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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환상
마광수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1월
평점 :
책표지를 보자 생선 한마리가 접시에 놓여 있다. 먹음직한 생선이면 모르겠는데 누군가가 먹고 남겨놓은 생선인 듯하다. 어두육미라는 말이
있는데 그림 속 생선은 머리는 남겨놓고 살점을 다 발라먹고 생선 가시만 남겨놓은 듯한 그림이다. 그런데 남겨진 머리를 보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듯해보인다. 왜 울고 있을까? 울고 있다니 조금은 섬뜩하다. 그 눈물은 자신의 살점이 뜯겨나간 것에 대한 눈물인지, 아니면 자신을 벗겨먹고
가버린 것에 대한 눈물인지, 아니면 푸른 물결을 헤치며 유유자작하고 있지 못하고 접시에 올라와 있는 것에 대한 눈물인지.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하게 만드는 표지의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밑 접시하단을 보면 마광수라는 이름이 보인다. 그림을 마광수가 그렸다고? 설마? 하면서 페이지를
넘겨서 표지 디자인을 누가 했는지 표지 그림은 누가 그렸는지를 살펴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광수가 그린 그림이다. 그림 실력이 상당하다
생각했는데 책 뒷면을 보니 1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그간 마광수하면 떠오른 건 바로 소설뿐이였다. 그것도 등급이 좀
높은 소설. 그런데 그게 아니였다. 그는 문학이론서, 시집,에세이집, 인문교양서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작가의 대단한 내공이 보인다.
330페이지가 되지 않는 짧다면 짧은 소설. 누군가는 한 두시간만에 읽을 수도 있는 분량이지만, 성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탓인지 마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자들한테 원초적인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어쩌다 마흔이 되어 버린 정신과 의사 지훈. 상상 만으로도 성욕을 느끼는
그, 그러면서도 최근 몇 년간 막상 여자를 만나면 욕구가 일어나지 않는 무덤덤하게 되어버린 그를 사로잡는 여자가 나타난다.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치료보조원으로 일을하게 한다. 다시 사랑에 빠져들기 싫었던 그였지만 민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며 조금은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는 성인 소설. 요즘은 성인 영화가 제작이 안되지만 극장용으로 만들면 꽤 재미있을 듯 한 [사랑이라는 환상]책표지의 나온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생선 그림은 과연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 것일지를 찾는 것도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