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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평점 :
내가 부러워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다. 글을 쓰고 그 글로 돈을 버는 작가들. 아주 오래전 나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문학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실용서를 쓰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중학생이던 때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 길거리에서 주은 종이 묶음 때문이다. 종이 묶음이 눈길을 끈건 바로 만화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명랑 만화체로 그려놓은 만화를
보면서 상당히 놀라웠다. 잘그린 그림체도 놀라웠지만 20여페이지 만화에 푹빠져들게 만들었던 이야기에 놀랐다. 분명 만화가 지망생의 같은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상당히 수준 높아보였다. 그 만화때문에 한동안 나의 꿈은 만화가 또는 스토리작가가 되는 것이였다. 그 꿈을 간직한채
쭈욱 노력한다고 했지만 만화는 숙달하면 되지만 스토리는 그렇지가 않았다. 많은 영화와 많은 만화책을 읽으며 스토리 작가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꿈을 접었던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이 책. 작가는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라는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 작가의 이 물음은 본격적으로 책 속에 빠지기 전 잠깐의 삼천포로 빠지게 만들며 오래전 나의
이야기를 생각나게 만든다.
누군가는 머리를 쥐어짜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만 누군가는 쉼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수많은 책을 쏟아내는 이야기 꾼들이 존재하는 세상.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리베카 솔닛',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중 한명인 그녀에게 어느날 45 kg의 살구더미가
작가의 집으로 배달 되면서 그 살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살구, 어머니의 집,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치매의 걸린 어머니,멀고도
가까운 사이였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모녀, 그러나 어머니를 돌보는 딸. 어머니를 돌보며 자아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지, 기능을 잃어버린 자아의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하며 배운 것과 자신이 현재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어느 때 보다도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멀고도 가까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