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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평점 :
첫만남이 중요하다. 처음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면 다음번에도 좋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인상이 좋지 안다면 그 역시
다음번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게 이 책은 그 첫인상과 같은 책이 될듯하다. 작가의 여섯번째 책이라고 하지만 이전의 소설들은 만나지 못했다.이전의
다른 소설을 만났다면 첫인상의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이 책으로 인한 첫인상은 후자가 될듯하다.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는 [중국식 룰렛]. 200여페이지가 안되기에 부담없이 만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손에든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소화하기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소화는 했지만 제대로 소화하지는 못했다. 소화가 안되다 보니 글들이 머릿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메이다 머리속에 안착 하는게 아니라, 다시 머리 밖으로 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 소설이다. 그것은 여섯 편의 이야기 모두와 제대로
감정이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이름있는 작가라고 하는데, 혹 내가 읽는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 그래서 읽는 시간을 달리해봤다.
버스 안에서, 저녁 식사 후에, 욕탕에 들어가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고 난 후 등 거의 2주간 손에 들고 페이지를 넘기려고 씨름했다. 씨름의
결과 그 끝에 이르렀지만, 입에 맞지 않은 술을 마신 것처럼 그 입맛이 상당히 쓰다. 진짜 요근래 나를 이렇게 당황하게 만든 소설을 만난적이
잇었나를 떠올리게 만든 소설.
영화도 그렇고, 미니시리즈의 드라마도 그렇고,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감정이입을 하지 못한 것을 끝까지 보는 것, 읽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이 소설. 불연속선에 보면 '어떤 사물이든 기능만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가치를 따질 수는 없는
일이다'라는 글이 있다. 그 말처럼 내가 이 소설의 성격을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성격을 규정하고 싶다. 그 것은 순전히 주관적이다.
중국식 룰렛에는 같은 가격이지만 어떤 날은 고가의 술이 어떤 날은 저가의 술이 나오는 술집이 나온다. 마시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날의
술. 이 책은 내게 읽기 전에는 그 이야기의 맛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중국식 룰렛같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