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1~2 세트 - 전2권 - 개정판
강미강 지음 / 청어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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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드라마를 통해 알았고, 드라마를 너무 재밌게 봤던터라 책이 문득 궁금해졌다. 마음 살랑이는 책이 보고픈 것도 한 몫 했고.

보통은 드라마나 영화가 나왔을때 원작이 있다면 원작을 먼저 보는 편이다.  보통은 영화나 드라마가 훨씬 임팩트있게 그려지다보니, 책에서 감흥이 떨어지기에. 

그래서 먼저 본 드라마로 책은 어쩌려나...싶은 마음으로 읽었는데, 웬걸... 기우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말 재밌었다. ㅎㅎ


성덕임, 의빈 성씨와 정조와의 러브스토리. 정조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이 원해 맞은 후궁이였고, 실제로 의빈 성씨는 정조와의 합궁을 몇번이나 거절했었다고 전해진다. 거절하고도 살아남은것으로 보아서는 정조가 정말로 사랑했던 여인이 맞구나 싶긴했다. 


스토리는 다 아는 바, 책 은 좀더 정조와 성덕임의 합궁 이후의 스토리가 좀더 상세하게 묘사된다. 드라마는 둘의 합궁 이후의 너무 휘리릭 지나가서인지, 둘의 행복했던 시기가 너무나 짧게 느껴졌는데, 첫 원자 이후 둘째 옹주를 낳기도 했던 5년의 시간이 소설 속에서는 좀 더 자세하게 그려진다. 그 시간 속에서도 그녀가 가졌던 독립성, 여성으로써 남자에게 속하지 만은 않겠다는 자기 주체성은 그대로 였고, 책에서 묘사되는 그녀의 생각을 글로 읽으며, 그녀의 그런 생각들이 드라마보다 강하게 나타난다. 참.. 신기했다. 그 시대 궁녀로 그런 생각을 했던 그녀가.(소설 속 내용은 픽션이지만, 그래도 실제 역사 속 사료에서 등장하는 의빈성씨의 행동에서 역시 자기 주체적 성향이 보여서 인지도.)


그래서 정조가 더 사랑했는지도. "나를 이렇게 대한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뭐 이런 감정이 그 시작이였을지도 모르지.ㅋ 드라마를 봤다해도, 책에서 보이는 둘의 사랑은 여전히 간질간질 하다. 스토리 흡입력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재밌다. 으~ 로맨스. 간질간질~~


킬링타임용 소설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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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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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이고, 주변 추천도 많았던 책인데 이제서 읽었다. 내용도 잘 몰랐고, 정지아 작가님 책도 처음이라 아무 생각없이 읽기시작한 책에 울음바다가 될 줄이야.


이 책은 주인공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며 아버지를 비로소 이해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는 빨치산이였다. 이 말 한마디로 주인공이 아버지를 얼마나 원망했을지를 그 시대를 살아보진 않았지만 나는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시대에 조금은 걸쳐있었던 사람이니까. 빨치산 빨갱이라는 굴레가 대한민국을 잡아먹던 시절, 연좌제로 가족들 모두 손가락질 받던 시절이였다.


뒤늦게 얻은 딸을 그토록 사랑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위해 위장자수를 하고 감옥살이를 했던 아버지, 그리고 나와서는 자신의 고향에 자리잡고 살면서도, 아버지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말그대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버리지 않은 것. 그로인해 가족들이 피해를 봤음에도 누구도 반겨주지 않은 고향에 자리를 잡은 아버지는 주위 누구든 필요하면 달려나가는 사람이였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일을 나서서 해결해주고, 알아봐주고, 품어주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딸은, 그의 가족은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가 전봇대에 부딪혀 돌아가셨다.


그리고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맞으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사람이였는지, 그 조문객들 중에는 아버지의 옛 빨치산 동료도 있었고, 그 시절 경찰, 교련선생을 했던 말그대로 좌파도 있었다. 베트남 여자도 있었고, 고등학생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주인공은 점점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아버지의 그늘아래 있었다는 사실을. 다만 아버지와의 추억이 너무나 행복했기에 감옥에 갔던 아버지를, 그리고 그 시절을 놓아버린 아버지를 그토록 원망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시절 속 감옥에서 그 누구보다 자신과 가족을 그리워했을 사람도 아버지라는 사실을.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정앞에서 말이다.


제목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일지 모르나, 어쩌면 이 책은 주인공의 해방일지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원망했던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일지. 그래서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였던 아버지를 다시 되찾아오게 된.


우리는 우리의 현대사를 이념으로 바라본다. 빨강과 파랑. 너무나 극단적으로 나뉘었고, 여전히 나뉘어있는 나라이니까. 하지만 그 이념 안에 사람이 있고, 사람 사이에는 이념이 없었다. 그저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이야기만 있을뿐.
“긍께 사람이제”

그치. 그러니까 사람이지. 


진짜 추천.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 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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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3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정보라 옮김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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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TV를 통해 알게된 세계문학중 하나. 제목보다 표지 뒷편의 문구에 끌렸다. ‘러시아의 조지오웰’이라 불리는 작가라니…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은,,, 내 생각보단 어려웠다. 조지오웰의 1984는 메시지와 재미를 모두 가진 작품이였는데, 이 책은 메시지는 있으나 재미는..ㅠㅠ 흑..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시려는 분이 있다면 책 뒤의 작품해설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러시아의 당시 상황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내게는 분명했기에.


책은 주인공이 없다. 한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기 보다, 여러사람의 말이 얽히며 스토리를 이끈다. 
보셰프는 직장에서 일하는 중 생각에 잠겼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그곳에서 인간은 준비된 계획에 따라 일을 하면 될뿐, 개인의 생각은 무의미한것이였다. 

“보셰프 동무, 행복은 물질주의에서 생기는 것이지 의미에서 생기는게 아니오. p.11”

 그렇게 보셰프는 헤매이다가 전체 프롤레탈리아 거주지에 다다른다. 그곳은 그곳에 모인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있는 노동자들이 모인 곳이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바닥 공사를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그 공사의 책임자 파시킨, 그리고 무능력하고 생각만으로 가득찬 브루주아 출신 프루셉스키, 불구이지만 누구에게나 할말은 다하고 사는 차체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신념이 강한 치클린.


이 이야기는 보셰프를 포함하여 이들의 대화와 생각으로 흘러간다. 이 시대는 가진자는 부농으로 취급되며, 죄인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빈농으로 부농들을 찾아 약탈하고 불지르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는 시대였다. 
 당으로부터 떨어지는 일감은 계속해서 늘어가지만 언젠가 모든 것들로부터 그들을 지켜줄 집을 짓는 다는 명목으로 구덩이를 파던 중, 어느순간 그들의 목표는 부농을 제거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부농을 축출하고, 그래서 그들을 떠나보내고, 그들이 가졌던 것들을 빼앗는것. 그리고 그들의 목표는 점차 사라져간다.
부농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사회주의 물결에 빠르게 물들어가는 나스탸를 만나, 그녀의 밝고 쾌활함에 모두가 즐거워하지만, 그들이 휩쓸린 사회에서 속에서 그들은 그녀를 잊어간다. 그렇게 누구보다 지켜주고 싶었던 그녀를 잃고, 다시 구덩이로 돌아왔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가 알겠니.” 그가 나스탸에게 대답했다. “일하고 또 일하다가 결국은 모든 것을 다 알게되면 지쳐서 죽을지도 몰라. 자라나지 마라, 아이야. 자라나면 슬퍼져요” p.186

그들도 사회주의 물결에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갖는 그 집단화 속으로 빠르게 빠져들면서도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고 있는것 같았다. 보셰프의 생각, 자체프의 독설이 그러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무능력했지만 이해가 갔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프로셉스키. 자신이 자랐던 부르주아라는 배경이 더 안락했지만,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 사회주의 물결을 타 지금은 집단농장에 있으면서도 어떤 반항도 의견도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 죽고싶은 생각을 하지만 죽지 못했고, 동생을 걱정하지만 동생에 대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지극히 수동적인 인물.  왜냐면 그 사회는 이런 인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 였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굶주림이나 병으로 또는 부농으로 몰려 죽어야 했던 이들의 삶은 그저 부수적인 데미지에 불과했던 것.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겠는가.


 어쩌면 그래서 그 시대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망했는지도 모른다. 개인의 재산과 같은 인간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였기 때문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 인간 개개인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하나의 생각과 하나의 목표만이 중요했던 사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회는 결국 전체주의, 독재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필연이 되고, 그런 사회가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는 뻔하니까. 
 내가 읽었던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에서는 대체로 그 배경에 깔린 시스템의 불합리가 한 인간을 어떻게 극단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았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그 시대의 사회주의가 그 시대속의 사람들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그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그 시대가 망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위를 말하고 있기에 이 책은 디스토피아가 아닌건가…하는 생각들기도했다.(하지만 작가는 몰랐겠지..)

 이 책은 문득 문득 지금도 되살아나는 그시대의 파편, 어쩌면 데자뷔 같은 일들에 대해 경고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디스토피아는 늘.. 섬뜩하다. 왜냐면 지금 우리에게 늘 경고를 하고 있으니까. 


조금 어려웠지만 읽어볼만한 소설.
추천!


“이 닳아 빠지고 참을성 있는 낡은 물건들은 언젠가 품팔이하는 사람들의 피와 살을 만졌고, 물건들에는 허리가 굽은 삶의 무거운 짐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삶은 의식적인 의미 없이 낭비되고 대지의 지푸라기 아래 어디선가 영광을 보지 못한 채 영락해 버린것이다.” p.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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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당신 -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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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름다섯 명의 부고"라는 부제가 달린 책.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였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부고,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글. 누구의 죽음일까.


서른 네명의 부고에 관한 이 책은 그 분들의 삶을 간략하게 말하고 있다. 이런 일을 했던 사람이라는 글. 그리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 어떤 평가를 기록했다기보단, 돌아가신 분들의 삶을 간략하게 써내려간 담백한 글이다. 누군가는 그분들의 삶이 그닥 공감이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주제는 불편할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이 분들이 삶을 통해 말하고자했던 것에 대한 의지가 꽤나 곧고 분명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분들의 말이 지금 우리 사회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것이 설령 나를 불편하게 하는 주제일 지라도 말이다. 


요즘 기사에서 많이 보이는 스위스 조력사관련 부분에 대해서 꽤 오래 전부터 말해온 분들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찬반 논쟁이 여전히 뜨겁지만, 나는 감히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부분에 적어도 타인의 평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보다 완고하게 포함하는 범위에서 존엄사까지. 존엄사 관련 부분에서 놀라웠던 분은 제럴드 라루, 이단자 라루라고도 불렸던 목사이자 종교인이라는 분의 부고 였다. 종교에서는 특히나 죽음에 대한 부분이 꽤나 엄격함에도, 이단자라 불리고 많은 수모와 분노에도 이분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토록 열렬히 천국에 가려는 희망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신중하고 사려 깊게 이 세상에 머물고 싶어 애쓰는 모습은 사실 좀 우습다. 가정을 떠나 천국에 가려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권리가 도대체 누구에게 있단 말이냐 p.160"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두고, 의학의 발달로 언제까지 마지막 생을 고통에 놓여져야 하는지, 각자는 삶 뿐만아니라 죽음까지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다시금 존엄사, 또는 조력사에 대해 생각케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엘리자베스 리비 윌슨 이라는 분 역시 여성의 피임과 조력사에 대해 개인의 권리를 위해 싸운 여성이였다. 누군가 자신의 의견을 짓밟으려는 사람에 대항하여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만약 영국에서 조력자살을 허용했더라면, 가족과 함께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병세가 더 악화될 때까지 살수 있었던 이들이 그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하고 외국으로 나가야만 했던 현실에 분노했던 인물. 이분들 역시 마지막에 자신의 생을 결정하길 원했고, 가족들은 존중했다. 죽는 순간까지당신의 신념이 분명했기에.


흑인 인권 투쟁을 위해 투쟁했던 몇 안되는 백인 중 하나였던 존 도어. 자연의 보호가 아닌 복원을 꿈꿨던 노스페이스 창업자 더글러스 톰킨스. 어머니의 모성은 희생과 사랑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랑과 증오가 함께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불가피 하다는 것을 말한 바버라 아몬드. 이 부분은 여전히 아이를 낳은 엄마는 당연히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이 팽배한 요즘,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는 가족 모두와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우리 모두의 의견이 모아져야 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 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논평의 시선'에 대해 말했던 스텔라영. 이 분의 부고를 읽을때는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다. 나는 과연 내가 공부하는 교실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선생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지.. 어떤 편견이 없더라도,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를 생각케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의 보편적 생각 즉 상식은 과거와 다르다. 지금의 보편이 과거엔 아니였고, 지금의 차별적 시선이 미래에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차별과 편견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차별과 편견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사회.

차별과 편견에 뜨겁게 싸워 그래서 지금의 우리 상식을 만들어낸 이들.

"가만하다 -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하다 - 네이버 사전" 

조용하고 은은했지만 어느덧 우리의 생각 속에 조용하게 자리잡게 한, 지금의 상식이라 부르는 것들을 정착시킨 이들의 부고.

슬프지는 않지만, 이분들의 부고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건 여전히 이분들이 말했던 것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겠지.


10년후 쯤 읽었을때는 이런 모든 주제가 안타깝지 않는 현실이길.


좋은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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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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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굴빙굴" 이라는 의성어를 들어본 일이 백만년쯤 전이라는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어렸을때는 저런 단어도 많이 썼던것 같은데, 어떤 모습이나 소리를 듣고 따라해본 적이 언제적이였을까. 제목만으로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였다. 온라인에서 꽤나 유명했던 책이라는 사실은 책을 다 읽고서야 알았다. 


책은 연남동에 사는 빙굴빙굴 빨래방을 이용하는 이들이 빨래방에 놓여진 다이어리를 매개로 각자의 스토리에서 동네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시작은 연남동 파란대문집 할아버지와 진돌이부터. 할아버지 강아지 진돌이가 문이 열리지 않자 밖을 나가지 못해 집의 할아버지 이불에 실수를 했고, 겨울이라 마르지 않는 이불을 들고 동네 빨래방에 방문한다. 그리고 발견한 연두색 다이어리 

"살기 싫다.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드냐.p. 26" 
누군가의 힘겨운 고민에 아무도 글을 적어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적는다.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그렇게 이어지는 또하나의 인연.
미라와 나희. 매일밤 이불이 실수를 하는 나희에게 미라는 화를 내지 않지만, 집의 고장난 세탁기, 전세금 인상으로 인해 갈 곳 없는 현재, 복직조차 불투명한 지금에 미라는 자꾸 지쳐간다. 나희가 실수한 이불을 들고 방문한 빨래방에 자신의 고민 밑에 누군가 정성스럽게 적어준 글을 보고 잠시나마 힘을 얻는데.

이렇게 또 하나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버스킹을 하는 하준, 보조작가로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매번 떨어지는 공모에 지쳐가는 여름.
나의 힘듦만큼이나 상대의 힘듦을 이해해주는 각자.

남자친구의 단톡방에 충격을 받은 연우. 그런 연우를 찾아온 고양이 메아리.
동생이 죽기 전 동생의 생명을 앗아간 보이스피싱 범죄단을 쫒는 재열. 드디어 그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들을 쫒기전 동생이 유품으로 남겼던 다이어리를 찾기위해 빨래방으로 향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모두의 연결 끈.


 배경은 지금의 서울이지만, 읽어나가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우리가 이웃과 말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나가던 오래전의 골목을 떠올리게 한다. 비슷한 집에서 예전보다 더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 굳게 닫힌 대문만을 보며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지금이 아니라, 대문모양도 집모양도 다 제각각 이였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안부를 묻던 언젠가가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어느 순간 만큼은 너무나 철저하게 선을 긋는다. 서로에게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기위해, 관계 속에서도 철저히 혼자가 되어가는 요즘, 왜 이렇게 서로를 찾아내고,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하고, 나의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은 책이 인기인지,,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제목만큼이나 빙굴빙굴. 많은 것들이 섞이면서도, 서로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빨래방의 빨래처럼, 우리도 혼자인것이 외로워 누군가와 빙굴빙굴 섞이며 함께 웃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해지는 요즘이여서 그런지도.


가볍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읽히는 책.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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