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잔인한 달
이동진 외 지음 / 지식공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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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취업 자체가 꿈이 되어버린 현실은 씁쓸하지만 이제 꽤 오래된 일이다. 피 터지게 공부하고도 점점 더 먹고 살기가 힘든 세상이니 젊은이들은 자나 깨나 내일 할 일을 걱정한다. 그러다 보면 내 앞길은 그저 막막하기만 한데 어인 영문인지 제 꿈을 찾아 잘만 사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 근심이 늘어진다. 그렇다면 그 시기를 똑같이 통과한 선배들은 과연 어떻게 꿈을 펼칠 수 있었는지 궁금한 것이 당연지사. 그래서 이 책은 인터뷰 형식을 빌려 21명의 선배를 만난다. 인터뷰어는 현재의 대학생, 인터뷰이는 과거의 대학생. 후배들이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그리고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첫 번째 목표)는 '당신은 어떻게 꿈을 찾았는가?'이고, 다른 하나(두 번째 목표)는 '그 꿈을 펼치려면 대학 시절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취업을 위한 구체적인 안내가 아니라 진로에 대한 경험적 조언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마도 그러한 방향 탓에 엮은이는 취업의 문을 뚫고 당당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인터뷰이들이 주로 어떤 분야에 근무하고 있는지 초반에 명백히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언뜻 봤을 때는 이 인터뷰집이 누구에게 적합한지 알기가 다소 어려운데, 면밀히 들여다봐야 21명의 사회인이 대부분 경영 분야에 근무하고 있거나 그것을 위한 학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인문계 졸업생들이 고려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상위 수준에서 선정'했다는 간략한 설명으로 인터뷰이의 직종 유형을 온전히 설명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무엇보다 경영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이 읽기에 알맞다. 자신보다 먼저 사회에 발을 내딛은 이들로부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 속에서 전문 용어가 등장하는 일이 잦은데, 그걸 제대로 흡수하여 진로에 적용하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진취적인 목적이라면 자연히 그 분야에 촉수를 뻗고 있는 이들이 접하는 편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목표는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물을 때가 됐다. 그것의 성패는 인터뷰의 질적인 측면과 다분히 연결된다. 요컨대 인터뷰가 얼마나 잘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번째 목표는 그다지 완수되지 않았고 두 번째 목표는 제법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꿈을 찾게 되었는지는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데 반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학 시절에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은지는 비교적 잘 끄집어냈다. 사실상 성취하기가 몹시 어려운 첫 번째 목표는 이런 종류의 책들이 다 그러하다는 점에서 특별히 이 책만의 단점은 아니다. 왜냐하면 직업을 선택하는 경위는 대개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만큼 사회적으로 아주 성공한 사람도 그것을 스스로 분석하거나 설명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그 일이 좋았다고 설명하는 데 그치는데, 관심을 표하게 된 근원 자체를 밝히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감안하다면 두 번째 목표를 성취한 것만으로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21명의 선배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가 한 사람이 아닌 까닭에 인터뷰 내용에 대한 편차는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럿이 모여 의견을 수렴하며 서로 조언을 주고받았겠지만, 균열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편차의 원인은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에 미리 준비한 질문의 내용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변용했는가에 좌우되는 듯하다. 가벼운 질문을 하나 던졌을 뿐인데도 때로는 인터뷰어가 유용한 정보를 술술 일러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 예를 들면 엉뚱한 방향으로 대답을 하거나 은연중에 질문 자체를 회피하거나 자신의 과거를 다소간 포장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보충 질문이 필요한데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너무 전형적인 질문으로만 구성된 대담이 존재한다. 그런 쪽으로 질문을 잘 소화한 인터뷰어로는 이지*, 강모* 등이 눈에 띈다. 이런 점들을 어느 정도 숙지한다면 이 인터뷰집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고로 이 책은 경영을 공부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그들보다 먼저 직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차원에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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