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한 권의 책으로 팬이 된 작가 줄리언 반스의 신간이 출간이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웠다. 국내에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서인지 영국에서 출간이 된지 얼마되지 않아 빠르게 국내에 번역 출간이 되고 있으니 느긋하지
않은 독자로서는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다산책방 출판사를 통해 1년에 한 권씩 출간이 되고 있다. 70이 넘은 나이도 있어서 작년
[시대의 소음] 출간이후 꽤 오랫동안 그의 책을 못만날줄 알았는데 1년만에 그의 새로운 신간을 만날 수 있다니 설레였다. 줄리언 반스가 쓴 단
하나의 연애소설이라는 정보만 보고 만났다. 소설이든 영화든 많은 정보를 알고 만나는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것을 선호하기에 [연애의 기억]도 많은
정보 없이 만났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라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아니 사랑이 왜 괴로움인가? 물론 사랑은 괴로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지 않은가. 첫 문장을 만나고 나니 소설의
성격이 그려진다.오십여 년 전,19살 대학생인 폴과 48살의 수전은 서로에게 빠져든다. 둘의 나이차는 19살. 뭐 19살 나이차가 나는게 뭐가
대수로울까. 요즘도 심심치 않게 많은 나이차를 뛰어넘고 결혼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이 둘의 만남이 뭐가 문제일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48살의 수전은 유부녀다. 삶에서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테니스 치는 일이라고 하는 폴은 대학 첫 해가 끝나 집으로 돌아와 석 달
동안 지내고 있는데, 뜬금없이 어머니가 테니스클럽에 가입 해주겠다고 한다. 안그래도 따분함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던 차에 승낙을 하고 테니스
클럽에 나가게 된다. 그곳에서 이기려고 하지 않고 어른들과 테니스 즐기던 중 48살의 수전을 만나게 된다.
폴은 젊은 여자들이 불편했다. 약간 나이가 많은 여자들은 더 불편했지만 곧 수전에게 빠져든다. 나 같은 젊은 남자에게는 평판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폴은 그런건 상관없었다. 서로에게 두 번째 애인이였던 이들은 사랑에는 미숙했다. 2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던 수전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들은 도주를 한다. 도주후 그들의 미숙한 사랑은 어떻게 될까. 그것은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아름답게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들의
사랑은 재난이 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사랑이야기는 뻔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옮긴이도 말하듯이 마지막에 이르면
여러번 곱씹어 볼 수 있게 만드는게 바로 이 소설이다.