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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평점 :
제목만으로도 가슴아픈 책이다. 그리고 제목을 계속해서 곱씹게 만든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이 책은 교사인 저자가 실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진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모습이 고작 10대이고, 20대인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어른이 였다. 그 모습 그 자체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안쓰러웠다. 왜 고작 10대가 20대가 이토록 철이 들어야하는 사회인가 싶어서.
조부모 시절부터 가난해서, 어쩌면 그 이전부터..
부모의 잘못으로 가난해서,
아이들은 방치되고 외면당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말그대로 돈을 벌기 시작한 소희, 영성, 지현, 연우, 수정, 현석, 우빈, 혜주.
벌어도 벌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 이지만, 그래도 가족을 지키기위해 오늘을 버티는 아이들.
모 드라마의 대사처럼 어쩌면 가족이 가장 큰 가해자임에도, 그 가족을 돌보기 위해 오늘도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아이들은 그런 부모로 부터,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에 죄책감을 갖는다. 사실을 읽고 있는 나로써는 그 죄책감에 왜?! 넌 할만큼 했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아이들이 그런 사회력, 생활력을 버티고 지탱해온 근간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보통의 가족이라는 울타리인지 모른다는 저자의 글을보며, 어찌이리 가슴아픈지.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나지 못하고,
어디까지 수용하고 거절할지를 배우지도 못한채,
부모로부터 거절당하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아이들은,
모든 잘못을 스스로에게 덮어씌운다. 그래서 부모로부터 되물림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채, 그 굴레속에 갖혀버린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가족과의 관계또한 어느정도는 정리하고 살아야한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가지며 떠나지 못하고 말이다.
"경제학자로서 평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아마티아 센은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인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라고 설명했다." p.38
이런 환경속에서도 스스로의 처지를 잘 인지하고 받아들여, 직접 지자체나 학교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도움이나 지원을 받아 학교를 다니고, 가정을 지켜내고,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그 사실이 불편했다. 그것도 어른이 아니라 아이가....
없는 것보다는 나은 지원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단기 알바를 통해 생활비, 학비, 용등 등을 모아야 했고, 그런 가난을 이해못하는 친구들의 뒷담화 또한 그럴수 있다는 생각으로 넘기는 모습이 고작 20살 언저리의 일상이라는 것 역시.. 눈을 질끈 감게 한다.
물론 현재를 딛고 일어서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마 대다수는 그 가난을 되물림하고 있는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 수저수저 하는 세상이니.
젊어서하는 고생은 사서도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말들은 이미 조롱거리인 지금 어쩌면 이제 가난은 한때 지나가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어버렸는지도.
온 마을이 아이한명을 키운다는 속담은 여전히 유효하다. 적어도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그들이 가지고 사는 환경에 관계없이 동등한 기회는 가져볼 수 있는 세상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안다면 외면해서는 안 될 목소리가 도착했다." - 장일호, 시사IN 기자
언제쯤이 되어야 이 책 제목에 "가난한"이라는 전제가 빠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