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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 귀찮의 퇴사일기
귀찮 지음 / 엘리 / 2019년 1월
평점 :
책 제목보다 더 눈에 들어온 작가의 이름이다. '귀찮'이라니. 물론 본명은 아니겠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이름에 이끌려 만나게 된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 귀찮의 퇴사일기]다. 만나기전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책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에 대해서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왜 냐고. 귀찮기 때문이다. 그냥 무작정 책을 기다렸다.
귀찮. 귀찮다. 귀찮음 등 그리 좋지 않게 들리는 이 단어가 요즘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게으름과 어깨를 나란히 할 단어라 생각되는 이 귀찮. 이 책을 만나기전 교육방송에서 귀찮이라고 하는 사람? 이 나와 강의를 하는 것을 시청했다. 강아지 얼굴의 탈을 쓰고 나와서 열심히 하지 마라는 다소 신선한 강의를 시청했던 터라 이 책의 작가인 귀찮이 혹 그 그 귀찮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책을 만나고 알게됐다. TV에서 본 귀찮은 남자였는데 이 책의 저자는 남자가 아니였다.
넘쳐나는 청년실업.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 시대. 3년차 직장인인 29살의 귀찮은 나중에 나이들어 할 수 있는 게 저글링밖에 없는 곰이 되어 있을까 봐 무섭다는 생각에,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뛰쳐나왔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기에 무슨 계획이 있겠구나 했는데, 아무 계획없이, 모아둔 돈도 없이. 월세, 교통비, 핸드폰 요금, 인터넷 요금, 대출이자 등은 생각하지 못한채. 숨만 쉴 뿐인데 드는 유지 비용이 꽤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귀찮. 백수의 생활은 귀찮을 극도의 불안 상태로 몰아갔다.
뭐 특별한 일은 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아니 귀찮게 그걸 왜 해 라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다. 물론 먹고 살아야 하기에 그렇지만. 귀찮에게는 재주가 있었다. 요리 그림을 그리고 여행기도 쓰고 그리고 귀찮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그림도 그리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었다. 또 실력도 좋은지 요리 그림책도 출간하고, 그리고 이 퇴사일기도 출간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귀찮이라는 이름하고 어울리지 않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귀찮. 생각과는 그래도 잘 풀리고 있는 1년간의 퇴사 생활. 이거 반칙 아닌가? 난 좀 더 다른 일기를 기대했는데. 귀찮음을 누리며 1년간의 박진감 넘치며 다이나믹한 귀찮음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귀찮음을 참으며 만난 이 책을 보니. 귀찮은 이번 생은 망하지 않은 듯 하다. 오히려 귀찮의 삶이 살짝 부러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