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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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악이 유전되는 소설? 뭔가 섬뜩하면서도, 오래전에 사라졌어야하는 유전학에 대한 잘못된 가설에 대한 소설인가? 질문이 들었던 책.


책은 1800년대 후반 1900년대 초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직 러시아가 재정러시아 시절이던 때, 리센코 후작은 한랭인간(추위에도 추위를 느끼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을 만들기위해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러시아의 가장 추운 곳 유쥐나야 마을에 수도원과 집을 짓고 아이들을 데려와 실험을 시작한다. 똑같이 지어진 마을에 남녀로 나눈다. 그리고 하루 두번씩 저수지에 들어가 견딘다. 일정시간 이상 버텨야 하며, 그 일은 나이를 막론하고 들어간다. 아기인 경우에는 바구니에 넣어진 채로… 그렇게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은 상을 주고, 일정 나이가 지나면 챔피언 끼리 결혼을 시킨다. 그곳에 한살에 들어가 죽을 고비를 넘긴 기적의 케케는 그곳에서 가장 어린아이였고, 당시 챔피온이였던 나타샤는 그녀에게 엄마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 나타샤가 결혼을 하고 수도원으로 갔다. 그리고 1년뒤 리센코 후작이 아이를 데려와 나타샤의 아이라며 잘 돌보라한다. 하지만 아이 역시 저수지에 들어가야했고, 죽었다.

그리고 어느날 밤 나타샤가 나타나, 아이에 대해 묻고는 꼭 이곳을 탈출하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저수지 한가운데서 발견되었다.


책은 러시아에서 이뤄졌던 유전학 실험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읽으면서도, 이것이 가능하리라 정말 믿었다는 것인가? 싶었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가 내세웠던 우생학을 떠올려보면,, 뭐.. 지금도 그 사실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책의 결말은 또하나의 반전이 숨어있고, 마지막에 와서야 왜 저자가 책의 제목을 “악의 유전학”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악은 사람의 유전자를 통해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말도 안되는 실험이 자행되었던 시기, 그런 사회 속에서 자란 아이가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이 있을 수 있었을까?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기에 과연 무엇이 ’선‘이 였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 그랬다.


소설이지만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묘하게 사실을 기록한 르포타쥬인가 싶은 느낌이 드는 소설. 인간의 악이란 잘못된 사회속에서 퍼지는 잘못된 생각을 누구도 바로잡으려들지 않을 때, 더더 기승을 부리며 잔인하게 ’승‘하는 것이지 않은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한 책이다.

악은 유전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대물림될뿐. 사실 그게 더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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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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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제목만으로도 참 유명한 작품인데, 어째서인지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읽은 책. 2004년 수상작임에도 여전히 입소문이 퍼져있는 책이다. 최근에는 부커상 후보작에도 올랐었고.

책을 읽으며 놀랐다. 이 책은 판타지소설과 일반 소설의 경계 어디엔가 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신기했다. 이상한것이 아니라 신기했고, 그점이 책에 더 빠져들게 했다는 점에서 작가가 이이야기의 스토리텔링을 정말 힘있게 끌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 중간에 있는 설명하는 듯한 말투는 꼭 조선시대 사당패의 연극을 볼때 등장하는 "이야기꾼"을 연상케도 했다.

으흐. 결론은 정말 재밌었다는 것.


이 이야기는 정말 대하소설급이다. 국밥집 노파와 금복, 그리고 그녀의 딸 춘희에까지 이르는 이야기를 요약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국밥집 노파는 금복과 춘희와 가족은 아니지만, 이 가족의 서사의 시작이면서 끝이다.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쌍둥이자매, 걱정, 칼자국, 문 등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가 맞물려있는 이 소설의 가운데 인간의 욕망이 있는듯 했다. 뭐 사람사는데 욕망이 어찌 없을 소냐..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욕망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같았달까. 그 욕망은 금전이 될수도 성욕이 될수도, 식욕이 될수도 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은 다르니. 하지만 가장 다채로웠던 인물은 금복. 그녀는 모든 욕망의 중심에 있었으니까.


 아버지를 벗어나고 싶은 것에서 시작한 금복의 욕망은 돈에서 사랑으로, 다시 돈으로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의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고자 한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의 욕망에 서서히 파괴되어져가는 인간 그 자체였다. 돈에, 사랑에, 성에. 모든 것으로부터.

 그에 반해 그녀와 전혀 닮지 않은 딸 춘희는 지금의 시대로 보자면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던듯 한데, 그녀는 어떤 욕망도 갖지 않는다. 그저 평온한 지금을 사랑할 뿐. 자신과 대화가 가능했던 점보와의 일상을, 그저 벽돌을 만들어내던 공장에서의 일상을 말이다. 하지만 엄마 금복, 아니면 당시 시대로 인해 타인의 욕망 한가운데서 휘둘리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장 느리게, 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알면서도, 그것을 쟁취하지 못한채 외로이 늙어가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니, 쟁취했던 것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노파는 죽어서도 가지지 못한 모든 사람의 탐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같았고, 어쩌면 모든 이의 내면에 숨어있는 가장 들춰내고 싶지 않은 마음일지도.


재밌다. 소설을 읽을때 책속 누군가는 부럽기도하고 안쓰럽기도하는 마음이 드는데, 이 책은 묘하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원하게 자신 인생 살다간 사람들인가 싶다가도, 누구도 부러운 사람은 없었달까. 고난한 인생이여서라기보단, 너무나 다이나믹한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난 평범하게 조용히 살고싶은 사람이라 ㅎㅎ)

이렇게 다이나믹한 사람들의 삶을 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작가가 새삼 대단해 보이는 책.


굿.

"걱정하지 마, 꼬마 아가씨.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꺼야"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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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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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작가님의 <음복>이라는 단편소설을 인상깊게 봤던터라, 이 책이 궁금했다. 전작과 전혀 다른 고딕소설이라는 장르에 제목이  <대불호텔의 유령>이라니 …... 여름에 딱 어울리는 장르! 분명 책 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써있는데, 그 사실을 책을 읽으며 알았다.왜 이소설을 당연히 단편이라고 생각했던건지.. 뭐 그랬다고.. 으스스스스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책속 화자가 소설가여서 그런지,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가 싶은 생각에 더 깊이 빠져들었던건 안비밀..


나는 어렸을 적 유치원에 다닐 때, 동네에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문용’이라고 주장한 사람을 만났다. 이씨문중에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주장은 꽤 구체적이고 일관되었다.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그녀를 방문했던 나는 그녀를 만나고서 그녀가 정말 옹주였음을 믿기 시작한다. 

나의 엄마는 이리 토박이로 엄마의 가장 친했던 보애라는 인물이 있었고, 나는 그녀를 보애이모라 불렀다. 둘은 꽤 친했지만, 이모가 이사를 가면서 더이상 인연을 맺지 못했으나, 쉰두살이 되던 해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이후 둘은 이전처럼 다시 가까워졌고, 나는 엄마와 보애이모가 만나는 자리에 따라가 보애 이모의 아들 진을 만난다. 나와 진은 마음이 꽤 잘 맞았고, 진은 니꼴라 유치원과 비슷한 대불호텔에 대해 말해준다. 인천에 그 터가 남아있다고, 그래서 찾아간 대불호텔 터.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초록색 자켓을 입은 여자를 보았다. 하지만 진은 보지 못하는데… 진은 대불호텔에 초록색 자켓을 입은 여자가 살았다는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들었다 말한다. 

그리고 진의 할머니 박지운 여사를 통해 듣게되는 대불호텔의 이야기.

하지만 나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 ’진‘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지운 여사가 들려주는 대불호텔의 이야기는 연주, 셜리, 뢰이한, 영현 아니 어쩌면 종숙의 이야기이다. 그저 망해가는 호텔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던 내용은 각자의 욕망과 맞물려 점점더 괴이하게 변해간다.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 모르게. 각자의 욕망에 따라 변해가는 이 스토리는 대불호텔에 살고 있는 에밀리브론테의 유령이 그들을 광기로 몰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욕망이 부른 광기가 유령으로 등장하는 것인지를 모를 정도로 말이다. 아니면 그 시대가 만들어낸 광기 였을까.


’너 때문에‘

’당신 때문에‘ 

‘어떻게 될까. 우리는 그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그 말을 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삶을 살게될까’ p.296


’악의‘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마음이다. 그것이 상실에 의한 외로움이든 시대가 만들어낸 아픔이든,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욕망이든. 누군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타인에 대한 악의가 되고, 그것은 곧 그 악의를 가진 이를 무너뜨린다.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실체조차 모르는 유령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아닌가. 내가 하는 말을, 내가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게 만드는.


책을 읽으며 얼마전 보았던 드라마 <악귀>가 생각났다. 결국 모든 유령은 사람이 만들어냈고, 사람의 마음보다 더 무서운 악귀는 없었던 그 드라마. 

책속의 이야기들 역시 그러했다. 사람이 만들어낸 ‘악의’가 어떻게 세대를 통해 이어지는지. 어떻게 그 상처들이 전해지는 지를 말이다.


작가는 그런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연희를 통해, 영현을 통해, 셜리를 통해, 나를 통해 진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행복했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했더라면. 그런 기억들이 더 많았더라면.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오래 들어줄 수 있었더라면.


‘나는 내 배의 선장이다. 웃을 수 있다 웃을 수 있다 웃을 수 있다’ p.305


진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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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정희원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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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나이들 수"라는 제목에 노화지연?인 책인가했는데, 아는 지인이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하는 책이라며 추천하기에 읽은 책이다. 제목을 보자면 중장년층을 위한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이 책은 정말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 지금은 20대일수도 30대일수도 40대 일수도 있다. 더 빨리 읽어 나의 내재 역량을 일찍부터 키운다면, 더 좋은 일이란 소리다. 늙음은 모든 이에게 찾아오는 공평한 것이니까.


책은 나의 노화를 느리게 하기위해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저 운동해라, 뭐 먹지마라 그런 내용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에 중독되어있는지, 그것이 나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그것이 축적되었을 때, 나의 몸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말한다. 잘못 든 생활 습관이 나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로드맵을 보는 느낌이랄까. (말그대로 노인이 되었을 때를 읽고 있자면 사실 끔찍한다. 돌봄이 필요한 몸이 되었음에 돌봄을 받을 수도 없는 사회가 될지도 모르니까..ㅠ)


현대사회는 많은 스트레스에 놓여있다. 핸드폰에서 보여지는 자극적인 영상은 나의 뇌를 자극에 중독시키고, 거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등은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중독 현상을 발생 시킨다. 그런 중독은 나의 뇌에서 잘못됨을 인지할 수 있는 기능을 저하시키고,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음식 또는 불필요한 소비에 노출 시킨다. 그렇게 잘못된 습관이 축적된 몸은 점점 더 망가져가고, 만성 피로에 놓이며, 그러면서도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이나 공부를 위해 수면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줄어든 수면시간은 나의 몸은 물론 뇌의 활력 또한 저하시킨다. 말그대로 악순환의 연속인셈. 그렇게 피곤한 몸으로 우리가 무슨 운동을 하고 활동을 하겠는가.

이런 순환을 읽고 있다보면 나의 하루를 그대로 써놨네..싶어 문득 서늘해진다.


저자는 이런 나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지금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늙어서 어떻게 되는지. 이렇게 만들어진 몸은 그저 피곤하다고 영양제 한두병 맞아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휴식한답시고 누워서 휴대폰 보는 것이 결코 휴식이 아니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지만, 사는 동안 만큼은 건강하고 싶다는 나의 바램이 결코 지금처럼 살아서는 얻어질 수 없음을... 저자에게 머리를 세게 한대 맞은 기분이랄까..ㅠ


"상대적으로 젊어서 몸을 써서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 미래에는 돈을 내고 다른 사람의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을 사용하는 것, 즉 요양보호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사치가 된다는 의미다." p.223


한가지 알게된 사실은 그런 내재역량을 키움으는 활동 중 하나로 운동을 할 때, 그것 역시 그냥 하면 안된다는 사실. 나의 몸을 정확히 측정하여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몸에 밸런스를 맞춰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리가 두꺼워진다며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다거나, 날씬해지고 싶다고 그저 유산소만 하는 행위는 망가진 나의 몸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체력 100 체력인증센터"라는 곳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는 방법도 권하고 있으니,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자! 사실 운동하면 그저 걷고 자전거나 타면 되지 뭐...했던 그 방법조차 틀린것이 였다니..(똑똑 해야해..)


잘 읽혔고, 재밌었다.(한편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지만..)

노화와 별개로 이 책은 건강하게 살기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것이 내 의견!

(제목이 좀더 영~했으면 좋았을꺼 같아요^^)


굿굿!


"자신은 이미 늦었으니 즐겁고 편하게 살다가 죽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이런 자세는 자신에 대한 폭력일 뿐아니라, 고장 난 자신을 상당기간 돌보아야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책임한 테러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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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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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이라는 제목 하나만으로 읽게 된 책. 왜냐고? 저주..뭐 이런 말이 있으니 더운 여름을 씨원하게 해줄 으스스한 책이지 않을까? 싶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으스스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저주는 사실이다.


폰타나가문의 둘째 딸들은 결혼을 할 수 없다.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남자를 빼앗긴 언니가 동생에게 돌을 던져 동생의 얼굴을 망쳐놓고서는 저주를 걸었다고 한다.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게. 그렇게 폰타나 가문에서는 둘째 딸들을 대대손손 결혼을 하지 못한채 늙어죽어야 했다.

그리고 현재. 그 집의 둘째 딸인 에밀리아는 오늘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가족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최고의 카놀리를 굽는다. 그녀는 최고의 제빵사이지만, 할머니에 의해 숨겨져, 빵집 구석에서 빵을 굽기만한다.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누구와도 연애하지 못한채.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녀의 삶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할머니의 노여움을 사고 싶지도 않았고.


"참 흥미로워. 그렇지 않니? 남들이 우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데- 그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필사적으로 기를 쓰다니." p. 163


그런 그녀에게 포피 할머니가 이탈리아 여행을 가자고 한다. 그녀는 폰타나가문의 둘째 딸이며, 혼자살고 있으면서,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족 전체가 그녀를 만나지 않는다. 에밀리아는 그녀가 좋지만 할머니 로사가 자신의 동생임에도 그녀를 끔찍히 싫어해 포피 할머니에게 편지도, 전화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느 날 포피할머니는 이탈리아에 가자고 말하며, 그곳에 가면 폰타나가문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저주를 믿지는 않는 에밀리아지만, 포피 할머니를 좋아하는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이탈리아에 가고싶었고, 그래서 생에 처음으로 로사 할머니의 진노를 뒤로한채, 사촌 루시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에 동행한다. 동행한 사촌 루시도 둘째딸이다.


"루시나 나나 우리가 누군가의 애정을, 그 사랑을 완전히 믿지 못하면서도 언젠가 얻게 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해왔던 것일까?" p.180


그렇게 떠난 8일간의 여행. 에밀리아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어린시절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가 듣고 싶었고,(로사 할머니는 엄마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니까..) 사촌 루시는 둘째 딸의 저주를 너무나 풀고 싶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세 여자의 여행. 여행을 하며 에밀리아는 스스로 가뒀던 자신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여행중 만난 가브에게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멀리했던 스스로를 뚫고 나온다. 루시는 저주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그 저주에 갖혀 있었음을 그저 엄마로부터 인정받는 아이가 되고 싶었던 자신을 깨달으며, 그저 스스로를 마구 내던지던 자신을 돌이키며,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어간다.


"너희들의 인생 영화를 볼 때가 오면, 눈물이 흘러내릴 수도 있고 자지러지게 웃을 수도 있고 창피해서 움찍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제발, 너희들의 인생이야기가 너무 지루해서 보다가 꾸벅꾸벅 졸게 하지는 말거라." p.186


이 여행이 말미에서 둘째 딸들은 이 여행을 통해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에밀리아는 포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여행을 할 수록... 뭔가를 알아간다. 포피와 로사의 관계를. 로사가 왜그리 포피를 싫어했는지. 왜 로사할머니는 언니 다리야를 아끼면서 자신에게는 그리 냉랭했는지를. 사실 저주란 것은 누군가에게 필요했던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두려움을 감추고, 나의 무언가를 지키기위한 것으로. 

"두려움을 타고나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간절함이 두려움을 낳지. 두려움은 잔인함을 불러오고. 로사 언니는 간절한 사람이였지" p.531


이 여행은 저주를 풀기위한 여행이기에 앞서, 내 인생의 주도권을 타인에게서 나에게로 가져오는 치유 여행이였고, 누군가에겐 평생을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였고, 온 생을 통해 잊지 못한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였으며, 그 모든 시간을 살아 온 나를 다시 돌아보게하는 시간이였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모든 스토리를 "저주"라는 두글자로 시작해 찬찬히 그러면서 꼼꼼하게 풀어가는 작가의 글솜씨에 놀라울뿐이였다. 와.우.

굿굿. 이탈리아가 다시 보인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매력 터지는 도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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