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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미국 단편소설의 코드 - 예술 감상을 위한 미학 세미나
한동원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10월
평점 :
“미국 단편소설의 코드”라는 부제가 붙은 책. 미학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로테스크. 정확한 뜻은 모르나 기괴하고, 이상한 무언가를 의미하는 단어.
저자는 미국 단편소설을 다루며, 그로테스크에 대해 말한다.
그저 기이하고 기괴스러운 무엇으로 알고 있던 이 단어가 미국 단편 소설에서 어떻게 쓰인 것일까.
책에서 다루는 단편 소설중 딱 한편 읽었다..나머지는 저자는 알고 있으나, 작품은 다 낯선…ㅠ
참고로 미학을 다루고 있기에 내게는 좀 어려웠지만, 각 단편의 내용들은 개인적으로 슬펐다.
인상 깊었던 <누런 벽지>- 샬롯 퍼킨스 길먼. 이 작품은 남편과 휴양차 들린 집에서 쉬던 주인공이 누런 벽지에서 기어다니던 여자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으며, 낮에는 활동하지 않고, 밤에만 기어다니는 여자. 주인공은 그 벽지속 여자에 공포를 느끼지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여자에 대한 공포를 다루는 점이 우리와 닮았다. 결국 그 공포를 피할 수 없다면 직면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 시키는 것뿐..이 작품에서 그로테크스함은 억압된 여성의 정신에 대한 묘사다. 평범한 듯 보이는 현실에서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처절함. 그것이 곧 이 소설이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결말은 진짜. 해방일까? 붕괴일까? 다양한 해석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해방이라기보다 그 현실의 벽을 넘지못한 한 인간의 광기로 보였다. 시도했으나, 무너진.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붕괴라는 결말에 한표.
그리고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즈 버그, 오하이오> 에서 다루는 단편 “손”.
이 소설은 지능이 떨어지는 아돌프 마이어가 소년들의 여기저기를 더듬고 머리카락을 쓰는등의 행위를 하면, 소년들은 꿈꾸기 시작한다. 이 행위는 성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나 어느날 마이어가 만진 술집 주인은 이 행위를 하는 마이어를 말그대로 두들겨 팼고, 주민들은 마이어를 교수형에 쳐하려 한다. 대체 왜? ”지능이 떨어지“는 이라는 묘사가 있는데도. 왜?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마이어의 손짓에 대한 성적인 묘사가 아니라, 그의 행위에 배타적인 생각만으로 몰아가는 그 동네 주민들의 행위가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고 한다. 당시의 분위기는 동성애는 말그대로 누구를 죽일 수도 있는 불문의 행위 였음에도 마이어의 손길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행위를 더 기이하게 묘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이라는 묘사가 다시 보인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일까? 아니면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그저 아이에 대해 그렇게 몰아가는 동네 주민들에 대한 기괴하고도 잔인한 현실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려는 저자의 의도 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재밌던 단편은 전문이 실렸던 헤밍웨이의 <흰 코끼리를 닮은 언덕>이였다. 전문이 실려있었다. 그래서 다 읽었는데도, 이게 뭔 내용이야 싶었는데, 잠깐 언급하고 넘어간 수술의 묘사가 그런 뜻일 줄이야. 그리고 대화로만 이뤄진 이 소설의 결말을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 뿐 아니라, 생각치도 못하게 전제를 의심하는 해석까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단편소설이 주는 묘미인가..ㅋ 헤밍웨이가 이런 소설을 썼네..?
이 책을 읽으며 미국의 단편소설에서 그로테스크라는 측면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알 것 같았다. 결국 그 시대에서 가장 부조리한 생각을 “기이하고 기괴함”으로 풀어가며, 우리가 생각치 못한 상황, 생각들의 문제점을 짚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성, 동성애, 노예제가 있었다.
맨 처음에도 말했든 책이 쉽지는 않다. 각 단편의 전문이 실린편도 있지만, 다수는 책을 요약하고, 작가의 다른 단편들까지 언급하며, 그 이야기가, 그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의미를 분석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까다로웠지만, 단편을 알고 본다면 꽤나 흥미로운 해석들을 통해 내가 읽었던 작품이 새롭게 보일 것 같았다. (이 책들중 한권을 읽었는데, 그 작품이 그렇게 다가왔어서 ㅎㅎ)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좋아한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라는게 있으니까. 재미적 측면도 있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가장 유연하게 자신의 편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홀리는 이 느낌이 좋아서.ㅎ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우리를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오지 않았을까. 미국의 단편들이 지금의 생각을 비틀어 상대의 입장에서 그 현실을 다시보게 했으니.
굿.
”백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 마국에서 자신을 어떠한 여성으로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연결되어 있고, 자주적인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가부장적 세계질서에서 해방운동을 한다는 것, 페미니즘 운동과 관련된다는 뜻이다. 그녀는 고향과 단절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미국의 저항운동에 끼어든다“ p.198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