 할머니에게 뜻깊은 무엇을 찾기위해 하와이에 머물며 자신만의 무엇을 찾으면서 또 어머니를,  할머니를, 나를, 나의 자식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이들이다. 

심시선이라는 인물은 한국의 근대화가 한창이던 남녀의 차별이 존재했던 시절, 그 시절을 살았다. 독일에서 만난 남자의 가학적인 폭행을 견디다못해, 그를 떠났지만, 그는 보란듯이 자살을 한다. 이미 끝난 사이였음에도, 그녀 때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행하는 또다른 폭행임을 알았지만, 모두 그녀를 욕한다. 그녀가 그의 모든 유산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것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매체에 나가 자신의 말을 한다. 그의 죽음과 나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말했지만, 그녀의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삶을 산다. 그녀의 언어로, 그녀의 방식대로. 자식을 낳고, 아이들도 자유분방하게, 그녀처럼. 그리고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가 자신의 인생을 살게한다.


그런 자식들이 돌아가신 어머니 심시선씨를 기리는 방식 모두 특이했지만 따뜻했다. 그녀, 그들의 삶 역시 녹록치 않았지만, 어머니 시선으로부터 받은 유쾌함으로, 건강함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자식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마음에는 어머니와의 이별이라는 슬픔이 깔려있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그들의 삶은 행복했음을, 그래서 모두가 함께 나누는 이 시간이 또한 행복임을 그들은 안다.


나는 이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특히 가장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돌아가신 분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7년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주인공 심시선씨처럼 다이나믹한 삶을 사셨던 분은 아니였지만, 우리는 늘 모이면 할머니 이야기를 한다. 삶의 곳곳에서 할머니의 흔적을 찾고, 나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을 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옷을 고를때도, 길을 가다가도, 늘 할머니와의 추억이 소환된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했던 가족을 가장 건강하게 기억하는 방식이니까.

책속의 주인공들이 심시선 여사를 추억하듯이.



심시선 여사의 삶을 고난했지만, 그녀가 남긴 그녀의 글도, 그녀의 가계도. 모두 따뜻했다. 그러니까 그 가계가 끝나지 않길..


추천!


“할머니 덕에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대에 몰락하지 않을 수 있었죠. 행운이란 걸 알아요. 그래도 요즘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걸 모조리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공기가 따가워서 낳지 못하는거야. 자기가 당했던 일을 자기 자식이 당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서. 혼자서는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한국은 공기가 따가워요.”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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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인적인 군주론 - 나를 지키는 마키아벨리 500년의 지혜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5
이시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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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인적인 군주론> 늘 군주론이 읽어보고 싶었다. 처음 몇장을 읽다가 덮은지 여러번. 이해가 잘 가지 않았드랬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님께서 군주론에 대한 책을 쓰셨기에 망설임 없이 읽었다.

 

책은 마키아벨리의 이력과 당시 피렌체의 상황, 주변국의 역사적 배경을 시작으로 군주론을 논할 사회적 구조, 거기에 따른 군주의 자질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키아벨리는 정말 운이 없는 사람이였다. 살아있는 동안 내내 그의 삶은 늘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반대 편이 되었었다.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그저 공무원이였던 그는 늘 반역의 딱지를 달고 살았던 인물이였달까. 그래서 그가 본 인간의 본성은 이토록 냉정했던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군주론은 혼란스런 사회속에서 군주의 자질을 말하는 책이다. 군주론을 크게 3가지 주제로 나눌때, 역량과 행운, 정치와 윤리의 분리, 이미지론으로 나눈다. 그는 역량과 행운 중 역량에 더 중심을 두었고(사실 이 부분은 군주만의 자질은 아닌듯), 정치와 윤리는 철저히 분리했다. 정치인에게 윤리보다는 실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사랑받는 군주보다는 두려움을 주는 군주가 더 낫다고도 했다. 상대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보단, 두려움을 갖게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밀어붙이는 군주가 더 낫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은 보여지는 이미지는 중요시하라는 것이다. 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하는 척이라도 하라는 것인데, 속된말로 그래야 군주의 말이 대중에게 먹힌다는 것이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군주가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해 좀더 자세히 논하는 3부에서는 군주국의 형태에 따른 군주의 자세를 말한다. 이 부분에서 좀.. 놀랐던 부분은 마키아벨리가 가장 중요시 여겼다는 <새군주국>에 대한 내용인데, 이 부분에서 "무력은 유지하고 사악함은 한번으로 끝내라"라는 글이였다. <새군주국>은 새롭게 새운 군주국을 말하는데, 이 때 무력은 유지하라는 말을 저자는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유지하라"라는 의미로 말했지만, 나는 왠지 우리나라의 유신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사악함"은 한번으로 끝내라는 말은 무력으로 새로운 분야를 이뤘다면 그것은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잡은 권력을 "무력"을 유지하면서 "사악함"을 한번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라 본것인가..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누구보다 인간의 본성을 현실적으로 들여다 보았으면서도, 군주의 욕망을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좀 의아했다.(하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의 배경을 보건데, 그는 알았지만, 이 군주론을 읽는 대상이 군주였기에 그부분은 말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그리고 군주가 지녀야 할 자질 중 하나로 현실적이 되라는 부분이 있다. 이부분은 정치와 윤리의 분리라는 맥락과 같이하는 파트인데, 여기서 사랑받는 군주보다는 두려움을 주는 군주가 낫다, 필요하다면 신의를 저버려라, 군주의 나쁜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수 있으면 떠넘기라는 등의 현실적인 조언이 등장한다. 내 사람을 만들때는 의심스러운 사람이 더 유용하다고 말하고, 친근한 사람의 동기를 늘 의심하라고도 한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리더십과는 다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기업의 리더십과 나라의 대표가 가져야할 리더십은 분명 다르다. 이 부분이 기업의 리더십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나라를 운영하는 이의 리더십에 이런 내용은 아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마키아벨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다 했다. 물론 이 말에는 공익이 최우선이라는 대전제가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며, 그 공익이란 누구를 위한 공익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글쎄.라는 생각을 들어 개인적으로는 많이 불편했다. 공익이라는 측면 역시, 그 대상이 누구인가?라는 면면을 따져보았을까?! 귀족보다는 시민이라고 했지만, 그 시민 역시 부르주아인지, 프롤레탈리아인지, 농노인지, 농민인지. 훔....

 나라를 운영하는 대표는 때로는 실리보다 명분을 택해야할 때도 있고, 실리를 택함으로써 발생하는 누군가의 희생에는 반드시 시민들에게 그런 선택을 할수 밖에 없었던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쁜 결정은 리더 스스로가 그 책임을 져야하며, 그것을 다른 누구에게 전가해서도 안된다. 그래야 그 리더를 따르는 이들이 생겨나는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리더는 두려움보다는 존경받는 이가 되어야 하고, 만약 두려움이 먼저라면 그것은 독재의 시작을 말하고 있는 것의 증명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군주론"이라는 글이 리더가 가져야할 역량이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15세기에 쓰여진 책이기에 현재 나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리더가 가져야할 태도가 지금의 시대에 맞춰서 읽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이 모두 옳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일부 정치인들에게 이 책의 일부 내용이 앞뒤 맥락없이 특정 문구만 취사 선택되어 자신만의 해석으로 자꾸 읽히는 느낌이 들어 더 불편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키아벨리는 누구보다 인간의 본성을 냉정하게 분석해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이 책을 바치는 메디치가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위해 이런 말을 쓰진 못했겠지만, 이 책을 읽는 군주 역시 인간이라는 점이다.

 "공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적인 조언이 결국 이상이지 않나..?(공익을 최우선했다는 말자체가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같은 말이라..)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은 가진자의 "사익"이 우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항상 견제해야 할 수단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책에 사실 보이지 않았다. (알고도 안쓴듯..메디치가에 잘보여야 하니..)


<아주 개인적인 군주론>을 읽으며, 이젠 진짜 군주론을 읽어볼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키아벨리의 생각이 많이 불편했다. 그가 군주란 이런 모습이여야 한다는 이상에는 동의했지만, 그 모습으로 가는 방법에서는 글쎄. 그렇게 닦아진 군주를 우리는 군주로 받아들일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키아벨리가 지금을 살아 군주론2를 쓴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더 넣을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Good.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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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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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여성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지키고 길러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 성질” p.60


책제목이 모성이다.  그 사실 하나로 이 책을 읽었다. 예전의 나는 모성이란 타고 나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도 모른채.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모성은 타고 나는 것도, 아이를 낳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모두 다 갖는 감정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감정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책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날 공영주택 화단에 여학생이 쓰러져있었고, 신고자는 그녀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다 바쳐 키운 딸"이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에 절규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여학생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이 이야기는 그녀의 어머니의 어머니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그림을 그렸다. 그녀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좋아했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녀는 뭐든 좋았다. 그녀의 그림은 밝고 환했지만, 어느 날 그녀 앞에 죽음, 어두음을 그리는 타도코로가 나타난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의 그림을 좋아했다. 어두움과 죽음 앞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이라며, 그 이후 그녀는 그가 달리보였다. 그렇게 그와 가까워지고, 둘은 결혼을 한다. 그는 그녀와 달랐다. 어둡고 말수가 적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가족들 역시 그러했다. 아무말이 없으면 그것이 칭찬이였다. 그러던 그녀에게 아이가 찾아왔다. 그녀는 두려웠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딸을 낳았다, 이후에도 남편의 부재 시에도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했다. 그래서 그녀는 기뻤고,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비가 많이 오던 밤. 산사태로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녀의 딸과 함께 자고 있다가. 집이 무너지고, 장농에 깔린 채, 집에 불이났고, 그녀는 그녀의 딸만 데리고 겨우 빠져나왔다.

그리고 모든 행복이 사라졌다.

 어머니에서 딸로, 다시 그 딸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끝없이 갈구하면서도, 나의 딸이 보내는 메시지를 나를 읽을 수가 없다. 딸의 머리를 수년만에 쓰다듬으려했지만, 딸은 거절하고, 그녀는 상처받는다. 딸을 예의 바른 아이로 키웠지만 딸은 그녀의 시어머니 즉 할머니에게 큰 소리를 내고 화를 낸다. 왜일까. 딸은 나의 어머니보다 그의 어머니를 더 닮은 것 같고,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렇다 그녀는 딸을 두려워한다.

그러던 딸이 자살시도를 했다.


이 책은 모녀 관계를 통해서 모정을 말한다. 아이를 10개월 동안 나의 뱃속에 품었다고해서 모성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아이를 품고, 낳고, 키우는 동안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지 엄마는 오롯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마음이 생겨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러지 못했다. 어머니와의 이별이후 그녀는 그녀를 돌보는것조차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힘듦을 남편은 묵인했고, 시가식구는 안하무인이였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우리 옛말처럼, 온전한 사랑과 함께 한 아이를 키워낸다는 것은 한사람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결국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힘듦을 이겨내려는 노력없이 도망가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던 딸은 엄마의 가장 사랑하던 이를 빼앗은 장본인이 자신이라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했다. 내가 엄마를 사랑했던 마음만큼 엄마가 할머니를 사랑했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날 엄마는 누구를 구했어야 했을까.


책은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식에게는 어쩌면 옳은사랑과 그른 사랑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지. 어떤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아는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판타지. 누군가의 어머니도, 누군가의 자식도 다 처음인 우리의 인생에서 타고나는 사랑이란 것은 없다.


재밌고, 묵직했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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