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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쏟다
고만재 지음 / 마들렌북 / 2019년 11월
평점 :
어려서부터 사람 냄새가 좋았다는 고만재 작가의 에세이 [커피를 쏟다]를 만났습니다. 작가의 정보를 모른채 그저 제목에 끌려 무작정 만났습니다. 사람 냄새가 그리웠는지 이 책에서 풍겨오는 여러 사람들의 냄새나는 이야기에 며칠간 푹 빠져지내다 보니 알게됐습니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반복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보니 잊고 있었는데, 나 역시도 사람 냄새를 좋아 한다는 것을. 그러나 먹고 사는 일에 치중하다보니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며 사람 냄새를 찾는 것도 좋지만 사람 냄새를 조금이라도 풍기고 살아야겠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입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커피를 쏟다는 선행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커피를 쏟는 것과 선행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데, 오래전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커피를 들고 자리를 찾던 작가는 계단을 헛디디는 바람에 들고 있던 커피를 쏟게 됩니다. 사람이 없었다면 좋았을텐데 다른 손님들에게 쏟게 되면서 당황해 하는 작가에게 괜찮다고 하며 마무리가 됩니다. 그러다 10년 후 작가는 지하철에서 그러한 상황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작가가 커피를 쏟은게 아니라 옆에 앉은 사람이 커피를 쏟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이 일로 커피를 쏟은 사람은 연신 사과를 하지만 오래전 있었던 일이 있어서 인지 작가는 아량을 베풀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선행은 자기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이야기 합니다.
이 짧은 이야기를 보면서 저 역시 오래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상황은 작가와 반대입니다. 운전중 누군가의 차량이 제차를 뒤에서 추돌한 일이 있었습니다. 약간의 충격이 있긴 했지만 내려서 보니 차량 범퍼의 약간의 기스만 있는 상황에 연신 죄송하다고 하는 운전자에게 원래 기스가 있었기에 조금의 기스가 더해져도 티도 안난다며 괜찮다고 보내드린 일이 있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이런 작고 경미한추돌 사건이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운전 중 그만 다른곳에 신경을 쓰느라 앞차를 뒤에서 살짝 추돌한 일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내려서 연신 죄송하다고 하면서 제 경우를 떠올리며 잘 넘어가겠지 했는데 앞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뒷목을 잡으며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기 시작. 나중 병원에 입원까지 해서 보험금을 타갔다고 하는 경우가 떠오르네요. 저는 나름 선행을 한다고 하지만 선행이 돌고 돌아서 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던 일. 커피를 쏟다편을 읽다보니 선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선행이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 선행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다른 이가 다른이게게로 전파가 되어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였습니다.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 지친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고 싶다는 [커피를 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