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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평점 :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이라는 제목 하나만으로 읽게 된 책. 왜냐고? 저주..뭐 이런 말이 있으니 더운 여름을 씨원하게 해줄 으스스한 책이지 않을까? 싶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으스스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저주는 사실이다.
폰타나가문의 둘째 딸들은 결혼을 할 수 없다.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남자를 빼앗긴 언니가 동생에게 돌을 던져 동생의 얼굴을 망쳐놓고서는 저주를 걸었다고 한다.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게. 그렇게 폰타나 가문에서는 둘째 딸들을 대대손손 결혼을 하지 못한채 늙어죽어야 했다.
그리고 현재. 그 집의 둘째 딸인 에밀리아는 오늘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가족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최고의 카놀리를 굽는다. 그녀는 최고의 제빵사이지만, 할머니에 의해 숨겨져, 빵집 구석에서 빵을 굽기만한다.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누구와도 연애하지 못한채.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녀의 삶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할머니의 노여움을 사고 싶지도 않았고.
"참 흥미로워. 그렇지 않니? 남들이 우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데- 그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필사적으로 기를 쓰다니." p. 163
그런 그녀에게 포피 할머니가 이탈리아 여행을 가자고 한다. 그녀는 폰타나가문의 둘째 딸이며, 혼자살고 있으면서,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족 전체가 그녀를 만나지 않는다. 에밀리아는 그녀가 좋지만 할머니 로사가 자신의 동생임에도 그녀를 끔찍히 싫어해 포피 할머니에게 편지도, 전화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느 날 포피할머니는 이탈리아에 가자고 말하며, 그곳에 가면 폰타나가문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저주를 믿지는 않는 에밀리아지만, 포피 할머니를 좋아하는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이탈리아에 가고싶었고, 그래서 생에 처음으로 로사 할머니의 진노를 뒤로한채, 사촌 루시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에 동행한다. 동행한 사촌 루시도 둘째딸이다.
"루시나 나나 우리가 누군가의 애정을, 그 사랑을 완전히 믿지 못하면서도 언젠가 얻게 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해왔던 것일까?" p.180
그렇게 떠난 8일간의 여행. 에밀리아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어린시절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가 듣고 싶었고,(로사 할머니는 엄마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니까..) 사촌 루시는 둘째 딸의 저주를 너무나 풀고 싶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세 여자의 여행. 여행을 하며 에밀리아는 스스로 가뒀던 자신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여행중 만난 가브에게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멀리했던 스스로를 뚫고 나온다. 루시는 저주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그 저주에 갖혀 있었음을 그저 엄마로부터 인정받는 아이가 되고 싶었던 자신을 깨달으며, 그저 스스로를 마구 내던지던 자신을 돌이키며,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어간다.
"너희들의 인생 영화를 볼 때가 오면, 눈물이 흘러내릴 수도 있고 자지러지게 웃을 수도 있고 창피해서 움찍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제발, 너희들의 인생이야기가 너무 지루해서 보다가 꾸벅꾸벅 졸게 하지는 말거라." p.186
이 여행이 말미에서 둘째 딸들은 이 여행을 통해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에밀리아는 포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여행을 할 수록... 뭔가를 알아간다. 포피와 로사의 관계를. 로사가 왜그리 포피를 싫어했는지. 왜 로사할머니는 언니 다리야를 아끼면서 자신에게는 그리 냉랭했는지를. 사실 저주란 것은 누군가에게 필요했던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두려움을 감추고, 나의 무언가를 지키기위한 것으로.
"두려움을 타고나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간절함이 두려움을 낳지. 두려움은 잔인함을 불러오고. 로사 언니는 간절한 사람이였지" p.531
이 여행은 저주를 풀기위한 여행이기에 앞서, 내 인생의 주도권을 타인에게서 나에게로 가져오는 치유 여행이였고, 누군가에겐 평생을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였고, 온 생을 통해 잊지 못한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였으며, 그 모든 시간을 살아 온 나를 다시 돌아보게하는 시간이였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모든 스토리를 "저주"라는 두글자로 시작해 찬찬히 그러면서 꼼꼼하게 풀어가는 작가의 글솜씨에 놀라울뿐이였다. 와.우.
굿굿. 이탈리아가 다시 보인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매력 터지는 도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