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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평점 :
“모성 : 여성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지키고 길러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 성질” p.60
책제목이 모성이다. 그 사실 하나로 이 책을 읽었다. 예전의 나는 모성이란 타고 나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도 모른채.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모성은 타고 나는 것도, 아이를 낳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모두 다 갖는 감정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감정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책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날 공영주택 화단에 여학생이 쓰러져있었고, 신고자는 그녀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다 바쳐 키운 딸"이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에 절규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여학생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이 이야기는 그녀의 어머니의 어머니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그림을 그렸다. 그녀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좋아했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녀는 뭐든 좋았다. 그녀의 그림은 밝고 환했지만, 어느 날 그녀 앞에 죽음, 어두음을 그리는 타도코로가 나타난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의 그림을 좋아했다. 어두움과 죽음 앞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이라며, 그 이후 그녀는 그가 달리보였다. 그렇게 그와 가까워지고, 둘은 결혼을 한다. 그는 그녀와 달랐다. 어둡고 말수가 적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가족들 역시 그러했다. 아무말이 없으면 그것이 칭찬이였다. 그러던 그녀에게 아이가 찾아왔다. 그녀는 두려웠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딸을 낳았다, 이후에도 남편의 부재 시에도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했다. 그래서 그녀는 기뻤고,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비가 많이 오던 밤. 산사태로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녀의 딸과 함께 자고 있다가. 집이 무너지고, 장농에 깔린 채, 집에 불이났고, 그녀는 그녀의 딸만 데리고 겨우 빠져나왔다.
그리고 모든 행복이 사라졌다.
어머니에서 딸로, 다시 그 딸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끝없이 갈구하면서도, 나의 딸이 보내는 메시지를 나를 읽을 수가 없다. 딸의 머리를 수년만에 쓰다듬으려했지만, 딸은 거절하고, 그녀는 상처받는다. 딸을 예의 바른 아이로 키웠지만 딸은 그녀의 시어머니 즉 할머니에게 큰 소리를 내고 화를 낸다. 왜일까. 딸은 나의 어머니보다 그의 어머니를 더 닮은 것 같고,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렇다 그녀는 딸을 두려워한다.
그러던 딸이 자살시도를 했다.
이 책은 모녀 관계를 통해서 모정을 말한다. 아이를 10개월 동안 나의 뱃속에 품었다고해서 모성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아이를 품고, 낳고, 키우는 동안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지 엄마는 오롯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마음이 생겨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러지 못했다. 어머니와의 이별이후 그녀는 그녀를 돌보는것조차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힘듦을 남편은 묵인했고, 시가식구는 안하무인이였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우리 옛말처럼, 온전한 사랑과 함께 한 아이를 키워낸다는 것은 한사람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결국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힘듦을 이겨내려는 노력없이 도망가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던 딸은 엄마의 가장 사랑하던 이를 빼앗은 장본인이 자신이라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했다. 내가 엄마를 사랑했던 마음만큼 엄마가 할머니를 사랑했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날 엄마는 누구를 구했어야 했을까.
책은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식에게는 어쩌면 옳은사랑과 그른 사랑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지. 어떤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아는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판타지. 누군가의 어머니도, 누군가의 자식도 다 처음인 우리의 인생에서 타고나는 사랑이란 것은 없다.
재밌고, 묵직했다.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