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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절반을 넘어서 - 기후정치로 가는 길 ㅣ 전환 시리즈 3
트로이 베티스.드류 펜더그라스 지음, 정소영 옮김 / 이콘 / 2023년 7월
평점 :
<지구의 절반을 넘어서> 원제는 Half-Earth Socialism 이다. 지구절반 사회주의(직역하니까...).
부제는 기후정치로 가는 길인데, 기후와 정치라.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기후 위험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은 나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책은 낯설고 급진적이였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할만큼 우리는 우리 환경을 이렇게 마구 써왔구나..싶은 생각이 들게했다.
산업혁명이후 인간은 자본주의 체제하 경제성장을 기반에 두고 성장해왔다. 그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것에 효율성을 따져왔고, 그렇게 발전해 온 결과가 지금이다. 멸종 위기종이 곧 인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기, 물, 토지, 식량 모든 것이 오염되었다. 그런 지금 자본주의 체제에서 내세우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은 탄소배출량을 제한하며, 거래하고, 과학적 토대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제시한다.
그 중 대표적인 방식이 SRM 햇빛을 차단하거나 반사하도록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투입하는 방법, 그리고 BECCS 탄소포집저장 방법, 그리고 원자력 발전 등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 것들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우리의 자연은 망가져가는 어느 한곳을 막아낸다고해서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계산보다 훨씬더 복잡하게 얽힌 유기체와 같은 우리의 자연은 개별 증상에만 초점을 맞춘채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제어할 수 없음을 여러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단적인 예로, 탄소포집저장방식으로 현재의 탄소배출을 위험 수위 아래로 낮추기 위해서는 인도 이상의 대륙이 필요하며, 그 탄소를 땅속에 가뒀을 때,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인도만한 땅이 어딨냐고요..)
원자력은 친환경적이라 말하지만 수많은 폐기물, 우라늄 채굴에서 발생하는 탄소량, 무엇보다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을 그 누가 보장한단말인가. 그리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로 인해 발생된 수많은 오염과 인간에 가해진 위협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분석도 없는 지금 원자력이 친환경이라는 말은 근거 없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절대 찬성!)
그래서 저자는 "지구절반 Half-Earth"를 말한다. 이 개념은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곤충학자가 제시하였고, 지구 절반을 재야생화함으로써, 그곳에 다양한 생물종을 보호하고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지금의 기후위기를 우리는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자본화를 말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최선이 현상을 늦추는 것 뿐이며, 최악은 더한 재해의 결과를 맞닥뜨릴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자연 회복을 위해서는 지금의 자본주의 기반이 아닌 사회주의 기반이 되어야하며, 이 사회주의는 우리의 과거에 겪었던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며, 사회주의를 통해 자연적 지구공학 방법을 적용해야 함을 설명한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효율성의 측면조차, 기후가 더이상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진다면, 더이상 무의미한 체제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구절반 사회주의는 결국 자연스러운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보다 에너지를 덜 쓰고,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택해야하며, 지금의 편안함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기에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를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의식적인 '경제의 통제 p.130'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속에서 불가피한 비효율성, 성장저하 등등의 예상치못한 어려움을 맞닥뜨릴수 있으나,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가 왜 이 과정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목적, 그리고 이전 사회주의에서 발생했던 관료제의 병폐 문제등을 해결하려는 노력 등등이 필요함을, 그렇기에 "생태 위기 시대에 사회주의가 어떤 기능을 할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의 출발점 p.198"이 필요함을 설명한다.
이 같은 노력이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쿠바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굉장히 놀라웠다.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 나라에서 시행했다는 점에서 유의미 하지 않는가! 주변의 원조가 모두 끊긴 쿠바에서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소가 권장되었으며, 버스와 차를 대체하기위해 자전거를 보급하였고, 토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많은 토지를 야생상태로 돌림으로써 쿠바는 놀랄만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했고, 사람들의 건강지수가 올라갔다. 쿠바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오염에 시달리지 않는다. 물론 이 과정은 굉장히 고난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과거보다 나은 현재를 가져온 셈이다.
책을 읽으며, 왜. 사회주의여야 했는지 이해되었다. 효율성, 영리, 이익이 목적인 자본주의 체제안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에 그러했다는 것. 물론 읽다보면 굉장히 급진적인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이런 주장이 등장할 만큼 우리의 기후위기는 굉장히 심각한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1년이 다르게 여름이 뜨거워지고, 겨울이 따듯해지며, 남북극에서 모기떼가 출몰한다는 뉴스를 보는 요즘이 말이다.
지금의 환경위기를 극복해야함에 있어 반드시 옳은 방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볼만한 주장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인간의 이동이 잠시 멈췄던 때, 외국의 어느 호수에는 백조가 돌아왔고, 우리나라의 공기는 깨끗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우리는 일부 정화되는 자연을 보았기에 저자의 지구절반 프로젝트가 내게는 꽤 크게 다가왔다. 지금의 편안함을 위해 미래의 무엇을 빼버린것 같은 죄책감이 드는 요즘이다.
Good! Good!
"SRM으로 열기가 식은 하늘이나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보카치오와 셸리처럼 어쩔 수 없이 다시 글이라는 피난처로 들어가기 전에 변화가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여름이 없는 미래라는 공포소설이 아니라 유토피아를 믿고 싶기 때문이다." p.261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