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8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이효석문학상이지만 이번에 이런 문학상이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 문학상은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00년에 재정된 이효석문학상이라고 합니다. 전년도 6월부터 해당년도 5월말일까지의 문예지, 인터넷매거진, 정기 부정기간행물 등에 발표된
중·단편 소편을 대상으로 수상한다고 합니다. 대상 수상상금은 16회엔 5000만원에서 작년부터 3000만원이 되었다고 하네요. 우수상은
200만원.
아무런 정보 없이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어른의 맛'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나 역시도 어른의 맛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어렸을때부터
해보곤 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땐 정말이지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바로 어른들이 누리는 자유가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안갈 수 있는 자유와, 학원에 안갈 수 있는 자유, 시험공부에서 해방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제약에서 벗어나, 떠나고 싶을땐 어디라도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어른들에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당시 어른들이 느끼는 엄청난 무게감은 생각하지 못한채 말이죠. 어른의 맛은 달콤함만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보니 어른의 맛은 달콤함아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쓴맛 신맛 무미건조한 맛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아이러니하게 다시
아이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할때가 종종 있으니까 말이죠.
궁금했습니다. 과연 소설은 어떤 어른의 맛을 보여주기에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지. 만나자마자 바로 어른의 맛부터 봤습니다. 조금은
달콤함, 달콤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단 맛이 나는 그런 소설이길 원했지만, 단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5월의 어느 날 오래전 헤어진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된 주인공. 오랜 시간 이야기 꽃을 피우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 술기운인지 갑자기 흙 한 줌을 입에 집어 넣습니다. 어렸을때
모래사장이나 운동장에서 놀때 입안에 흙이 들어간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텐데, 모래의 맛을 느끼기 보다는 빨리 뱉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은 흙에서 어른의 맛을 느낌니다. 삶이 사람들을 더 비관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아는 주인공. 그러나 이 짧은 단편에서는
삶이 사람들을 비관적으로 만든 다는 것에는 조금 공감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녀가 처한 환경에 감정이입이 제대로 안되어서 일듯합니다. 감정이입이
안되니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소화하기가 힘들어 나중에 가다보면 조금은 배부른 소릴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 수상집에 실려 있는 단편들에는 여러가지 맛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대부분 하나 같이 무거움이 있습니다. 달콤함도 있고, 짠맛도 있고,
신맛도 있었으면 읽는 맛이 조금은 더 있었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