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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했던 여름이 지나고
태재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1월
평점 :
작가, 시인, 카피라이터, 에디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지만 어느 것 하나 진득하게 하지 않는다는 저자. 다른 것들은 진득하게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가 진득하게 하는 일이 있는 듯하다. 바로 글을 쓰는 일이다. 그 진득함의 결과물이 바로 그가 내놓은 책들이다. 2014년 첫 책을 출간 후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고 있다고 하는데, 올해는 두 권을 출간했나? 어쨌든 이 책을 포함해서 벌써 다섯 권을 출간할 정도로 그는 글쓰기에 푹 빠져있는듯하다.
아무런 감흥도 절망감도 없다는 저자가 다행이 날들을 만들어가면서 기록한 글들을 읽다보면 그동안 정신없이 지내다 어느덧 1년의 끝자락에 왔있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예전에는 웃는 인상이 좋다는 말을 꽤 많이 들었는데, 어느새 얼굴에 무표정이 깊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도 그렇지만 요즘 세상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무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친구들을 만날 일도 드물다. 예전에는 한달에 한 두번 이상 만나기도 했는데, 요즘은 분기에도 한 번 만나기 힘들다. 만나도 왁자지껄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지 못하는게 현실. 현실에 눌려 표정을 잃지 말자고 저자는 말하는데 그동안 너무나도 현실에 눌려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게됐다.
버티는 재능이 없다는 것. 이것이 저자에게는 축복이라고 했는데. 나에겐 그렇지 못하다. 행복하지 않아서 회사를 퇴사를 했다는 글을 볼땐 지난날의 나를 보는 듯 하다. 물론 결과가 좋다면 좋지만 그렇진 않다. 이제는 행복하지 않다고 퇴사를 할수가 없다. 한때 버티는 재능이 없어서, 꽤 괜찮은 기업에 취업을 했지만 그곳에서 일을 한다면 내 미래가 행복하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에 나 역시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퇴사를 했다. 군 제대 후 단 한 번에 큰 기업에 취업을 성공했던 기억이 있어 다른 곳도 어렵지 않게 입사를 할줄알았지만 그렇지 못하고 다시 취업을 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럼에도 또 퇴사를 반복했던 지난날. 그러나 이젠 그렇지 못하고 있다.
생활이란 불행 - 다행이라는 두 고리가 번갈아 가면서 재생되는 레코드판 같은 것이다. 그래서 늘 다행인 것도 늘 불행인 것도 아니다라는 저자. 그래도 불행보다는 이제는 다행인 날의 연속이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불행도 다행도 만들어가는 것은 어느누가 아니라 저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나 역시도 이제는 내가 만든 다행인 날들을 시작해야 겠다. 저자는 쌀 소리를 들으면서 그랬다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