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특별한 정보없이 만났다. 언젠가는 한 번 가보고 싶은 뉴욕.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뉴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시적이며 심오하고 솔직하면서 활기차다는 글과 뉴욕에 바치는 작품이라는 작가인 아툴 가완디의 글에 끌렸기에 만나게 된 책이다. 아마
조금 더 정보를 알았다면 손에 들지 않았을 [인섬니악 시티].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난 저자가 남자 이름이지만 그래도 남자가 아닌 여자인줄 알았다. 여러 남자와의 데이트를 했고 함께 살기고 했다고
했기에 당연히 그런줄 알았다. 그래서 여자 작가와 남자 작가의 우정을 넘어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낸 책인가 했다. 73세 천재 작가의 사랑이라고
하니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나. 그러나 내 예상은 틀렸다. 물론 73세 작가의 사랑을 그린 것은 맞다. 남, 녀 간의 사랑이 아닌, 남자와
남자의 사랑. 참 안타까웠다. 국내보다 자연 스러운 뉴욕이라지만 읽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듯 하다. 저자 빌 헤이스는 이십여 년을 살던
샌프란시스코를 담긴 모든 추억에서 벗어나고 싶어 택한 곳이 뉴욕이다. 그곳에는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작가, 자신의 책 해부학자의 교정본을 읽고
추천사를 쓸 생각이였지만 책에 푹 빠져버렸던 올리버 색스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이사와 동시와 올리버 색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뉴욕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충고에 따라 일기를 쓰게 된 작가의 책이다. 올리버 색스가 죽고 난 후 그는 뉴욕 생활과 올리버의
대한 회고록을 쓰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기억을 일깨우는데 더 없이 좋을 일기를 생각하게 되고 그 일기가 바로 이 책의 기원이라도 저자는
말한다.
올리버 색스에 대한 정보 역시 알지 못했지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외 여러 책을 쓴 유명한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흥미로운 제목의
책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아직 읽지 못한 책인데, 작가는 올리버 색스가 사용했던 많은 낱말에 여전히 감동받는다는 말이 그 책을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들게는 한다.
이 책에서 건진거라면 바로 시작 전 나오는 올리버 색스의 말이다
"나는 죽음보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더 두렵다"
이 말이 말로 전해들었다면 뭐 대수롭지 않았을텐데. 글로 만나니 그 충격이
꽤 크다. 이 충격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내 머리속에서 맴돈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 역시 오래전 인생을 살면서 아버지처럼,
또 주위에 어른들과 같은 인생이 아닌 꽤 의미있는 낭비하지 않는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오래전 내가 경멸했던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말이다. 죽음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던 올리버가 한 이말은 작가 '빌 헤이스'에 의해 되살아나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