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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평점 :
재미있는 소설이다. 영화보다는 드라마 단막극이 더 어울릴듯한 내용으로 상반기에 만난 베스트 소설 중 한편이다.[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라는 독특한 제목을 달고 있는 장편소설로 표지를 보면 오리 한마리가 보인다.조금은 지저분한 듯한 오리. 그냥 오리다. 이 오리가 바로 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일까? 그건 모른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읽고나서도 모르겠다.오리가 고양이를 잡아 먹었다는 믿지 못할 일은 둘째치고라고, 현상금까자 걸고서 오리를 찾아달라는 살짝 정신줄을 놓은 건지 아니면 멀쩡한건지 분간이 안가는 일에 뛰어든 3인조가 그렇듯이 이놈이 저놈같고, 저놈이 이놈같은 신경써서 봐도 그놈이 그놈같은 오리 떼중에서 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를 찾아야 한다니.34살, 전재산 4,262원으로 몇개월째 월세도 못내고 마지막 희망이였던 소설도 여기 저기서 퇴짜를 맞은 후 이달에도 월세를 내지 않으면 집을 비우라는 집주인의 최후통첩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삼류 작가인 나는 길바닥에서 쓰러져 죽는게 낫겠다는 심정으로 집을 나오지만, 8월 불볕더위에 지쳐 불광천 다리 밑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려 하다가 건강한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보게 된다. 일당 오만 원,거기에 성공 보수까지.
내세울것이라고는 건강한 몸뚱이 밖에 없다고 자부하던 나는 일당이 전재산의 열 배가 넘는 다는 일에 혹해 연락을 취한다. 무슨 일인지 적혀 있지 않아서 궁금하던 그에게,노인네는 사진을 찍어 오라고 한다. 오리의 사진을.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선명하게 찍어서 저녁때 노인네한테 가져오면 자신은 사진을 보고 오리를 찾는다고 한다. 뭘 찾고 있냐고 하니. 자식과 다름없이 해지 중지 기르던 고양이를 불광천에 사는 오리가 잡아 먹었다고, 원수를 갚으려고 그놈을 찾는다고.그리고 그놈을 산채로 잡아 오면 천만 원의 현상금을 주겠다니.고양이가 오리를 잡아먹은 것도 아니고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 먹었다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엿새만 채우면 이달치 월세는 낼 수 있을거라는 희망에 그 일을 수락하고 불광천에 있는 오리들의 사진을 찍는 일을 하게 된다.
황당한 일을 하는 나를 포함해서 그일을 하는 사람은 셋.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 수록 개운치가 않은 일. 과연 고양이는 오리에게 죽음을 당한건가? 혹시 고양이가 살아 있는 건 아닐까? 아버지가 노망이 났다며 노망이 난 사람을 기만한다는 아들의 등장.재산 다 말아먹은 그는 아버지를 위해서 가짜 오리를 만들자고 한다. 그래서 현상금을 받으면 자신한테 주면 나중에 아버지에게 돌려주겠다는 믿지 못할 소리를 하고, 거기에 더해 손자는 가짜 고양이를 만들어 실의의 빠진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자고,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되며 읽는 내내 키드키득 거리게 만드는 유쾌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