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밤인 세계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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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로 태어난 에녹과 아길라.  그대로 성장했다간 둘 다 살아남을 수 없었기에 부모는 분리수술을 결심한다. 분리수술조차 둘 다 살 확률은 1할이 되지 않는 상태.
 부모는 에녹을 살리는 것을 선택했다. 주변인들은 가문의 대를 이어야하기에 아들을 살리려는 것이라 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에녹이 살 확률이 더 높았을 뿐. 아길라가 에녹의 몸에 붙어있는 형국이였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1할의 가능성은 현실이 되었고, 두 다리를 잃었지만 아길라는 살아남았다.

부모는 다리를 잃은 아길라를 더 애틋하게 키웠지만 착하게 자라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실상은 부모의 말을 들은 몰래 들은 순간부터. 에녹을 살리려했다는 것. 자신은 포기하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변한 것이다. 
아길라는 부모와 특히 에녹에게 집착했고, 그와는 한시도 떨어지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되찾기 위해 수많은 책들을 읽지만 과학적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밤의 세계, 흑마법 등에 심취한다. 폭력적이고 심지어  집안에 알 수 없는 병이 퍼지는 등의 이상현상이 발생하기에 부모는 아길라의 이상증상을 고치기 위해 여러 선생을 들이지만 그 때마다 그들은 아연질색할 뿐. 아길라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는다.
에녹이 집을 떠나 기숙학교로 가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에녹을 놓아주지 않는 그녀. 에녹은 의학을 공부해 아길라를 걷게 해주고자 떠나려하던 했지만, 집에 불이나 아버지가 화상을 입었고, 다시 떠나려던 날 어머니의 눈이 멀었다.
가족 모두는 알았다. 이것이 아길라의 짓이라는 걸.

끝내 연민일까. 가족애일까. 그렇게 아길라에게 놓여나지 못하는  에녹. 그리고 아길라는 에녹을 자신을 바라보듯 하며 끈질긴 집착으로 그를 놓지 못한다.
결국 아길라는 어떤 주문을 거는데,, 그 대상은 에녹이다.
그리고 또다른 등장인물.. 에녹과 아길라의 존재를 아는 신비한 존재 모리세이.

죽어서 태어났어야 할 아이가 태어났고, 끈질긴 생명력과 자신이 가져야 할 것을 잃어버린 피폐함만 남아 어둠이 되어야할 아이는 빛이 되었다. 
 원죄를 없이  태어난 아이는 결국 그의 삶 속에서 그 죄를 짊어져야 했다. 

나는 에녹과 아길라가 사람의 마음에 존재하는 선과 악으로 보였다. 선이 선으로 보이기 위해선 악이 존재해야 한다. 에녹에게 아길라는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 빛을 빛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끝없는 어둠이 필요하다. 빛나는 순간을 알아 차릴 수 있게. 

모리세이는 빛과 어둠의 중재자 같았고, 늘 두 아이 곁을 지켰던 루퍼슨은 마치 악으로 향하는 파우스트 같았다.  한 작품에서 많은 인물들이 떠오르는 이야기라니. 아벨의 제물만을 받았던 하느님에 대한 분노로 카인은 아벨을 죽였고, 저주하여 카인은 유랑의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아길라를 죽이지 않고 태어나 끝내 그 손을 놓지 못했던 에녹은 원죄 없이 태어난 인간이였을까. 아니면 원죄를 안고 태어난 인간이였을까.

어쩌면 사람 그 자체로는 에녹의 마음과 아길라의 마음을 모두 갖고 있지 않을까. 인간의 감정 속에서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모두 다 어렵고 힘들지 않은가. 우리는 이기심도 양심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모두가 다 에녹처럼 살 수도, 모두가 다 아길라 처럼 살 수 없다. 사람이란 한없이 이기적이면서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선을 행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늘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한다.  한 면만 존재하는 인간이 어디있는가. 상황에 따라 어둠이 무서울 때도, 어둠이 안식을 안겨줄 때도 있으니까.

지금 내게 어둠은 어떤 의미일까.

"매정하다고? 누가, 여기 갇힌 후로 내게 주어진 게 뭐였을 거라 생각해? 오직 시간뿐이었어. 혼자서는 다 쓸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시간.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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