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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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제목을 보고서는 “시선”이  눈이가는 방향을 뜻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책을 읽으며 “심시선”이라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웃었는지. 주변의 추천이 많았고, 정세랑 작가님 책이여 읽었다. 정세랑 작가님 책은 처음이였는데, 이 책 참 좋았다.


스토리는 심시선이라는 인물이 돌아가셨고, 그녀의 제사를 하와이에서 지내기로 한 자식들의 이야기와 시선의 이야기가 함께 흐른다. 하와이에 모인 자식들은 각자 어머니이자 할머니의 제사상에 올릴 무언가를 찾아 다닌다. 자신에게 뜻깊은것, 또는 할머니에게 뜻깊은 무엇을 찾기위해 하와이에 머물며 자신만의 무엇을 찾으면서 또 어머니를,  할머니를, 나를, 나의 자식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이들이다. 

심시선이라는 인물은 한국의 근대화가 한창이던 남녀의 차별이 존재했던 시절, 그 시절을 살았다. 독일에서 만난 남자의 가학적인 폭행을 견디다못해, 그를 떠났지만, 그는 보란듯이 자살을 한다. 이미 끝난 사이였음에도, 그녀 때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행하는 또다른 폭행임을 알았지만, 모두 그녀를 욕한다. 그녀가 그의 모든 유산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것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매체에 나가 자신의 말을 한다. 그의 죽음과 나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말했지만, 그녀의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삶을 산다. 그녀의 언어로, 그녀의 방식대로. 자식을 낳고, 아이들도 자유분방하게, 그녀처럼. 그리고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가 자신의 인생을 살게한다.


그런 자식들이 돌아가신 어머니 심시선씨를 기리는 방식 모두 특이했지만 따뜻했다. 그녀, 그들의 삶 역시 녹록치 않았지만, 어머니 시선으로부터 받은 유쾌함으로, 건강함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자식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마음에는 어머니와의 이별이라는 슬픔이 깔려있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그들의 삶은 행복했음을, 그래서 모두가 함께 나누는 이 시간이 또한 행복임을 그들은 안다.


나는 이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특히 가장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돌아가신 분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7년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주인공 심시선씨처럼 다이나믹한 삶을 사셨던 분은 아니였지만, 우리는 늘 모이면 할머니 이야기를 한다. 삶의 곳곳에서 할머니의 흔적을 찾고, 나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을 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옷을 고를때도, 길을 가다가도, 늘 할머니와의 추억이 소환된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했던 가족을 가장 건강하게 기억하는 방식이니까.

책속의 주인공들이 심시선 여사를 추억하듯이.



심시선 여사의 삶을 고난했지만, 그녀가 남긴 그녀의 글도, 그녀의 가계도. 모두 따뜻했다. 그러니까 그 가계가 끝나지 않길..


추천!


“할머니 덕에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대에 몰락하지 않을 수 있었죠. 행운이란 걸 알아요. 그래도 요즘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걸 모조리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공기가 따가워서 낳지 못하는거야. 자기가 당했던 일을 자기 자식이 당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서. 혼자서는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한국은 공기가 따가워요.”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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