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DNA 갈아엎기
오창석 지음 / 77page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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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고 싶었다. 왜 졌는지 알고 싶었다. 

민주당은 작년 대선에서 24만표 차이로 졌다. 고작 24만표. 정말 끝까지 투표결과를 보게했던 대선이였다. 근데 졌다. 부동산의 영향이 이토록 대단했는가.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야할정도로? 그래서 읽은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중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던 공항에 대한 부분이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고 했을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 왜 그리 비판이 높았는지. 책을 보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쓰렸다. 정규직화 되었던 직군 자체가 말만 정규직이지, 필수노동 직군이 대다수였고, 어짜피 취준생으로 있었던 사람들이 정규직이라해도 과연 지원했을 직군이였을까.싶었던 부분이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당시 취준생이 가졌을 박탈감은 이해가 되는 바이다. 우리 사회에 배고픔보다 배아픔을 더 견디기 힘든 사회가 되어버린 작금이 더 쓰린 현실이다.


저자의 이야기엔 동의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갸우뚱 했던 부분이 있었다. 세금에 대한 부분. 물론 대선승리라는 실리를 위함이긴했지만, 세금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다만 이부분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정책이 명확하지 못했고, 그래서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는 부분에서는 동의한다.

 그리고 기본소득 문제. 기본소득 이슈가 젊은 층에 반감을 샀다는 부분에서는 젊은 층만을 위한 정치가 아닌다음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서는 나는 이재명 후보가 잘못했다 생각치 않는다. 젊은 층에서 반발이 있을 지언정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언급이 되었어야 했다. 유럽에서는 아직 시행하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뜨거운 논쟁에 있고, 그 논쟁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모르지만 우리도 그 시작점에 서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싶은 이슈라..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주제는 우리나라의 전반을 건드리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저자가 내세운 정책에 대해서는 OK!  사실 무주택, 저출산, 취업문제, 플랫폼 노동자 등등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는 해결이 힘든 이슈들이다. 결국 사회 전체가 갖고 있는 구조의 문제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지 생각하면 할수록 막막해진다. 그러니 그 수많은 전문가들이 붙어도 해결이 안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무엇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지금에서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절대 동의하는 부분 중 하나 “말 좀 쉽게하자” ㅎㅎㅎ 이말은 정말 백퍼 동감한다. 뭔가 거창해보이기 위해 온갖 영문식 표현을 다 끌어다쓰며 홍보하는데, 실상 들여다보면 뭐야? 싶은 말들이 있다.ㅋㅋ 쉽게 말하자. 쉽고 간략하지만 명확하고 강력하게. 제발. 이건 정치인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아 진짜. 그리고 서민코스프레. 이건 뭐.. 말 안해도 알것 같은데 왜그렇게 선거판만대면 민소매 바람들이신지..


민주당이 우리 사회가 가진 많은 이슈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하고 시민들을 그 담론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으면 한다. 뭔가에 흔들리지 말고. 그게 정당이 가진 힘 아닌가. 정권은 5년이지만 정당은 수십, 수백년을 흐른다. 국회 제1당이 가진 힘을 더이상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


이제 1년하고 2개월이 지났다. 이제 겨우.

아. 정말 다시는 이런 무능함을 보고싶지 않다.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가 가진 담론에 대해 잘 정리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Good!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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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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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제목을 듣는 순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은 내가 생각했던 막연한 사회의 가장 밑바닥이라 불리는 곳의 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였다. "비윤리적"이라는 말이 포함된 일에 관한 내용이였다.

이 책은 우리가 생각치도 못했으나, 우리 사회의 바닥을 받치고 있으면서도, 모두에게 비 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르포타주이다. 그들에게 가해자는 누구일까.


파트1. 교도소 담장 안에서.

미국은 징벌적 형벌제도가 강화된 나라로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의 수가 세계 1,2위를 다투는 나라다. 그런 미국 내 교도소 안에서 정신병력을 가진 환자가 제소자로 들어왔을 때, 그들의 치료를 위해 파견되는 치료사와 교도관의 권력관계, 그리고 교도관이 그럴 수 밖에 없는 가혹한 행위의 가해자로 변질 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의 한계를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긴하지만, 정신 병력을 가진 제소자가 정신병원이 아닌 감옥으로 보내지는 미국 내 이슈, 그리고 그런 제소자를 돌보는데서 오는 물리적 한계 상황이 그 안에서 권력관계를 만들고 피해자를 만들냈음을 말한다. 온수 마사지로 죽어간 수감자, 그 사실을 듣고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으로어떤 말도 하지 못한 치료사, 교도소라는 시스템에 의해 가학적으로 변해버린 교도관,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한다. 고발해봐야 다치는 것은 고발자 본인과 권력관계의 가장 밑에 있는 사람들 뿐이기에 그러했다. 


파트 2. 드론 화면 넘어

드론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파트였다. 드론으로 누군가를 감시하다가, 상부 명령이 떨어지면 그곳에 폭탄을 투하한다. 미국 내에서 화면만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시스템. 하지만 그 화면속 인물이 정말 테러리스트인지, 아니면 그냥 시민일 뿐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곳에 떨어지는 폭탄으로 인해 누군가는 죽었다는 사실뿐이지 무엇도 정확하지 않다. 누군가는 명령을 내리고, 누군가는 따를 뿐이다. 하지만 그 명령을 이행했고, 그 이후를 본 사람은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실제 그 화면을 보고 있는 이는 아니까. 자신이 누른 버튼이 무슨 결과를 초래했는지, 보았으니까. 저자는 이 상흔을 "도덕적 외상"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심리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갈등과 공포, 분노, 후회등의 감정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하지만 군대는 그런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전쟁에 파병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병에 시달림에도 그들의 정신적 피해에대해 미군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가 나를 죽이려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수 있다는 사실은 사실 생각해보면 학살과 다를것이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런 학살이 자행되는 상황은 버튼을 누른사람만이 져야하는 걸까.


파트 3.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 파트는 읽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고, 내장을 제거하고 살점을 바르는 일. 한두마리의 도륙이 아니라 수천 수만마리의 동물이 죽어나가는 환경 속에서 코로나 당시에도 필수노동자라는 명목하에 코로나에 죽어나가는 환경속에서도 일해야했던 이들.  많은 정육공장의 연간 이직률이 100%를 넘어간다는 글 한줄에 그곳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그리고 그것을 매일 봐야하는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끔찍할지는 감히 상상이 되지도 않았다. 동물을 도륙하는 상황만이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스스로도 위험한 환경에 놓였고, 살이 붓고 찢기고, 병들면서도 화장실 조차 마음편히 갈 수 없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일해야했다. 그런 곳 외에는 받아주는 곳도 없었기에 그러했다.


더티 워크라고 명명된 일들은 이 사람이 아니여도 할사람이 많으면서도, 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면서, 권력의 관계에서 가장 밑바닥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절대적 약자들이 하는 일을 말함이였다. 마지막 파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와, 그럴 수 없는 이의 관계란 결국 권력이였다. 나를 대신할 이가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에서 오는 권력. 그 권력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


반전을 부르짖으며 병사들을 모욕하는 이들이 가지는 도덕적 우월감과 같은 모습은 병사들에게 도덕적 외상을 겪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반전시위를 군부대가 아닌 국회와 정부 앞에서 해야하지 않은가. 드론 부대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침체된 시골, 일할 곳 없는 도시에서 고등학교만 겨우나와 말그대로 먹고살기위해 취업한 사람들이였다. 무슨일인지 그들도 몰랐다. 

비건을 외치며, 동물의 도살에 대한 비난을 내뱉는 시위역시 그 곳의 노동자들이 아니라 그 회사의 본사에서 외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 하나하나가 만들어 낸것이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미국내 교도소를 읽고 있다보면 1980년대 국가 정화를 외쳤던 군부정권하의 형제복지원이 생각났다. 거리가 깨끗하다는 이유로 잡혀간 부랑자들. 모두가 눈감았기에 일어났던 일 뒤에는 끔찍한 인권유린의 결과만 남았다. 도살장 편을 읽으면서는 미국내 K푸드 1위가 치맥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수많은 이들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닭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드론 전쟁은 조금 더 기술이 발전한다면 인간이 아니라 기계에 의해서 암살이 이뤄지는 더 끔찍한 시대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적인 가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몰랐다는 이유로 우린 죄가 없는 것일까.


이 모든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나는 나치 독일이 행했던 유대인 학살이 생각났다.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할 수 있었던 그 시스템. 그 시스템을 만들고 가담했고, 그것을 묵인했던 모두가 만들어낸 결과 제노사이드. 그 시대를 겪고도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직업은 필수 노동이면서 우리가 만든 이 세상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부조리의 가장 하단에 위치하고, 우리가 모두 외면한 현실 속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였다.

 범죄자 없는 안전한 환경을 위해, 적들로 부터 안전한 나라를 위해, 오늘 내가 먹는 고기 한점을 위해(다수의 공산품에 들어있는 육향에도 고기는 들어간다),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 폰, 컴퓨터를 위해. 우리가 외면했고, 싼 가격을 위해 누군가의 고통을 묵인했던 노동이 있었다. 그 모든 사실뒤에 사람이 있었음을 말이다.


저자는 몰랐다는 변명속에 숨지말라고, 그것역시 가해의 일부임을 말하고 있다. 다만 그런 사실을 비난하기보다 알았으니, 알아달라고, 그리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따뜻하게 말하지만, 그 현실은 정말 아프다.

<어느 독일인 이야기>라는 책에서 괴벨의 비서가 했던 말중 가장 많은 말이 "몰랐어요"였다. 

그 말 뒤에서 계속해서 숨는다면 점점 더 파편화 되어가는 사회가 만들어낼 부조리에 눈감는 순간 더티 워크는 어느날 나의 일이 될지도.


진짜 추천!


"에버렛 휴스가 프랑크푸르트 일기에 묘사한 '수동적 민주주의자'의 무관심도 그런 무력감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념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사회질서를 이루는 대부분의 요소가 그렇듯 더티 워크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티 워크는 법과 정책의 산물이요, 예산 편성의 산물이며, 그 밖에 우리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따라 우리가 집단적으로 내리는 여러 결정의 산물이다. 그런 결정 중 하나는, 더티 워크가 무고한 사람들과 환경 만이 아니라 그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막대한 위해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다."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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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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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읽고 싶어졌던 책. 왜인지는 모르겠다. 베스트셀러 였고, 내용조차 전혀 모르는데, 그냥 제목에 이끌려 오랫동안 장바구니 속에 있던 책이다.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저자는 말했다는 소개 글을 보면서, 저자는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소비할까.


1952년 마을로부터 떨어진 습지의 작은 오두막에 사는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는 일이 잦고, 술에 취하면 엄마를 때렸다. 엄마는 어느날 아침 구두를 신고, 이마를 스카프로 가린채 떠났다. 막내딸 카야는 엄마가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어주길 바랬지만, 엄마는 그냥 떠났다. 엄마가 떠나고 첫째, 둘째도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났고, 카야의 바로 위 오빠 조디조차도 떠났다. 7살 카야는 혼자 아버지와 집에 남았다.

카야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지만,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며 집을 청소하고 그리츠를 만든다. 아버지와 거의 마주치지 않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가끔은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날은 카야를 데리고 낚시를 가기도 했다. 엄마에게 편지가 온날, 아버지는 다시 술을 먹었고, 어느날부터인가는 집에 오지 않았다.

이제 카야에게는 가족이 없다. 그녀가 평생 살아온 습지, 자연, 그리고 그녀가 그곳에서 채집한 표본만이 그녀의 가족이였다.


 먹을 것이 떨어져 더이상 먹을 것이 없던 날, 카야는 바다에서 홍합을 캐, 점핑에게 가져갔다. 점핑은 카야가 습지에서 살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홍합을 사주었고, 그의 아내 메이블은 입지 않는 옷이나 세간살이 등을 카야에게 내주었다. 카야는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마을 공무원에 의해 학교에 갔으나, 적응하지 못해 다시는 학교에 가지 않았고, 외부인이라고는 점핑과 메이블 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카야가 보트를 몰고나가 길을 잃었던 날, 다시 카야에게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테이트를 제외하고는.


테이트는 카야가 궁금했다. 그래서 카야와 새의 깃털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점차 가까워지면서는 그녀에게 글자를 알려준다. 책을 읽고, 타인과 이야기하는 법을.. 그리고 둘의 관심사인 습지, 야생과 같은 자연을 매개로 가까워진다.

그리고 대학에 가게된 테이트. 카야와 미래를 약속했지만, 대학에 간 그는 더이상 카야를 찾아오지 않는다. 테이트를 기다리던 카야는 자연의 모든 수컷이 그렇듯 테이트가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에 다시 외로워진다.


그리고 1969년 습지에서 체이스 앤드류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을 수 없는 습지라는 배경은 야생동물을 오랫동안 관찰 했던 작가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습지라는 이미지에서 상상되는 축축하고 무언가 가기 꺼려지는 곳을 이토록 경이롭게 살아숨쉬는 생생함을 전달하는 곳으로 바꿔버린 작가의 글을 읽으며, 어쩌면 7살 소녀가 혼자 살아가기에는 척박하고 고된 곳이 아니라, 그곳이였기에 카야가 스스로를 지켜내며 성장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했으니까. 

 사회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인간의 차이가 무엇일까. 카야는 습지에서 혼자자랐기에 타인에 대한 두려움은 가질 지언정 자신이 만나는 이들에게는 진심이다. 그녀의 태도에는 거짓이 없다. 반대로 사회 속에서 자란 우리는 주위의 모든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 관계에는 거리가 있다. 어느정도는. 모두와 관계를 맺지만, 어쩌면 모두와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외로운 사람일까. 


 카야는 늘 엄마를 기다렸다.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만 끝내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카야는 엄마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연 속에서 습지안에서 카야는 행복했지만, 타인과의 관계속에서는 외로웠다. 정말로 사람들 속에 늘 있는 우리는 외로움이 없을까.

또한 책 속에는 습지소녀 카야와 마을 사람들이라는 것 외에 1950-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 남성과 여성이라는 각종 편견과 차별이 깔려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어쩌면 인간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비슷한, 그러면서 타인보다 우월한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그래서 우리라는 소속감을 만들어내며 나와 다른 무언가에 대한 배척이, 그래서 만들어낸 경계 중 하나가 차별이 아니였을까.

자연속의 카야는 어떤 경계도 만들어내지 않는데, 자신을 위협하는 인간 외에는.

진짜로 누가 더 외로울까를 생각케한다.


추천. 진짜 추천!


"카야는 책장을 어루만지며 조개껍데기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떠올렸다. 발견한 곳, 바닷가에 어떤 모양으로 놓여 있었는지, 계절과 해돋이. 그건 카야의 가족 앨범이었다."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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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절반을 넘어서 - 기후정치로 가는 길 전환 시리즈 3
트로이 베티스.드류 펜더그라스 지음, 정소영 옮김 / 이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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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절반을 넘어서> 원제는 Half-Earth Socialism 이다. 지구절반 사회주의(직역하니까...).

부제는 기후정치로 가는 길인데, 기후와 정치라.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기후 위험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은 나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책은 낯설고 급진적이였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할만큼 우리는 우리 환경을 이렇게 마구 써왔구나..싶은 생각이 들게했다.


산업혁명이후 인간은 자본주의 체제하 경제성장을 기반에 두고 성장해왔다. 그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것에 효율성을 따져왔고, 그렇게 발전해 온 결과가 지금이다. 멸종 위기종이 곧 인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기, 물, 토지, 식량 모든 것이 오염되었다. 그런 지금 자본주의 체제에서 내세우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은 탄소배출량을 제한하며, 거래하고, 과학적 토대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제시한다. 

그 중 대표적인 방식이 SRM 햇빛을 차단하거나 반사하도록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투입하는 방법, 그리고 BECCS 탄소포집저장 방법, 그리고 원자력 발전 등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 것들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우리의 자연은 망가져가는 어느 한곳을 막아낸다고해서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계산보다 훨씬더 복잡하게 얽힌 유기체와 같은 우리의 자연은 개별 증상에만 초점을 맞춘채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제어할 수 없음을 여러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단적인 예로, 탄소포집저장방식으로 현재의 탄소배출을 위험 수위 아래로 낮추기 위해서는 인도 이상의 대륙이 필요하며, 그 탄소를 땅속에 가뒀을 때,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인도만한 땅이 어딨냐고요..)

원자력은 친환경적이라 말하지만 수많은 폐기물, 우라늄 채굴에서 발생하는 탄소량, 무엇보다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을 그 누가 보장한단말인가. 그리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로 인해 발생된 수많은 오염과 인간에 가해진 위협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분석도 없는 지금 원자력이 친환경이라는 말은 근거 없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절대 찬성!)


그래서 저자는 "지구절반 Half-Earth"를 말한다. 이 개념은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곤충학자가 제시하였고, 지구 절반을 재야생화함으로써, 그곳에 다양한 생물종을 보호하고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지금의 기후위기를 우리는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자본화를 말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최선이 현상을 늦추는 것 뿐이며, 최악은 더한 재해의 결과를  맞닥뜨릴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자연 회복을 위해서는 지금의 자본주의 기반이 아닌 사회주의 기반이 되어야하며, 이 사회주의는 우리의 과거에 겪었던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며, 사회주의를 통해 자연적 지구공학 방법을 적용해야 함을 설명한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효율성의 측면조차, 기후가 더이상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진다면, 더이상 무의미한 체제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구절반 사회주의는 결국 자연스러운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보다 에너지를 덜 쓰고,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택해야하며, 지금의 편안함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기에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를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의식적인 '경제의 통제 p.130'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속에서 불가피한 비효율성, 성장저하 등등의 예상치못한 어려움을 맞닥뜨릴수 있으나,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가 왜 이 과정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목적, 그리고 이전 사회주의에서 발생했던 관료제의 병폐 문제등을 해결하려는 노력 등등이 필요함을, 그렇기에 "생태 위기 시대에 사회주의가 어떤 기능을 할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의 출발점 p.198"이 필요함을 설명한다.


이 같은 노력이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쿠바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굉장히 놀라웠다.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 나라에서 시행했다는 점에서 유의미 하지 않는가! 주변의 원조가 모두 끊긴 쿠바에서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소가 권장되었으며, 버스와 차를 대체하기위해 자전거를 보급하였고, 토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많은 토지를 야생상태로 돌림으로써 쿠바는 놀랄만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했고, 사람들의 건강지수가 올라갔다. 쿠바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오염에 시달리지 않는다. 물론 이 과정은 굉장히 고난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과거보다 나은 현재를 가져온 셈이다. 


책을 읽으며, 왜. 사회주의여야 했는지 이해되었다. 효율성, 영리, 이익이 목적인 자본주의 체제안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에 그러했다는 것. 물론 읽다보면 굉장히 급진적인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이런 주장이 등장할 만큼 우리의 기후위기는 굉장히 심각한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1년이 다르게 여름이 뜨거워지고, 겨울이 따듯해지며, 남북극에서 모기떼가 출몰한다는 뉴스를 보는 요즘이 말이다.


지금의 환경위기를 극복해야함에 있어 반드시 옳은 방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볼만한 주장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인간의 이동이 잠시 멈췄던 때, 외국의 어느 호수에는 백조가 돌아왔고, 우리나라의 공기는 깨끗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우리는 일부 정화되는 자연을 보았기에 저자의 지구절반 프로젝트가 내게는 꽤 크게 다가왔다. 지금의 편안함을 위해 미래의 무엇을 빼버린것 같은 죄책감이 드는 요즘이다.


Good! Good!


"SRM으로 열기가 식은 하늘이나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보카치오와 셸리처럼 어쩔 수 없이 다시 글이라는 피난처로 들어가기 전에 변화가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여름이 없는 미래라는 공포소설이 아니라 유토피아를 믿고 싶기 때문이다." p.261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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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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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님의 최신작인 <이끼숲>을 먼저 읽고, 이 책이 읽고 싶어 졌다. 천선란이라는 이름을 알게해준 작가님의 대표작 <천개의 파랑> 제목이 무슨 뜻인지는 책을 읽고 얼마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이 제목이 얼마나 마음 아프면서도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나타내는 것인지를.


콜리는 안드로이드 기수다. 다만 기수가 가져야하는 칩이 아니라, 누군가 연구하던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지는 칩을 탑재된 안드로이드다. 그것도 완전히 우연하게.

 콜리는 어느 차로 옮겨져 아주 작은 시멘트 방에서 지낸다. 그곳의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간다. 그리고 만난 민주. 그리고 자신이 타야할 말 투데이. 민주가 투데이에게 하는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나, 콜리는 똑같이 한다. 투데이의 목덜미를 만져주고, 투데이의 행복을 느끼기위해 그의 등에서 투데이의 떨림을 느낀다. 콜리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저장한다.

콜리와 투데이의 호흡이 좋아 투데이가 더 빨리 달릴 수록, 콜리는 투데이의 떨림을 더이상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콜리는 투데이가 점점 힘들어하는 것을 안 그날, 경기 중 투데이의 등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폐기될 위험에 놓이는데.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는 은혜는 동생 연재와, 엄마 보경과함께 산다. 은혜는 다리를 가질 수 있으나, 그 비용을 집에서는 감당할 수 없기에 휠체어를 탄다. 

연재는 안드로이드 베티에게 밀려 편의점에서 해고된 날 가끔 들리던 경마장 창고에서 콜리를 발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콜리를 사온다.

실제 콜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를 수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이상 달릴 수 없는 투데이는 안락사의 위기에 놓인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천개의 파랑>을 읽고 있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는 안드로이드 콜리는 투데이의 행복을, 연재의 행복을 안다. 그들이 행복할 때 어떤 에너지를 뿜어내는지, 슬플 때는 어떠한지. 자신이 행복과 슬픔을 알지 못하지만 타인의 행복과 슬픔을 아는 콜리.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행복과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나의 행복과 슬픔이 먼저다. 나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 배웠는데, 이 이야기 속에서 진짜 인간은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콜리는 프로그래밍 되었다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알고, 배려하고, 기다린다. 묻고 싶은 것을 참고, 투데이의 행복과 슬픔을 알고, 연재의 기쁨을, 연재의 어려움을, 그리고 파란 하늘을 보고싶어하고, 천개도 넘는 단어로 하늘을 표현 할 줄 아는 존재다. 

 문득 콜리는 우리 인간이 가장 되고 싶은 인간의 형태를 띈 안드로이드 인걸까. 아니면 우리는 절대 될 수 없는 유토피아 같은 안드로이드 인걸까… 우리가 만들고 싶은 AI는 무엇일까…


SF소설을 읽으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줄은 몰랐다.

콜리 때문에 타인과의 소통을 알았고, 투데이를 통해서 조금은 느리게 달려도 행복함을 알았고, 연재와 은혜, 지수를 통해 누군가와 함게 원하는 것을 이뤄가는 과정을 알게했다.

우리가 SF라는 단어 속에서 떠올리는 뭔가 다른 세계관이 막~ 펼쳐지는 책은 아니지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 속에서 인간이 정말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하늘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한게 언제일까. 하늘이 가지는 다양한 색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언제일까..


추천!


“하늘은 매일, 매 시간 색과 모양이 바뀌었다. 하늘은 파란색이었지만 가끔 보라색이나 분홍색, 노란색, 회색이 섞이기도 했다. 그렇게 섞인 색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 콜리는 ‘파랑 분홍’이나 ‘회색노랑’으로 단어를 합쳐서 불렀다. 세상에는 단어가 천 개의 천 배 정도 더 필요해 보였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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