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소년 - The Kid with A Bik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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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소년은 자전거를 탄다. 그는 아버지가 사준 자전거를 목숨처럼 아낀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가 자전거를 되팔았는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속으로 그 누구의 말도 믿지 않을 만큼 아버지를 향한 소년의 충성과 사랑이 극진하다. 그래서 보호시설에 맡겨진 시릴은 자전거를 타는 일 외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 애타게 기다리던 아버지는 끝내 오지 않는다. 자신을 만나는 것조차 완강히 거부하는 아버지의 그 야멸찬 행동을 성숙한 태도로 받아들이기에 그는 아직 너무나 나약하다. 시릴은 애인보다 자신을 더 위하고 있는 고마운 주말 위탁모 사만다의 손을 쉬이 잡지 않는다. 소년의 마음은 마치 길가에 마구 나뒹구는 모난 돌멩이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쪼개져 좀처럼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소년이 벌이는 일련의 행동을 보면서 아마 뜨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를 보살피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사만다에게조차 몹쓸 짓을 한다는 데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소년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부재는 불가항력적인 현실이 아니다. 일상화된 불행에 올곧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생의 조건을 주어진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부모의 정을 갈구하는 마음에 한없이 무력한 개인이 혈연의식을 벗어나 새로운 연대를 형성하는 과정은 그렇게 순탄치 않다. 우연히 만난 불량한 친구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면서도 기어이 아버지의 세계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릴의 끔찍한 행동은 가족의 부재를 감당하지 못하는 소년의 자기 파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릴이 올라탄 자전거가 나쁜 길로 접어들 때 무심한 아버지는 끝내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

 

시릴은 결국 사만다의 품에 안긴다. 그 따뜻한 품에는 긍정의 철학과 공감의 윤리가 있다. 시릴에게 존재의 비정상성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인 어머니의 세계가 그나마 존재한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영화는 아버지의 부재에 고통을 겪는 소년을 관찰하다가 마침내 그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고 있다. 제아무리 인물에 철저하게 일정한 거리를 두는 다르덴 형제라 한들 소년의 소리 없는 절규를 끝내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시릴은 철없는 행동이 만든 묵직한 죄의식을 조금이나마 덜어 낸다. 결국 자전거가 지나가면서 남기는 구불구불한 자취는 시릴이 걷고 있는 인생의 행로와 다르지 않다. 그가 자전거를 타다가 엎어지고 고꾸라진다 해도 이제 마음이 한결 놓인다. 시릴의 옆에서 늘 함께 자전거를 탈 사만다가 있지 않은가. 영화를 보면서 하염없이 흘러내린 내 눈물이 부디 아깝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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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트리플 2016-01-06 17:50   좋아요 0 | URL
어느덧 4년 전 일이네요.
그때는 알라딘에서 영화도 다뤘죠.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