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렵다.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가 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방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이러한 이유는 집안 내력인듯 하다. 어릴적 어머니가 집에 안계실 때면 아버지는 대부분을 굶었다. 식사 준비를 안해놓고 나간 것도 아니다. 밥은 밥통에, 국은 냄비에 반찬은 냉장고에 있어서 식사 때 되면 꺼내고 뎁혀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도 말이다. 물론 어머니가 안계실때 아버지와 있을때면 그래도 요리를 해주긴 하셨다. . 생전 부엌에 얼씬도 하지 않던 아버지가 해주는 요리는 거창하지 않다. 끊는 물에 면과 스프만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라면이 전부였다.  이런 내력을 이어받았는지 요리는 내가 하는게 아닌 누군가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렇게는 살 수 없는 법.  사먹는데도 한계가 있고, 또 식당이 문을 열지 않을때에는 혼자 해결을 해야 되기에 조금씩 하다 보니 결국 몇가지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아마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만만한 것은 바로 요리맹인 아버지도 자신있게 했던 라면을 포함해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는 간단한 것 몇가지로, 시간이 좀 걸리는 요리는 하지 않는다. 할줄 알지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모르기에 하지 않았던 지난날.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짧은 시간 누구라도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알려주는 방송, 인터넷 동영상, 블로그들이 넘쳐난데도 요리는 여전히 어렵기에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라는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때도 별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관심없이 지나쳤던 책이 바로 줄리언 반스의 책이라니. 다른 작가였다면 아마 만나지 않고 넘어갔을텐데, 몇 안되는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만나게 된 책이다.

 

책을 만나기전에는 반스의 나이가 올해로 73살인데 늦은 나이에 요리에 빠졌나 했는데, 책을 만나보니 최근에 빠진 것이 아닌 16년 전의 일이다. 책은 2003년의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이제서야 출간이 되었으니 꽤 늦은 출간이다. 그러나 줄리언 반스의 팬으로 그의 책이 늦게라도 출간이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부엌을 몰랐던 줄리언 반스. 그래도 쉰이 넘도록 해본 요리라곤 달걀 프라이가 고작이였던  그의 형보다는 낫다.  요리가 사내답지 못한 일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남자가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요리와 담쌓고 지내던 그는 부엌에 서기만 하면 노심초사하고. 자신보다도 주방기구를 더 신뢰하며, 요리할 때 맛보기를 꺼리고, 장을 보러 갈 때 요리책이 있어야 하며, 무언가를 요리해 내는 일은 영원히 능력 밖의 일이라는 그가 요리 프로그램보다도 더 신뢰하는 요리책에 의존하지만 때로는 재료와 분량이 명시 되어 있지 않아 당황하게 만들는 일로 요리책들에 분노하기도 하는 늦깎이 요리사가 겪는 에피소드들을 유쾌하게 만날 수 있는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이 에세이를 보고 나서 요리와 친해졌다면 좋겠지만 친해지기는 더욱 어려울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